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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손바닥을 맞고 왔다. 물론 학교에 보내기 전에 그 정도의 귀띔은 미리 해주었다.

"한국에서는 받아쓰기가 틀렸거나, 시험을 잘못 보면 틀린 개수대로 맞기도 해."
"학급에 일이 생기면 전체기합을 받기도 한단다."

아이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 실제 상황이 되자 많이 놀라고 당황해 했다.

"엄마! 받아쓰기를 못한다고 왜 맞아요?"
"엄마! 담임선생님께서 저번보다 평균이 떨어지면 맞는다고 하셨어요. 성적이 떨어지면 왜 맞아야 해요?"
"엄마! 수업시간에 한 아이가 잘못했다고 모든 아이들이 한 시간 동안 책상에 올라가 무릎 꿇고 앉아 있었어요. 왜 그래야 하죠?"

학교 다닐 때 한번쯤 겪어봤을법한 스토리들은 아직도 현장에서 이어지고 있었고, 이런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질문을 쏟아내며 갑작스레 접한 낯선 문화에 저항하고 있었다. 부모가 아이를 때리기라도 하면 이웃집은 물론, 당사자가 신고할 수 있는 문화에서 살다온 아이들에게 이것은 커다란 문화충격이었다.

물론 독일에도 학교 내 체벌, 가정 내 아동학대가 있었다. 이것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1970년대 후반이고, 1980년대에 와서 모든 주에서 신체적 체벌 금지라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 이후, 피해당사자는 물론이고 이웃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이 밖에도 독일에서는 부모가 12세 이하의 어린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이를 혼자 방치하는 것이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부모가 외출할 때는 국가에서 허가한 타게스무터(Tagesmutter, 보모)나,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아이를 맡기고 외출해야 한다.

이러한 존중과 배려가 깔려 있는 분위기 속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기합, 내지는 체벌은 받아들일 수 없는 문화임에 분명했다.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난처한 문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찌개문화'이다.

독일은 가족 간에도 앞 접시를 사용한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개인이 사용했던 포크나 수저를 내밀어 공용 그릇에 담겨진 음식을 덜거나, 떠먹지 않는다. 공용 국자나, 공용 집게를 이용해 개인용 앞 접시에 덜어 먹는다. 우리 정서에 이런 모습은 정 없어 보일 수 있다. 또, '가족 간에 뭐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에게 상식이고 일상이다.

그런 식생활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이기에 할머니 댁이나 친척 집에 가면 쉽게 수저를 들지 못한다. 뚝배기에 담아 낸 찌개를 놓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그러면 할머니, 할아버지의 걱정 어린 채근이 날라 온다.

"입맛이 없냐?", "찌개가 맛이 없냐?", "그럼 복 없어 보인다.", "그래도 펑펑 먹어야 한다" 등 등.

한국문화를 잘 모르는 아이들을 놓고 어른들에게 일일이 이해를 구하거나, 따따부따 문화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 또 아이들에게만 앞 접시를 갖다 주는 행동도 너무 도드라져 보였다. 어른을 이해시키거나 바꾸려는 대신 아이들에게 눈 한번 찡긋하며 이렇게 말할 뿐이다.

"그냥 먹어!"

결국 합리적 해결책을 기대했다가 답을 얻지 못한 아이들은 엄마가 야속한 듯 눈을 껌뻑인다. 그 껌벅이는 눈빛은 오기 전 그들과 한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걱정 마! 한국에 가면 엄마가 잘 적응하도록 도와줄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더퍼스트미디어에 연재된 글의 일부를 기초로 하였습니다.



태그:#한국엄마로 살아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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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키일대학(Christian-Albrechts-Universitat zu Kiel)에서 경제학 디플롬 학위(Diplom,석사) 취득 후 시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독일 교육과 생활의 경험을 담은, 독일 부모는 조급함이 없다(이비락,2021)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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