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포스터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충무로의 샛별 김태리가 주연을 맡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임순례 감독)가 오는 28일 개봉한다. 그에 따라 동명의 일본 영화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는 영화로 좀 더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계절별로 총 네 편이 제작돼 '여름과 가을' 편과 '겨울과 봄' 편으로 묶어 2015년 차례로 개봉했다. 두 편 합쳐 50개가 약간 안 되는 상영관에서 2만 명에 근접한 관객을 동원했으니 꽤나 입소문을 탄 셈이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계절과 음식의 생생함을 잘 표현했다. 모리 준이치 감독은 사계절을 잘 표현하기 위해 약 1년 동안 영화에 공을 들였다. 특히 깨끗한 설원 장면을 찍기 위해 사전 예약했던 곳에 사람 발자국이 남아 낙담했으나 우연히 좋은 배경을 찾아 촬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도 예사롭지 않다. 수유로 만든 잼, 밤조림, 멍울풀토로로, 낫토 떡, 방풍나물, 두릅 튀김 등 다양한 음식의 색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가라시가 직접 만든 음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리틀 포레스트> 음식으로 오감 자극하지만, 단순한 음식영화 아니다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의 한 장면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리틀 포레스트>가 더 돋보이는 것은 재료를 얻는 과정부터 모두 보여준다는 점이다. 땀을 흘리고 농사를 짓고 산을 돌아다녀야만 재료를 얻을 수 있다. 요리하는 장면은 오감을 자극한다.

주인공인 젊은 여성 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도시에서 살다가 고향 코모리 마을로 돌아왔다. 열심히 살지만 마음의 한 구석은 뭔가 불편하다. 낯선 도시에서의 삶에 실패해 '도망치듯' 온 이치코에게 코모리는 임시 도피처 같다. 코모리를 떠났다 돌아온 이치코의 남자 후배 유우타(미우라 타카히로)는 이치코에게 "자신이 몸으로 직접 체험해서 그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배운 것. 자신이 진짜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거잖아"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는 도시에서의 삶은 고향과는 다르다. 유우타 역시 코모리 바깥에서 이치코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지 모른다.

삶은 원이 아니라 나선, 제자리에 머문 적은 없다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의 한 장면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그랬던 이치코는 봄이 되고 훌쩍 코모리를 떠난다. 진취적인 마음으로 살 곳을 찾기 위해서다. 자신의 내면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다. 겨울이 끝나고 코모리를 떠났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코모리에서 겨울이 끝나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다음 겨울 식량을 준비하는 일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것이 코모리의 삶이다.

실패를 겪은 이치코는 처음에는 자신이 원처럼 제자리에 머문 것으로 생각했다. 그가 생각을 바꾼 건 삶이 원이 아니라 나선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다. 경험이라는 게 쌓이면 삶은 나선처럼 커졌다가 작아질 수는 있어도 제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코모리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이치코다. 그래서 <리틀 포레스트>는 단순한 음식영화가 아니다. 계절의 변화를 통한 한 청춘의 내면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어쩌면 자연과 부대끼면서 산 것이 이치코에게 삶의 쉼표를 줘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한국판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어떤 모습일까. 임순례 감독은 편안함과 힐링, 자극과 폭력이 만연한 한국영화판에 줄 수 없는 것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일상에 지친 여성이 고향에 돌아오는 원작은 같지만 한국 정서로 옮겨온 웃음코드가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국에 이런 장르의 영화가 최근 지속적으로 부재한 가운데 <리틀 포레스트>가 관객에게 어떤 힘을 줄지 기대된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의 한 장면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의 한 장면 ⓒ 영화사 진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하시모토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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