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과 함께 한국이 강세인 쇼트트랙 종목 역시 지난 10일부터 막을 올렸다. 우리 국가대표팀의 출발은 좋았다. 임효준이 1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정수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개인전 금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예선전만 치른 여자 대표팀도 시작이 좋았다. 김아랑과 심석희는 주종목이 아닌 탓에 500m에서 아쉽게 예선 탈락 했지만 에이스 최민정이 실력을 발휘했다. 최민정은 1위로 예선전을 통과하며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500m의 강력한 라이벌인 엘리스 크리스티(영국)보다 좋은 기록으로 예선을 전체 1위로 통과했다.

여자 대표팀 경기의 백미는 3000m 계주 예선이었다. 레이스 초반 이유빈이 넘어지며 위기를 맞는 듯했지만 세계 최강팀은 무너지지 않았다. 곧바로 속도를 올려 1바퀴 이상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았다. 심지어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1위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넘어지면 1바퀴 반 이상이 벌어지는 쇼트트랙 종목의 특성을 감안하면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최민정과 심석희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투펀치를 앞세워 전 종목 석권을 노린다.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는 여자 대표팀이지만 소치 올림픽과 비교하면 익숙한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밝게 웃는 박승희 7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박승희가 훈련하며 밝게 웃고 있다. 2018.2.7

▲ 밝게 웃는 박승희 7일 오후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박승희가 훈련하며 밝게 웃고 있다. 2018.2.7 ⓒ 연합뉴스


소치에서 2관왕에 오르며 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해낸 박승희가 없다. 그러나 박승희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박승희는 쇼트트랙이 아닌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다.

박승희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화려한 경력의 선수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합해 총 9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박승희는 소치 올림픽 당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욕심을 냈다면 국내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 출전도 노려볼만 했지만 박승희는 올림픽 이후 과감하게 종목 전향을 택했다.

사실 쇼트트랙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는 것은 드문 사례가 아니다. 유소년 시절부터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두 종목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후 3대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이승훈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박승희처럼 세계 정상에 올랐던 선수가 바로 전향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 전향을 택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해당 종목에서는 성적이 여의치 않거나 재활을 위해 잠시 다른 종목을 훈련하다 전향을 택하는 경우가 다수다. 앞서 언급했듯 전향을 결정할 당시 박승희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정상급의 기량을 유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

 소치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의 박승희

소치 올림픽 2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던 시절의 박승희 ⓒ 대한체육회


또 한번 놀라운 일은 박승희의 기량이다. 전향을 택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2014년 말 박승희는 곧바로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에 선발되었다. 이후 꾸준히 기량을 유지한 박승희는 매해 국가대표 선발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박승희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주 종목은 바로 1000m다. 삿포로 아시안 게임에 출전해 해당 종목에서 6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승희는 1000m에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며 한국 빙상 최초로 두 종목 올림픽 출전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벤쿠버 2관왕' 이정수나 계주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이었던 최은경 등 뛰어난 커리어를 가진 쇼트트랙 선수들이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시도했지만 올림픽 출전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을 써내려 간 이승훈 역시 전향 전 쇼트트랙에서는 번번히 올림픽 국가대표 문턱에서 좌절하며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만큼 한국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의 문턱은 높다.

쇼트트랙 종목에서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던 선수가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전향을 택한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인데 다음 올림픽에서 바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게 된 것이다. 평창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선수는 어쩌면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박승희일지도 모른다. 박승희의 1000m 경기는 다가오는 14일 저녁에 펼쳐진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선수 생활 은퇴 계획을 밝힌 박승희의 아름다운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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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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