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아스널 아스널이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졸전 끝에 패했다.

▲ 무너지는 아스널 아스널이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졸전 끝에 패했다. ⓒ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암흑기의 도래일까. 아스널이 점점 '강팀의 아우라'를 잃어버리고 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지난 10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에 0-1로 패했다.

아스널은 오랫동안 '런던 최강'으로 군림해왔다. 그중 북런던에서는 언제나 토트넘보다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토트넘보다 낮은 순위로 마감하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올 시즌도 토트넘이 승리하는 시나리오로 끝날 분위기다. 토트넘과 아스널의 승점 격차는 무려 7점차까지로 벌어졌다. 아스날의 2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가 가까워지고 있다.

벵거와 '아름다운 이별' 적기 놓쳤다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널과 장기 집권 중인 벵거 감독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널과 장기 집권 중인 벵거 감독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아스널은 최근 스벤 미슐린타트, 라울 산레이 등 이름있는 디렉터를 영입하며 벵거 감독의 영향력을 점차적으로 줄여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부족하다.

여전히 수장은 벵거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인데 벵거 감독은 아스널에서 22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물론 벵거 감독은 아스널과 프리미어리그에 혁신적인 영향을 끼친 지도자다. 이 기간 동안 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7회 등 아름다운 축구를 이식시키며 아스널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러나 최근 몇 시즌 동안 보여준 벵거 감독의 지도력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고 있다. 아스널은 2016-17시즌 리그 5위에 그쳤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7시즌 연속 16강에 머물렀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과의 16강전에서 1, 2차전 합계 2-10으로 패하는 등 실망스런 결과를 냈다.

벵거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한 브리티시 코어 정책은 대실패로 끝났다. 아론 램지와 잭 윌셔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시오 월콧,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은 아스널을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알렉스 이워비, 대니 웰벡, 그라니트 자카 등 수준 이하의 선수들을 향한 지나친 믿음은 독으로 작용했다. 베스트11 구성부터 문제점 투성이다. 

아스널 수뇌부는 지난해 여름 계약이 만료된 벵거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곧바로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적기를 놓친 것이다. 벵거 감독의 장기집권은 오히려 아스널을 추락시키고 있다.

아스널을 제외한 빅6 팀들은 벵거보다 훨신 우수하고 진보적인 감독을 선임했으며, 스쿼드 보강을 위해 지갑을 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스널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지출보다 수입이 더 많았다.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세아드 콜라시나츠(자유계약)를 영입하는 데 그쳤다. 소극적인 투자로는 빅클럽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또, 알렉시스 산체스를 거액으로 이적시키지 못하며 변화를 꾀할 타이밍을 한 박자 놓친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산체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야 헨릭 미키타리안과 스왑딜을 통해 맨유로 이적했다. 산체스를 만약 여름에 판매했다면 최소 7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챙기고 다른 선수에게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이번 겨울 피에르 에메릭 오마베양, 헨리크 미키타리안을 스쿼드에 추가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기대를 모은 오바메양-미키타리안 콤비는 올 시즌 가장 중요한 토트넘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침묵했다.

형편없는 수비력, 좋은 성적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 연합뉴스


강팀의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수비 조직력은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 부임한 이후로 최악에 가깝다.

토트넘전은 경기 내용에서 의심할 여지 없는 '완패'였다.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벵거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버리고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섰다.

전투적이고 활동량이 좋은 모하메드 엘네니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시켜 4-3-3 포메이션으로 토트넘의 공세에 대응했다. 측면에 포진한 메수트 외질과 헨릭 미키타리안까지 깊숙하게 내려와서 수비 가담에 집중한 끝에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하지만 수비력이 약한 아스널이 경기 종료까지 견고한 방어벽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아스널 수비는 '호러쇼'를 선보였다. 후반 4분 벤 데이비스의 얼리 크로스와 해리 케인의 헤더슛을 너무 쉽게 내줬다. 이러한 실점 장면은 익숙하다. 

선제 실점 이후의 경기력은 더욱 심각했다. 아스널 수비진은 정신적으로 흔들리며 토트넘에 수많은 슈팅 기회를 열어줬다. 골키퍼 페르트 체흐의 결정적인 슈퍼세이브가 아니었다면 대량 실점은 불가피했다. 이도 저도 아닌 벵거의 전술적 패착과 최악의 수비 조직력이 빚어낸 참사였다.

아스널은 올 시즌 리그 27경기 36실점으로 빅6 가운데 최다 실점률을 기록 중이다. 벵거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기 스리백 전환이라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분기점을 마련했고, 마지막 공식 대회 10경기에서 9승 1패를 거두며 FA컵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결과를 기반으로 올 시즌 초반에도 스리백으로 나섰다. 하지만 수비에서 다시금 문제점이 발생했다. 벵거 감독은 모든 조합을 실험했다. 나초 몬레알을 센터백으로 돌렸으며, 주전들의 부상이 겹치자 불가피하게 롭 홀딩과 칼럼 체임버스 등 백업 자원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했는데 모두 신통치 않았다. 

결국 벵거 감독은 지난 시즌 실패했던 베예린-코시엘니-무스타피-몬레알로 구성된 포백으로 회귀했다. 올 겨울 이적 시장에서 즉시 전력감에 해당하는 수비수 영입을 생략한 채 실패한 포백 조합으로 밀고 나온 벵거 감독의 선택은 악수였다. 

'강팀에 약하고 약팀에 약한' 아스널

수비에서의 문제점은 들쭉날쭉한 경기력과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강팀에는 약하고, 약팀에도 약한 것이 아스널의 현 주소다.

아스널, 올 시즌 EPL 빅6 상대전적
1-1무 vs 첼시(중립) – 커뮤니티 실드 (승부차기 우승)
0-4패 vs 리버풀(원정) – EPL 3라운드
0-0무 vs 첼시(원정) – EPL 5라운드
1-3패 vs 맨시티(원정) – EPL 11라운드
2-0승 vs 토트넘(홈) – EPL 12라운드
1-3패 vs 맨유(홈) – EPL 15라운드
3-3무 vs 리버풀(홈) – EPL 19라운드
2-2무 vs 첼시(홈) – EPL 22라운드
0-0무 vs 첼시(원정) – 리그컵 4강 1차전
2-1승 vs 첼시(홈) – 리그컵 4강 2차전
0-1패 vs 토트넘(원정) - EPL 27라운드

아스널은 빅6와의 올 시즌 맞대결에서 2승 5무 4패에 그치고 있다. 안토니오 콘테의 첼시를 맞아 무패를 거뒀지만 맨시티, 맨유, 리버풀, 토트넘에는 모두 한 차례씩 무너졌다. 모든 팀들이 아스날을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패한다.

그렇다고 아스널이 약팀에 강한 것도 아니다. 스토크 시티(0-1패), 왓포드(1-2패), 노팅엄 포레스트(2-4패, FA컵), 본머스(1-2패), 스완지 시티(1-3패) 등에게 덜미를 잡힌 것은 단순한 불운이라기보단 실력의 문제다.

EPL 원정 성적 순위 아스널이 원정에서 3승 4무 7패로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 EPL 원정 성적 순위 아스널이 원정에서 3승 4무 7패로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원정 성적은 더욱 처참하다. 리그 14경기에서 3승 4무 7패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가운데 10위에 해당하며, 경기당 평균 승점 1.07점을 챙기고 있다.

들쭉날쭉한 경기력도 아스널의 문제점이다. 일주일 전 에버턴에 5-1로 대승할 때만 해도 미키타리안(3도움), 오바메양(1골) 효과가 나왔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다음 라운드 토트넘전에서 아스널의 공격력은 제대로 된 힘 한 번 쓰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지난달 21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아름다운 축구로 4-1 대승을 거둔 아스널은 10일 뒤 스완지 시티 원정에서 1-3으로 패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아스널의 최다 연승은 고작 2연승이 전부다. 3연승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승리와 승리 사이에는 꼭 한 차례씩 무승부나 패배가 끼어있다.

아스널이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스널 EPL 토트넘 북런던 더비 벵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뢰도 있고 유익한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