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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진료실에서 저희 직원이 환자에게 스케일링에 관해 설명하는 얘길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이 스케일링 받으러 오셨다고 생각하고 제가 구석구석 깨끗하게 치석을 제거해드리겠습니다. 아프시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세요."

환자는 친절한 직원의 설명에 고마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스케일링을 받으시는 동안은 상당히 괴로운 표정이었습니다. 중간중간 힘든 기색을 내비치시거나 신음들이 옆에서 다른 환자분을 치료하는 제 귀에도 들려서 몇 번이고 돌아보게 됐습니다.

병원을 경영하는 원장 입장에서 환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직원이 부모님처럼 생각하며 스케일링을 해드린다는 데는 달리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 말을 했던 직원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테니까요.

진심 어린 마음, 구석구석 깨끗하게 치석을 모두 제거해준다는 마음은 틀리지 않아 보이는데 스케일링을 받는 환자의 모습은 몹시 힘들어 보였던 겁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요?

스케일링을 받긴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면 치과에 방문하는 걸 미루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치과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게 아닙니다.

치과에 오기를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누구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문제는 입안이 뇌와 가장 거리가 가까운 부위라는 겁니다. 입안을 벌리거나 열었을 때 우리는 위축되고 두려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치료를 위해 소공포라고 부르는 구멍 뚫린 천을 얼굴위에 덮게 된다면 시각정보가 차단되면서 두려움과 소리에 대한 공포가 최대로 끌어올려 지고 청각이 매우 예민해지게 됩니다.

치과에 내원한 환자분 중에 치석이 심하게 침착돼 있는데 스케일링을 받지 않으시겠다는 이유를 여쭤보면 대부분 이런 대답들을 들려주십니다.

"스케일링 한번 받았다가 온종일 잇몸이 쑤시고 아파서 고생한 뒤로는 받지 않았습니다."

아프고 피가 많이 나고 잇몸을 들쑤시는 힘든 치료라는 오해를 가장 많이 받는 치료가 스케일링입니다.

제가 직접 스케일링을 받기 위해 유니트 체어에 누워보니 환자의 심정이 어떤 건지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환자분들은 40여 분간의 긴 시간 동안 시리고 시큰거리는 스케일링을 참으면서 받으실까!"

참으로 존경스러운 마음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스케일링을 한 번 받는다고 모든 치석을 없앨 수 없습니다. 우리가 목욕탕에 매번 가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목욕탕에 가서 피부가 벗겨지도록 모든 때를 다 밀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왜냐면 다음에 또 목욕탕에 갈 거니까요.

그렇다면 때를 남김없이 모두 밀어 없애는 게 좋을까요? 아닙니다. 당연히 피부가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목욕을 하는 마치는 게 피부 건강을 위해 좋습니다.

스케일링을 시술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견해 차이가 존재합니다. 시술하는 사람은 남김없이 모든 치석을 제거하고 싶어 합니다. 스케일링을 받는 환자는 아프지 않은 스케일링을 원합니다.

남김없이 깨끗하게 치석을 제거하려면, 통상적인 스케일링 시술 시간 동안, 유니트 체어에 부착된 초음파 스케일러의 출력을 높일수록 유리합니다.

스케일링을 받는 입장에서는 초음파 스케일러의 출력이 낮을수록 시큰거리는 불편함이 덜할 겁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맞는 효율적인 초음파 스케일러의 출력으로 조절해서 받는 것이 적절합니다. 너무 출력이 높으면 시큰거리고 불편할 테고 너무 출력이 낮으면 치석이 치아 면에서 잘 떨어지지 않아 스케일링하는데 평균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지혜롭게 스케일링을 받는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팁은 스케일링을 받는 동안 이가 많이 시리거나 스케일러의 출력이 본인에게 강하다고 느끼신다면 왼손을 들고 의사표시를 한 후 조금 약하게 해달라고 얘기하시면 됩니다. 물론 치아 면에 부착돼서 단단해진 치석은 잘 떨어지지 않아 일시적으로 파워를 올려서 제거할 필요도 있습니다.

스케일러에 나오는 물의 양이 많은 경우에도, 미처 타액 배출기가 물을 빨아들이지 못해 고여 있는 경우, 삼키시느라 힘드실 겁니다. 이럴 때도 스케일러에서 나오는 물의 양을 조금 줄여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두 번째 팁은 스케일러의 출력이 적절한데도 아주 시리시다면 도포 마취 연고나 치과용 국소마취제의 도움을 받으시면 좋습니다. 도포 마취 연고가 치과에 구비돼있다는 전제하에서요. 도포 마취 연고를 바르고 잠시 기다렸다가 받으시면 시큰거리는 증상이 덜하답니다.

환자분에 따라서 염증으로 인해 잇몸이 내려가면서 치아의 예민한 부분이 노출되었거나 지난 기사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치아와 잇몸의 경계 부분이 패여 나갔거나 닳아 있는 경우에 더 시릴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팁은 스케일링을 두 번에 걸쳐, 혹은 더 나누어 받아도 됩니다.

치과에 치석 제거를 받기 위해 오랜만에 가신 거라면 당연히 자주 받았을 때보다는 많은 양의 치석이 끼어 있을 것입니다. 오래된 치석일수록 단단하게 부착돼 있어 제거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치석이 부착된 동안 잇몸 상태도 나빠져 있어 불편하게 느끼는 증상들이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스케일링(치석 제거술)이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치과 치료는 치아 당 치료를 하고 비용을 냅니다. 하지만 스케일링만큼은 모든 치아를 한꺼번에 치료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석을 제거함으로써 충치가 생기거나 잇몸질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추게 되기 때문에 치과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은 치료라고 환자분들에게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완벽한 스케일링 치료를 받았지만 당분간 스케일링이라면 생각도 하기 싫게 만드는 치료가 좋은가요? 아니면 다음에도 치과에 가면 스케일링부터 받아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스케일링이 좋은가요?

이번에 요행히 살아남은 치석, 다음에 또 제거할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답니다.


태그:#스케일링, #초음파 스케일러 출력, #가성비좋은 스케일링, #치과가 두려운 이유, #살아남은 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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