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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청소와 경비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용역노동자들이 1월 급여를 받고 실의에 빠졌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월급이 오르기를 기대했으나 지난해 보다 크게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오히려 월급이 줄어들기도 했다.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는 지난 7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이 인상됐음에도 온갖 불법과 편법, 꼼수로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례를 공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KDI 청소노동자들이었다. 이날 이들은 KDI의 용역회사인 한국자산관리산업(주)이 청소노동자들과 2018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지난해까지 지급해 오던 복리후생비를 주지 않아, 최저임금이 인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임금총액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이 공개한 '표준근로계약서'를 보면 기본급을 158만3883원으로 하고, 상여금과 기타급여(제수당)는 '없음'으로 되어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KDI와 한국자산관리산업(주)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표준근로계약서'는 업무 처리 편의상 그렇게 작성했지만, 그와는 별도로 복리후생비(식대와 교통비)를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 뒤 한국자산관리산업(주)은 1월 급여가 지급되는 9일 청소노동자들에게 식대 8만7998원과 교통비 4만3999원이 포함된 세전 표준 임금 171만5880원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7만 원가량이 인상된 금액이다. 근로계약서도 새롭게 작성키로 했다.

한국자산관리산업(주) 관계자는 "인상된 최저임금 때문에 복리후생비를 주지 않아 임금총액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구두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에서 이를 믿지 않고, 월급을 받기도 전에 언론에 공개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호경 공공운수노조 대전일반지부장은 "구두약속을 했다고 하지만 듣지 못한 노동자도 있고, 그 마저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 과연 얼마를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노동자들은 알지 못했다. 표준근로계약서를 그렇게 작성했지 않았느냐"면서 "뒤늦게라도 복리후생비를 지급한 것은 다행이지만, 국책연구기관에서 이렇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본급 책정에 있어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했는지, '최저임금'을 적용했는지도 논란이다. 김 지부장은 "지난해까지는  KDI가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 기본급을 책정했는데, 올해는 최저임금을 적용해 기본급을 책정했다. 공공기관에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곳은 찾아보기 드물다"며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16.4%이지만 KDI청소노동자들의 임금 인상률은 4% 수준인 7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KDI측은 2018년에도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다만, 입찰과정에서 발생한 낙찰률 88%를 적용하면서 최저임금과 차이가 크지 않을 뿐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적용 시중노임단가는 1일 6만8899원이다.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8612원이다. 2018년 최저임금 시급 7530원 보다는 훨씬 높다.

그런데 입찰과정에서 약 88% 수준으로 임금이 줄어 기본급이 158만3883원으로 책정됐다. 최저임금 월 157만 3770원 보다 약 1만113원 정도 높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한 달에 1만원 더 주면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했다'고 하는 게 국책기관에서 할 말이냐"고 따졌다.

이 뿐만이 아니라 KDI 용역 노동자들 중에서는 올해 오히려 임금이 삭감된 노동자도 있다. 경비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최근 받은 1월 급여가 지난해 보다 3000원 가량 삭감됐다. 최저임금이 인상됐음에도 임금이 오르기는커녕, 삭감된 것에 대해 억울해 하고 있는 상황. A씨 외에도 임금이 삭감된 경비업무 노동자는 더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국자산관리산업(주) 관계자는 "KDI에서 경비 업무 근로자들의 실제 업무 시간을 정확히 조사해서 책정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즉, 경비 노동자들의 야간 휴게시간을 조사해 보니 3시간이 아닌 4시간으로 조사되어, '야간근로시간급여' 및 '야간수당'을 줄였다는 것. 이 관계자는 "KDI에서도 급여 총액이 줄어드는 것을 배려해 1만8000원씩 급여를 인상했다"고 덧붙였다.

KDI 관계자도 "야간휴게시간을 3시간에서 4시간으로 1시간 조정한 게 맞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 보다 임금이 줄어든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호경 대전일반지부장은 "최저임급법 제6조 제2항은 '사용자는 이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에서 이런 편법을 쓰면서 최저임금을 무력화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느냐"며 "고용노동청의 강력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그:#최저임금, #KDI, #한국개발연구원, #청소용역노동자,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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