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아프리카 비하 발언이다." 
"김미화야말로 손 들고 반성문 써야 하는 것 아니냐."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한 방송사 개막식 중계를 맡은 김미화씨의 발언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지난 9일 방송된 MBC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 방송에서 박경추 MBC 아나운서, 허승욱 스포츠 해설위원과 함께 진행을 맡았다. 이날 김미화씨는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유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가득했던 개막식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각국 선수단이 무대 위에 입장할 때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 입장하는 가나 선수들을 보며 김미화씨는 "아프리카 선수들은 지금 눈이라곤 구경 못 해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많은 시청자들이 비판을 제기했다.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한 발언이라는 것. 허승욱 해설위원은 곧바로 "그렇지 않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스키장이 있는 것 아느냐. 곧 우리나라가 국제 대회를 하러 간다"라고 정정했지만 김미화씨의 사과 발언은 없었다.

올림픽 출전국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했던 발언

 가나에서 유일하게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아콰시 프림퐁(스켈레톤)이 9일 오후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해 임원진과 함께 가나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가나에서 유일하게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아콰시 프림퐁(스켈레톤)이 9일 오후 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해 임원진과 함께 가나 국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 소중한


방송 이후 MBC 공식 홈페이지, SNS, 포털사이트 등에 비판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동계 올림픽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전문성이 부족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특정 대륙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발언은 비판 받을 만한 일이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은 '88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이다. '88 올림픽' 당시를 생각하면 더욱 부끄러운 일이다. 당시 KBS 코미디 프로그램 <쇼 비디오자키>에서 인기를 끌던 코너 '시커먼스'에는 흑인 분장을 한 코미디언들이 등장해 개그를 펼쳤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88 올림픽'을 앞두고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폐지됐다.

이외에도 이날 김미화씨의 발언 중 "평창 올림픽이 잘 안 되길 바랐던 분들도 계실 텐데 그분들은 평창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손 들고 서 계셔야 한다", "한반도기에 독도가 사라졌다. 독도를 빼라고 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기 위해 그랬다고 하는데 (나는) 살짝 불만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정치 편향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 반면 이러한 발언들에 대해서는 속시원하다는 반응 역시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왔기에, 더욱 아쉬웠다

양정철 북콘서트에 함께한 김미화 방송인 김미화씨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 참석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의 저서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 양정철 북콘서트에 함께한 김미화 방송인 김미화씨가 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세상을 바꾸는 언어'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 참석해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의 저서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 남소연


앞서 김미화씨는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곤욕을 겪었다. 그는 2010년 자신의 SNS에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2011년에는 8년간 진행을 맡았던 MBC 라디오 표준FM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돌연 하차해야 했다. 김미화씨를 포함한 3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은 지난해 11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미화씨는 지난해 12월 3일 방송된 MBC 시사 프로그램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를 통해 6년 만에 MBC 방송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당시 김미화씨는 "라디오 하차 이후 3개월여 동안 꼼짝없이 누워만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미화씨가 '평창올림픽' MBC 중계를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았던 이유다.

그동안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던 김미화씨가 평창올림픽 개막식 중계진으로 돌아온 것에 반가워 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논란은 더욱 아쉽다. 이 때문이었을까. MBC 평창올림픽 중계방송 시청률은 7.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지상파 3사 중 가장 낮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미화
댓글6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