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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은 다른 건설 장비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성능과 작업 효율성을 갖고 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금 이 순간도 전국의 건설 현장에선 숨이 가쁘게 돌아가는 중이다. 이제 국내 건설현장은 타워크레인 없이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을 만큼 그 비중이 매우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건설 현장은 꼭 필요한 안전 점검과 눈 또는 비와 바람, 그리고 갑자기 발생한 고장 때문에 지체하게 되는 짧은 시간조차 돈이 낭비되는 것으로 여기며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바쁘다.

반면에 장비가 잘 돌아가고 있을 땐 어떻게든 타워크레인을 장시간 가동하여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건설 회사의 이익이라고 여긴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와 건설회사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발을 빼기에 바쁘다.

그러면서도 매달 지급하는 임대료는 무척 아까워한다. 현재의 타워크레인 임대료는 1990년대 초반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건설회사가 최근 분양한 아파트값은 매년 물가 인상률이 반영되어 그 당시의 3~4배 이상이나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타워크레인 임대료는 모른 체 눈감아 왔다.

더구나 요즘은 건축기술 발달로 30층 아파트를 완성하는데도 1년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공사 기간마저 크게 단축되었다. 타워크레인 1대가 4가구로 계획된 30층 아파트 두 동을 맡아 일하게 되면 모두 240세대가 된다.

그런데도 타워크레인 전체 임대료는 지방의 25평 아파트 1가구의 분양가도(3억 원) 되지 않을 만큼 매우 적은 금액이다. 간혹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운이 좋아서 올해 분양한 경기도 과천의 26평형 아파트 동 하나만 맡아 일한다면 공사 금액은 대충 잡더라도 9백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허허벌판에서 타워크레인이 반듯한 건물을 완공한 대가치곤 너무도 야박한 임대료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까지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는 아파트 내장재로 쓰이는 도배지 값도 안 되는 임대료를 받고 일해 온 셈이다.

타워크레인이 건설 현장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둘째 치고라도, 가장 힘들고 위험한 일은 모두 도맡아 하면서 지금껏 제대로 된 임대료조차 못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된 원인으로는 자생력도 없으면서 우후죽순으로 난립한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를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은 지난 여러 해 동안 건설 회사가 제시한 최저 입찰가를 마다치 않고 수주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래 가지고는 대한민국 타워크레인 업계가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어찌 됐든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도 나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여야 생명을 내걸고 일하는 관련 종사자의 급여와 복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게 아닌가.

임대료 현실화는 이것뿐만 아니라 타워크레인 예방 정비를 가능케 하고, 노후 장비의 퇴출도 크게 앞당길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출고된 타워크레인이 노후 장비가 되어 폐기되기까진 대략 20년을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20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현장에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 설치되어 돌아가고 있을 때만 임대료를 받는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물류 회사에 매달 상당한 보관료를 지불해 가며 맡겨 둬야 한다.

그러다 20년 뒤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철로 변하게 된다. 이때 타워크레인 임대 업자는 그동안 번 돈으로 다시 새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

최근 중국산 중고 타워크레인 수입이 급증하게 된 원인과 노후 장비의 퇴출이 더뎌지면서 대형 사고가 급증하게 된 것도 모두 현실화되지 못한 임대료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는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가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편법을 써가며 버텨 보려는 데서 나온 고육지책인 셈이다.

타워크레인 업계는 이제라도 똘똘 뭉쳐 임대료 현실화에 온 힘을 쏟을 때다. 제대로 된 임대료를 받아 내는 것만으로도 현장에서 잘 관리된 타워크레인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물론, 우리 정부가 그렇게도 골치 아파하는 대형 사고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경제가 지금보다 잘 돌아가게 하려면 건설 현장의 타워크레인뿐만 아니라, 대기업 그늘에 가려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협력 업체가 수고한 만큼의 대가를 받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

돈이 한쪽으로만 몰리며 잘 돌아가지 않게 되면 결국 국가와 국민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협력 업체가 수고한 만큼의 대가를 받길....



태그:#타워크레인 , #임대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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