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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 비혼인 친구들이 부럽다.
 명절을 앞두고 있으니 비혼인 친구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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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있으니 비혼인 친구들이 부럽다. 결혼하기 전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명절 때 한 번은 우리 집에서, 한 번은 당신 집에서 보냅시다. 아니면 여행을 가도 좋고요."

남편이 나를 속인 게 아니고, 본인도 그렇게 하고 싶은 욕심을 가능할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 정말 그랬냐고 묻는다면 한숨부터 쉬고 말하련다.

명절날 나는 '착한 며느리' 역할에 몰입한다. 부모님 세대가 살아계신 한 '혁명'으로도 바꿀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저 역할극을 받아들이기로 한 지는 오래되었다.

'이왕 할 거면 기분 좋게 하자' 정도로 마무리됐지만, 가끔 앞치마를 집어던지고 뛰쳐나가고 싶기도 하다.

이것도 결혼을 선택한 이상 내가 치를 대가이다. 아내의 역할, 엄마의 역할, 거기 하나 더 보태지는 '착한 며느리 코스프레'까지. 하지만 희생한 만큼 나를 돌볼 시간도 필요했다.

결혼 후 첫 배낭여행도 그랬다. 둘째 딸 모유 수유를 마칠 때쯤 남편에게 지겹도록 말했다.

"나 모유 수유 끝나면 배낭여행 갈 거야. 아이를 키우는 동안 아무 것도 못한 시간에 대한 보상이 필요해."

주문처럼 되뇌인 말들을 포기하지 않고, 결국 나는 배낭을 맸다.

"태어나서 아빠가 설거지 하는 거 한 번도 못봤어요"

 지루한 명절을 앞두고 20대 발랄한 젊음들이 집에 놀러왔다.
 지루한 명절을 앞두고 20대 발랄한 젊음들이 집에 놀러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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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명절을 앞두고 20대 발랄한 젊음들이 집에 놀러왔다. 결혼을 한 30대의 나와 20대 친구 세 명이 커피를 사이에 두고 '결혼과 비혼'을 얘기했다. 세 명 모두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했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결혼요? 여자만 손해라고 생각해요."

"태어나서 아빠가 설거지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 없어요. 엄마도 평생 직장을 다녔는데, 엄마 혼자서만 집안일을 다했어요. 365일의 가사노동을요.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남자들 중에 '집안일을 돕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나는 "남자는 뭐가 손해일까?"라고 물었더니 옆에 앉은 친구가 "노예가 생기는 데 뭐가 나빠요?"라고 되묻는다.

"그래도 노예라는 말은 너무 심하지 않아?"

그리고 나한테 이렇게 덧붙인다.

"언니처럼 그나마 진보적인 남자랑 결혼해도 언니가 손해인 것 같아요. 둘이서만 행복하기도 어려운데, 결혼과 동시에 따라오는 남자 가족들은 더 싫고요. 삶이 의무로 가득 채워진 것도요."

나는 노예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면서도 통쾌함을 느꼈다. 결혼 안에서 특히 육아는 여성의 돌봄노동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남자가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드물어도 너무 드무니까.

같이 있던 20대 남자친구에게 "'노예'라는 말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더니 "노예까지는 아니지만, 남자가 누리는 게 훨씬 더 많은 거 같다"며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결혼으로 구속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형식적으로 굳이 해야 한다면 엄마가 뿌려놓은 부조금의 문제가 있긴 한데요. 나에겐 의미 없는 돈이지만, 엄마가 아까워 하니까 비혼식을 해서라도 회수할 거예요. 혼자 해도 좋고, 아니면 비혼주의자 친구들이 같이 해도 좋고요."

주위의 친구들만 봐도 10명 중 6~7명은 비혼주의자라고 했다.

"사람들한테 결혼 안 한다고 하면 나이 들어서 외롭지 않겠냐며 걱정하는데, 어차피 결혼한 사람들을 봐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 같아요. 우리 또래들은 비혼주의자들이 많아서 나이가 들어도 외롭지 않을 거예요."

"결혼해서 생기는 가족이 주는 안정감을 누리고 싶진 않아?"

"불행한 부모가 준 상처가 더 많아요. 혼자 살아도, 결혼을 해도 어차피 삶은 불안할 거 같아요. 굳이 가족이 필요하면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살면 돼죠."

똑같이 불안하다면, 차라리 비혼을 택할래

 영화 <가족의 탄생>은 피 한방울 안 섞인 이들이 어떻게 '가족'으로 묶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화 <가족의 탄생>은 피 한방울 안 섞인 이들이 어떻게 '가족'으로 묶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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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은 <이상한 정상 가족>에서 "비혼의 급증은 개인화의 결과가 아니라 불안정해진 삶의 표현"이라며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기댈 유일한 언덕은 '사적 안전망'인 가족이었다"고 말한다.

삶이 불안정해서 가족을 꿈꾸었으나, 똑같이 불안정하다면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으로 '비혼'을 선택할 걸까.

현재는 가족의 개념이 달라졌다. 가족을 구성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수였다면, 지금은 선택인 것이다.

2006년에 나온 영화 <가족의 탄생>이 떠오른다. 처음 영화 제목을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이 아니라,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사는 가족이 된다. 결혼과 출산을 통한 가족의 '유지'가 아닌 새로운 가족이 '탄생'한 것이다.  

외로운 사람들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가족임을 말하고 싶은 영화 <가족의 탄생>. 결국 비혼도 단순히 결혼제도의 반대를 넘어서 또 다른 모습의 '가족의 탄생'이 아닐까.

물론 내가 만난 20대지만, 지금 내가 20대라도 비혼을 선택할 것이다. 결혼이 주는 하나의 길보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다채로운 길을 가보고 싶다. 어떤 길이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가를 지불해야 할 테지만.

"여기에 비혼주의자 한 명 더 있어."
"누구요?"

친구들이 물었을 때 이제 아홉살이 되는 둘째 딸을 가리켰다. '미혼'으로 길들여진 세상에 '비혼'이라는 단어가 생겼듯이 내 딸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언어가 탄생할까?

"명절 날 뭐 할거야?"
"혼자서 뒹굴뒹굴하다가 보고 싶었던 영화나 실컷 봐야죠."

그럼 나는? 혼자 뒹굴며 보고 싶은 영화도 많지만, 결혼을 선택했으니 찌찜이나 노릇노릇하게 구워야지.

[비혼주의자로 한국에서 살아남기]
① '왜 결혼 안 하니' 물으면, 마돈나처럼 대꾸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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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쓸 때는 은둔자가 되고 싶으나, 그저 사람을 좋아하는 여인. 곧 마흔, 불타운 유혹의 글쓰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