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에 있을 법한데 없는 채널도 있다. 현재 케이블 TV 채널은 211개에 달한다. 네이버가 제공하고 있는 방송편성표 채널 수가 그렇다. 211개 채널에는 4개 종합편성채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므로 정확하게는 드라마, 영화, 뉴스, 스포츠, 다큐 등 특정 영역을 방송하는 전문편성채널이 211개가 되는 것이다.

채널 수가 많다보니 전문분야도 다양하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예를 보자. 스포츠 영역에는 골프 채널도 있지만 당구채널도 있다. 레저 영역에는 낚시채널과 바둑채널이 각각 2개씩 있고 등산, 승마 채널과 함께 장기채널도 있다. 또 교양과 정보영역에는 3개의 애완동물채널이 있고 오락영역에는 성인가요채널도 있다. 공공영역에는 국회, 국방, 복지, 법률, 청소년 등의 채널도 있다. 마치 우리 사회 제반 분야가 스스로의 전문편성채널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전문편성채널이 있을 법한 데 없는 분야도 있다. 국악이 그렇다. 국악은 승마, 장기, 성인가요 등은 물론 여타 대부분의 전문편성채널 분야와 본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국악이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우리의 전통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1개의 전문편성채널 중에 국악채널은 없다.

케이블TV 방송계에서 국악은 더부살이 신세에 처해 있다. 상황은 이래도 국악콘텐츠를 정규적으로 내보내 주는 케이블 방송이 있기는 하다. 예술TV Arte가 그것이다. Arte는 순수예술채널이며, 편성 내용은 클래식과 국악 등 음악 콘텐츠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Arte의 프로그램 중 국악콘텐츠 편성 비중은 10% 내외로 아주 미미하다. 그나마 시청이 많은 시간대와 요일에는 국악 콘텐츠를 편성하지도 않는다. 국악 콘텐츠는 주중 오후 2-3시대와 자정 이후 편성하고, 주말은 자정 이후 고작 1-2편을 편성할 뿐이다.

클래식음악 전문 채널 Arte, 국악은 더부살이 신세일 뿐

'국악TV 개국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의 홍보물 페이스북 클럽 '국악TV 개설을 응원하는 사람들' 페이지에 게재된 화면 캡처

▲ '국악TV 개국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의 홍보물 페이스북 클럽 '국악TV 개설을 응원하는 사람들' 페이지에 게재된 화면 캡처 ⓒ 국악TV 개설을 응원하는 사람들


Arte는 순수예술을 표방하지만 실상 클래식음악 전문채널이다. 그러므로 전문편성방송계에서 현재 국악은 클래식음악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의 전문채널이 없기에 빚어진 상황이다. Arte도 순수예술을 표방하는 공익채널로 선정되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국악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다. Arte의 편성내용이 이를 말해준다.

곁가지는 본류가 아니다. 자칫 가지치기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래서 더부살이로는 스스로의 꿈과 세계를 펼치기 어렵다. 정부는 전문편성방송계에서 국악을 언제까지 더부살이 신세로 방치할 것인가? 승마채널도 있고 장기채널도 있는데 국악채널이 없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 우리 전통음악의 가치와 의미가 이 정도 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인가?

국악계의 소망,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최근 페이스북에 '국악TV개국을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는 클럽이 생겨나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리고 이 클럽이 벌리고 있는 '국악TV 개국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악TV 개설 문제가 국악계의 뜨거운 현안으로 대두된 것이다. 환언하면, 매체 환경의 열악함을 극복하려는 국악계의 절실한 소망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악 전문 방송은 라디오 채널인 국악방송이 유일하다. 국악방송은 1998년에 국민의정부가 '새문화정책사업'으로 추진하여 2000년에 개국하였다. 국악방송 개국이 국민의정부 시절 국악진흥을 위한 정책적 의지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기대에 걸맞게 국악방송은 그간 국악과 전통공연예술의 전승과 창작 활성화,그리고 대중화를 이끄는 인프라로 기능해 왔다.

이제 다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 내에서도 특히 문화예술정책을 다루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무형문화유산을 다루는 문화재청은 각각 국악의 유관부서로서 국악TV의 개설 문제에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역할에 보다 능동적인 의지와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리하여 문재인정부가 국악 등 전통문화예술진흥에 결코 소홀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한다.

국악방송 전통예술 케이블TV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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