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쳔연잔디가 심어져 있다
▲ 전주자림학교 모습 쳔연잔디가 심어져 있다
ⓒ 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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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2월 말이면 전북 전주 덕진구에 있는 유일한 특수학교인 전주자림학교가 폐교된다. 한때 1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했던 전주자림학교가 내부적인 문제가 아닌 외부적인 문제로 20여일이 지나면 폐교된다.

전주자림학교는 은화학교와 함께 전북지역에 있는 대표적인 지적장애와 정서장애들이 재학했던 학교였다. 2009년도에 신축을 해서 교실, 운동장과 같은 시설들도 참 좋다. 부산에서 자녀를 이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기 위해 전주로 이사 온 학부모가 있을 정도다.

이런 좋은 학교가 한 다리 건너는 곳에서 일어났던 전주예림원 성폭행 사건으로 폐교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장애학생들에게도 비장애학생들과 또 같은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입장도 틀린 것도 없다. 전주자림학교는 전주예림원과 함께 자림복지재단에 속해 있다. 전주자림원 성폭행사건으로 자림복지재단이 법인인가가 취소돼서 전주자림학교도 문 닫는 것은 법 논리로는 아무 흠결이 없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들이 법 논리만 따른다고 해서 모두에게 이롭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뜻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재단 법인인가가 취소되면 그 산하 기관들은 모두 폐쇄되어야 한다는 사회복지사업법 조항 때문에, 전주자림학교 학생들은 집 앞에 있는 학교에서 매일 아침마다 1시간 이상 통학버스를 타야 하는 피해를 받아들 수밖에 없게 됐다. 혼자 신변 처리도 못하는 중증장애인학생들이 아침마다 기저귀를 차고 통학버스에서 1시간 이상을 보내야 한다.

또한 전주자림학교의 학생들이 전학을 간 은하학교에는 새로 다니게 된 학생들을 위한 교실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다. 한 학급에 유치부 4명, 초등부와 중학부는 6명, 고등부는 7명으로 한다는 법정정원을 초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데도 전북교육감은 장학사를 통해서만 보고만 받고 은하학교에 통학버스 한 대만 지원하는 것으로 끝이었다. 제대로 된 교실에서 학습활동을 할 수 없고 점심시간에 식사도 잘 할 수 없는 자녀들의 처지를 알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담을 몇 변이나 신청했지만 만나 주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전주자림학교는 신축한 지 10년도 안 되는 학교로 냉난방 잘 되는 교실, 넓은 강당과 천연잔디와 트랙을 갖추 운동장도 있다. 지적장애학생들과 정서장애학생들이 필요한 특별활동실도 잘 갖추어 있는 학교다. 이런 학교를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폐교되게 놔두는 것은 사회자원의 낭비로 볼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의 의견처럼 전주자림학교 시설들을 활용해서 새로운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인 해결책이다.

전주에 특수학교들이 많다며 새로운 특수학교가 필요 없다는 것이 전북교육청의 입장이다. 특수학교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특수학교가 아니다. 청각, 시각, 지체 등 다른 장애학생들이 갈 수 있는 특수학교가 따로 있다. 전북교육청은 통합교육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물론 비장애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통합교육 하는 것이 특수교육의 참 모습이지만, 중증이나 최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은 통합교육을 받기는 어렵다. 이런 것들은 특수교육에 있어서는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대한장에인신문



태그:#교육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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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6월 20생 우석대 특수교육과 졸업 서울디지털사이버대 사회복지과 졸업 장애인활동가. 시인. 시집: 시간상실 및 다수 공저. 에이블뉴스에 글을 기고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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