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의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이 열렸다. 이탈리아 팀 유벤투스와 영국 팀 토트넘 홋스퍼는 두 골씩 주고 받으며 2-2로 비겼다.

유벤투스는 4명의 주전, 준주전들이 부상의 늪에 빠져있었다. 콰드라도와 마투이디, 디발라와 바르잘리가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해결책을 고민해야 했다. 이번 경기는 유벤투스의 홈,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번 경기에서 알레그리 감독은 홈에서 열리는 1차전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따놓고 원정 웸블리에서 2차전을 맞이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유벤투스로서도 상당히 반가운 점은 리그에서 공동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경기에서 사수올로와 피오렌티나를 각각 7-0, 2-0으로 꺾으며 아주 좋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부상자는 토비 알더웨이럴트 하나 뿐인 데다가 아스날에 1-0으로 승리하면서 역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토트넘은 이탈리아 최강의 유벤투스를 상대하게 됐다. 상대하는 팀에 따라 전술이 바뀌는 알레그리 감독을 상대하는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시련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나마 토트넘의 입장에서 유벤투스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지 못하더라도 득실차를 최대한 늘려놓고 웸블리에서 다시 유벤투스를 맞이한다고 해도 그 또한 성과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최근 3시즌동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2차례나 오른 강팀을 어웨이 팀으로서 상대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챔스 강팀과 신흥 강호의 16강 맞대결

 14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결과.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알리는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14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 결과.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 2-2로 무승부를 기록했다고 알리는 토트넘 홋스퍼 공식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토트넘 홈페이지


양팀의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성적은 약간 엇갈렸다. UCL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던 유일한 세리에 클럽인 유벤투스가 조별리그 2위로 16강에 올라왔다면, 토트넘은 독일 강호 도르트문트, 지난 시즌 빅이어를 들어올린 레알마드리드와 함께 포진되어있던 조에서 5승 1무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다. 특히나, 다년간 유벤투스는 UCL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경험이 있던 데 반해, 2011년을 전후로 신흥 강자가 된 토트넘은 역사상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 8강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양 팀의 포메이션은 비슷했다. 물론, 경기 중에 대형을 바꿀 때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지만 기본적으로 4-3-3을 채택했다. 유벤투스는 부폰을 시작으로 알렉스 산드루, 메흐디 베나티아와 조르지오 키엘리니, 마르코 데 실리오를 백4에, 미랄롐 피아니치, 사미 케디라,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를 중앙에 배치했다. 공격에는 각각 만주키치와 이과인, 더글라스 코스타 3명을 투입했는데, 특히나 베르나르데스키가 중앙에 투입되면서 1선과 함께 스위칭하는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토트넘의 요리스를 포함한 백4는 키어런 트리피어가 세르쥬 오리어로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중원의 3명에는 다이어, 뎀벨레, 에릭센이 들어가면서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왼쪽의 알리와 함께 우측의 윙어로 투입된 에릭 라멜라는 포체티노 감독이 라멜라의 세리에A 경험을 염두에 두었던 것인지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했다. 그리고 톱에는 잉글랜드 최강의 창, 해리 케인을 포진시켰다.

경기가 시작되며 양팀은 서로를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첫 골이 나왔다. 시작한지 2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랄롐 피아니치가 순간적으로 잘라들어가는 이과인에게 완벽하게 내준 공을 이과인이 논스톱으로 넣은 것이다. 특히나 경기 초반이었고, 첫 세트피스 상황이었기 때문에 토트넘의 수비진들은 이과인이 침투하는 동안 거의 무방비 상태로 두었던 것이 실점의 원인이 되었다.

얼마 가지 않아 토트넘은 두 번째 난관에 봉착한다. 베르나르데스키의 드리블을 저지하던 벤 데이비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태클을 건 것이다. 곧바로 PK가 주어졌고, 이과인은 편안하게 이를 성공시키면서 9분 만에 경기를 2-0으로 만들어놓았다.

점수차를 2점으로 벌린 유벤투스는 상당히 컴팩트한 축구를 구사했다. 다시 말하면, 득점 직후부터 조직력이 극대화되기 시작했다. 유벤투스는 하프라인 뒤에서 두 줄을 만들어놓은 뒤, 수비시에는 거의 4-4-2에 가까운 형태로 전환하여 공간을 마크했다. 때때로 가까이 공이 온다면 전진하여 압박했고, 이 빈자리는 다시 조직적으로 채워졌다. 이 때문에 아무리 에릭센이 프리롤로 움직여도 공간을 창출해낼 수가 없었다.

또한, 공간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뎀벨레가 지난 아스날전처럼 공간을 휘젓고 다니다 측면으로 공을 빼주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하지만, 촘촘하게 밀집되어 좀처럼 공간을 내주지 않는 유벤투스 수비진에게 토트넘의 공격력은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했다. 유벤투스는 여기에 한술 더 떴다. 수비시에 플랫 4-4-2 형태로 전환했다가, 다시 공격이 시작되면 4-3-3 기반 포메이션으로 스위칭해가면서 역습을 전개했다. 라인을 높게 올린 토트넘은 이따금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빠른 수비 전환과 요리스의 선방으로 좀처럼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유벤투스는 전반전 대부분 텐 백(전원 수비)을 쓰다시피 하며 수비력을 극대화시켰다. 여기에 공격을 진행할 때는 넓게 포지셔닝하면서 공격력을 극대화시켰다. 이 점이 전반전 유벤투스의 가장 특징적이자 장점이었다. 빠른 공수전환 역시 이에 부가되면서 선수들의 조직력은 전반전 내내 거의 최상을 유지했다.

이러한 유벤투스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토트넘은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가했다. 물론, 유벤투스 역시 토트넘의 수비진이 빌드업을 진행할 때마다 압박을 진행했지만, 토트넘은 압박을 가하는 정도가 상당히 셌다. 그리고 토트넘의 첫 골도 여기서 터졌다. 35분경 유벤투스의 빌드업을 델레 알리가 압박하여 공을 따낸 후 바로 침투하던 케인에게 연결한 것이다. 케인은 절묘하게 온사이드로 빠져 들어가면서 골을 집어넣었고, 점수는 2-1로 좁혀졌다.

강하게 압박한 토트넘, 수비에 공들인 유벤투스

유벤투스는 강하게 압박하는 토트넘과, 수비에 전념하는 자신들의 상황 때문에 점유율 부분에서 크게 밀렸다. 알레그리 감독이 점유율을 버리고 경기에서 효율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점유율을 가끔씩 버리는 상황이 오는데 그 경우가 바로 이번 경기였다. 전반전 점유율은 토트넘과 유벤투스가 각각 68%와 32%였다. 후반전에 들어서 이 점유율 부분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한 유벤투스가 결국 경기의 주도권을 놓치게 된 부분도 있다.

골을 넣은 후 토트넘의 2선과 1선은 활동반경을 점차적으로 넓혀갔다. 케인이 왼쪽에서, 알 리가 중앙에서 서로 스위칭하며 움직이는 모습도 연출되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10명이 하프라인 뒤쪽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유벤투스를 뚫기엔 너무 어려웠다.

후반 막바지에 들어서 세르쥬 오리어가 기어코 페널티박스 안에서 태클을 걸면서 다시 이과인에게 PK찬스를 내주고 만다. 하지만 이과인이 크로스바를 맞추며 전반전은 그대로 끝이 났다. 이과인이 놓친 이 PK는 전반전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점수차가 2점차로 확대되지 않은 채로 후반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토트넘은 여유롭게 경기운영을 가져가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반대로, 홈에서 점수차를 더욱 벌려야 했던 유벤투스는 후반전에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점차적으로 가라앉으며 무승부라는 결과를 얻어야만 했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양팀의 스타일은 전반전과는 약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유벤투스는 여전히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경기장을 폭 넓게 사용하면서 전반전처럼 수비에만 집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반전 내내 점유율을 토트넘에 빼앗기고 수비에만 전념했던 분위기였기 때문에, 토트넘을 상대로 점유율을 역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형을 바꾼 덕분에 유벤투스의 점유율은 약 5% 가량 상승했다. 그게 전부였다.

반대로 유벤투스가 점차적으로 전진하면서 생긴 공간을 토트넘이 잘 활용했다. 뎀벨레와 다디어를 파트너로, 중원에 배치된 에릭센은 자신의 공간이 생기자 플레이메이킹을 완전히 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을 만들어주는 뎀벨레 역시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 시작했고, 두 선수의 플레이는 알리와 라멜라까지 플레이가 살아나게 하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토트넘이 3선부터 압박하기 시작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이자 넓게 간격을 벌린 유벤투스와 토트넘이 공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66분에는 유벤투스가 기동성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사미 케디라를 교체시켰다. 활동반경이 넓고, 플레이 메이킹을 할 수 있는 벤탄쿠르를 투입한 것인데 실질적으로 뎀벨레라는 큰 벽에 막혀버렸다. 또한,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은 케디라뿐만이 아니었다. 이는 계속적인 압박이라는 전술 속에서 가장 크게 부각되는 체력문제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사실, 이번 유벤투스는 경기 내내 압박과 수비, 스위칭 면에서는 거의 사키이즘에 가까운 전술을 보였다. 팀의 간격을 일정하게 계속해서 유지해가면서 경기장을 조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전술의 밑거름이 되는 포메이션 역시, 유벤투스가 오늘 경기에서 주로 사용했던 4-4-2다. 경기장을 가장 폭 넓게 사용하면서도 유기성을 동반한 이상적인 포메이션이다.

하지만 역습 속도가 디발라와 콰드라도 같은 드리블러의 부족으로 (더글라스 코스타와 이과인, 베르나르데스키 등의 역습속도는 이 두 명의 부재 때문일지, 더뎠던 것은 사실이다.) 토트넘 수비진들을 앞서가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을까, 알레그리 감독은 역습에 대비하거나, 역습을 진행할 때에는 4-3-3이나 4-3-1-2등의 크루이프이즘 계열의 포메이션을 채택했다. 뿌리는 같지만, 형태를 전환하기에는 완전히 다른 4-4-2와 4-3-3 계열의 포메이션을 유벤투스 선수들이 계속해서 전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훈련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조직력 덕분이다(물론, 피치 밖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치는 알레그리의 능력도 있다).

이번 경기에서 유벤투스가 보여준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조직력을 위한 간격유지이다. 간격을 이상적으로 유지해야, 지역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다. 지역을 방어하게 되면서 동시에 상대방이 치고 들어오는 공간도 마킹해야 했기 때문에,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10명이 피치 위를 뛰어야 했다. 그것도 90분 내내 말이다. 여기에 토트넘의 빌드업 과정에서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센터백이 공을 잡았을 때 강하게 압박하라는 알레그리 감독의 주문은 공격진들의 체력 고갈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미드필드진이 하프라인과 수비라인, 2선까지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공을 운반했다. 이것이 뎀벨레와 에릭센이 각각 후스코어드닷컴 평점 7.9, 8.1을 받은 이유이다.

그러던 71분에는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에릭센이 프리킥을 꽂아 넣으며 점수차를 2-2까지 벌려놓았다. 에릭센은 부폰의 방향을 완전히 속여 그대로 골문 구석으로 공을 빨려 들어가게 했다. 에릭센이 골을 넣으면서 가장 먼저 운명이 바뀐 사람은 알레그리 감독이다. 사실, 전반전까지만 해도 이 경기의 승자는 알레그리였다. 컴팩트하게 대형을 유지하면서 팀을 완전체로 이끌었고, 이 전술로 전반전을 2-1로 끝마쳤다.

2차전에서 무득점으로 비겨도 토트넘이 8강 진출

물론, 3-1까지 점수차를 벌릴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에릭센이 골을 넣으면서 점수가 2-2로 동점이 되자 유벤투스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 상태로 점수차를 벌리지 못하고 경기를 끝마치게 되면, 2차전은 런던에서 치르게 된다. 웸블리에서 치르는 2차전에서 만약 1-1이나 0-0으로 경기를 끝마치게 되더라도 원정 다득점에 의해 토트넘이 8강에 진출한다.

결론적으로, 3점 이상 점수를 낸 후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짓던, 경기를 이기는 선택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은 현실이 됐다. 여기에, 유벤투스는 토리노와의 더비 경기, 라치오와의 경기가 2라운드가 열리기 전에 펼쳐진다. 일정이 그리 힘든 것은 아니지만 로치데일, 크리스탈 팰리스, 허더즈 필드와 경기를 진행한 후 유벤투스와 경기를 치르는 토트넘보다는 일정이 좋지 못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압박이 헐거워지는 것과 동시에, 마음이 급해져 라인을 올리고 공격을 진행하는 유벤투스는 숏카운터에 능한 토트넘에게 여러차례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반면, 토트넘은 유벤투스 수비진들이 공수전환을 어느정도 한 뒤라면, 공을 돌리며 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를 펼쳤다.

유벤투스는 만주키치를 빼고 76분에 스투라로를, 토트넘은 83분, 89분, 91분에 각각 알리, 라멜라, 에릭센을 빼고 손흥민, 모우라, 완야마를 투입했다. 압박과 수비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포체티노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나, 이번 경기는 모우라의 토트넘 이적 후 첫 경기가 되었다. 비록 5분도 뛰지 못했지만, 짧게 동료에게 내주고 들어가거나, 드리블할 공간과 패스할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손흥민, 완야마보다 높은 6.1점을 부여받았다. 평점이 6점에서 시작된다는 걸 감안하면, 5분도 뛰지 못하고도 0.1점을 부여받은 셈이다.

유벤투스도 기동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아사모아를 투입했다. 그리고, 지칠대로 지친 코스타를 불러들였다. 하지만 아사모아를 투입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교체 타이밍이 조금 더 빨랐어야 했다.

이렇게 챔피언스리그 경험자이자 강자인 유벤투스와, EPL과 챔스를 동시에 노리는 신흥강자 토트넘의 첫 대결이 무승부로 끝이 났다. 양 팀 모두 2월에 리그와 리그 컵 일정을 치르고 3월에 다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맞붙게 된다. 양 팀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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