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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2월 9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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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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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미투'바람이 불고 있다. 검찰 내부의 성추행 폭로를 시작으로 여러 분야에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문단에서도 '미투' 바람이 불었다. 폭로의 대상자는 'En'으로 칭해졌지만 이 표현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En'으로 표현된 인물의 행동을 담은 시가 등장한 후 인터넷은 'En'이라는 검색어와 '고은'이라는 검색어로 뒤덮였다. 'En'으로 표현된 인물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파문은 큰 충격이었다. 지난 6일 고은 시인은 언론을 통해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을 두고 대중도, 문단도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출판사 <문학과 지성>의 대표인 김병익 평론가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파문에 대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잘못됐다. 나는 그의 의견이 왜 잘못되었는지를 말하고 싶다.

'새삼 까발리는 게 좋은 일이냐'고?

김병익 평론가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 파문에 대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내가 늙고 보수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뛰어난 예술가들의 업적은 존중하되 그들의 약점이나 실수는 보호하는 사회적 미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없던 일이 생긴 것처럼 새삼스럽게 까발리는 게 과연 좋은 일인가 싶다. 고은 선생은 옛날부터 술좌석에서 시끄럽고 난잡스러웠다. 그건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갈수록 세상이 속류화되는 것 같다."

그의 말은 오해의 소지가 많다. 그의 주장을 정리해보자면 '뛰어난 예술가의 약점과 실수를 사회적으로 눈감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감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김병익 평론가는 '약점'과 '실수'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만약 고은 시인이 성추행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실수나 약점 아니라 범죄다. 또한 이런 행동이 한 번 일어난 것이 아니고 수차례 반복되어 왔다면 실수가 아니라는 것은 더욱 명확해진다.

김병익 평론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없던 일이 생긴 것도 아니"라며 폭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더 큰 문제다. 문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범죄에 대해 당연시 여기는 태도일뿐만 아니라, 이를 문제제기 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김병익 평론가는 이를 통해 "세상이 속류화 되는 것 같다" 말했지만 오히려 그의 말은 스스로가 얼만큼 '속류화'되었는지를 보여줄 뿐이었다.

그는 고은 시인에 대해 "옛날부터 술좌석에서 시끄럽고 난잡스럽다"고도 이야기 했다. 술자리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표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즐거움을 핑계로 여성을 추행하는 것은 범죄다. 만약 그런 범죄가 일어났다면, 고은 시인이 아닌 누구라도 쉽게 넘어가선 안 된다. 김병익 평론가가 주장한 것처럼 이를 예술가의 약점이나 실수로 생각하고 사회가 보호해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인 고은이기 이전에 인간 고은태의 문제다

김병익 평론가의 말은 비단 앞의 한 부분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예술에서 도덕적 청렴함이 반드시 플러스가 되는 건 아니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스스로의 약점, 욕망, 좌절 같은 것 때문에 예술이 오히려 깊어질 수 있다. 잘못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게 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사례를 뛰어난 예술가들에게서 많이 본다. 실수나 좌절감, 혹은 주체할 수 없는 욕망 때문에 스스로 성찰하고 깊이 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고, 그런 고통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에서 한 작가의 위대성이 드러난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 가령 출판사 사장이 책 내준다고 꾀어 여성 문인을 어떻게 했다면 그건 문화권력을 이용한 거니까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예술가의 광기와 열망, 좌절감이나 감정의 분류(奔流)에 의해 발생한 어떤 사태에 대해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그의 문학까지 비난한다든가 사회적으로 공개 힐난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김병익 평론가의 인터뷰를 읽다보면 그는 "고은 시인이 잘했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예술가의 감정에 의해 벌어진 일이고, 이를 통해 더 발전된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다. 그의 실수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문학까지 비난하고 사회적으로 힐난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이번 파문은 시인 고은의 문제가 아닌 인간 고은태의 범죄행위가 문제가 된 것이다. 김병익 평론가는 한국 사회가 이 사건을 통해 고은 시인의 작품을 폄하하거나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그의 작품을 논하는 것이 아닌 그의 잘못된 행동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익 평론가의 논점은 어긋났고, 그가 사건을 보는 방식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예술가가 스스로의 실수나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통해 자신을 성찰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만약 성추행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예술가로서 성찰을 이뤄냈다면 그것을 사회가 묵인해야 할까? 범죄는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범죄다. 범죄행위를 예술가의 성찰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의 주장처럼 시인 고은의 작품이 폄하받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번 문제를 시인 고은이 아닌 인간 고은태의 문제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고은 시인이 그동안 우리 문단에 내놓은 작품이 훌륭할 지 몰라도, 만약 그의 부도덕한 행위가 있다면 작품을 통해서 이를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선량한 이들이 매도받는다'? 그럼 명확히 밝혀야

고은 시인의 문제가 폭로된 이후 몇몇 문인들은 이번 폭로에 대해 '다수의 선량한 문인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매도되지 않길 바란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고은 시인의 문제로 인해 다른 문인들이 피해를 보거나 문단에 대한 불신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노파심으로 폭로를 부당한 행위라 말해서는 안 된다. 최근 벌어진 폭로들은 문단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닌 것을 아니라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줬다. 고은 시인에 대한 폭로도 부당한 행위가 아니라 문단 내의 새로운 용기인 것이다. 문단 내에 실제로 이런 문제가 존재한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또한 고은 시인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이라 해서 이번 사건을 쉬쉬하고 덮어서는 안된다. 고은 시인과 같은 문인이 성추행 파문으로 얼룩진다는 것이 당장은 문단에 실이 되는 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조용히 넘어간다면 문단 내에 비슷한 사건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대표 문인의 잘못을 면밀히 살펴야 문단이 가지는 투명성이 입증될 수 있다.

비단 고은 시인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사건이 벌어진 후 문단 내에서 '없던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덮어왔던 문제라고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문단 내의 다른 사건은 없는지, 그간 문단 내에 퍼져있던 안일한 문화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선량한' 다른 문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이 문학계 성추행 사실을 폭로 하고 있다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이 문학계 성추행 사실을 폭로 하고 있다
ⓒ Jtbc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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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예술가라도 범죄는 범죄일뿐이다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또한 이런 잘못된 일들이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폭로들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문화들을 고쳐나가야 한다.

이런 문화의 변화에서 문단도 예외일 수 없다. 고은 시인의 문제를 철저히 조사하고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면 그에 따른 죄값을 치르는 것이 마땅하다. 만약 이런 잘못을 고은 시인의 지위 때문에 무마하려 한다면 문단의 잘못된 문화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또한 문인들 스스로 잘못된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 김병익 평론가의 주장과 같은 어불성설로 스스로의 잘못을 예술가로서의 성찰이나 욕망으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범죄는 범죄일 뿐이다. 어떤 사유로도 범죄는 미화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작은 눈으로 보는 큰 세상에도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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