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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지도위원의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KTX 해고 승무원
 김진숙 지도위원의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는 KTX 해고 승무원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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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서 처절한 싸움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보편적인 희망을 이야기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새로운 정책으로 비가시화됐던 존재들의 문제가 일부 해소되는 측면을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배제되고 소외된 사람들이 힘겹게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라는 이름으로 배제의 단어가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 존재의 권리를 입증하기 위해서 순서표를 뽑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사회, 우리는 모두의 희망을 논할 수 있을까?

코레일의 전원 복직 소식(관련 기사 : 코레일 노사, 해고자 98명 '전원 복직' 전격 합의)을 접하고 딱 반쯤만 기뻤고, 반은 여전히 참담했다. 오랜 시간 동안 해고 상태였던 노동자들이 새로운 코레일 사장의 취임 아래 복직의 절차를 거치게 되었다. 잘못된 정책은 정권에 상관 없이 이어졌고, 부당함을 입증하려는 노동자들의 시도는 번번이 사측의 해고 통보로 돌아왔다.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의 복직을 약속했고, 결국 철도의 공공성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은 복직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순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남았다. 나는 전원 복직 소식에 순진하게도 승무원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이 원만한 합의을 맞이한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십수년 전 부당해고에 대한 반발로 직장을 잃어버린 33명의 승무원들은 여전히 복직 대상이 아니었다. 왜 같은 회사에서 누구는 복직의 절차를 거치고, 누구는 여전히 기다려야 하는 사람으로 해석되었을까?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서 코레일 노사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열어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에 대해 논했다. 그간 미루어 봤을 때 코레일이 이들 승무원들을 아직 정규직에 대상으로 보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직접 고용의 대상을 국민의 안전,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직접 고용의 대상이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승무원들은 안전과는 무관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승무원들의 근무지가 코레일관광개발이기 때문에, 해고 노동자들 역시 코레일관광개발에서 해당 절차를 밟아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코레일은 자신의 회사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복직이라는 표현이 성립할 수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승무원을 직원으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두 가지 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다. 우선 첫 번째, 승무원들의 승객 서비스 업무는 반드시 생명 안전을 다루는 일이다. 서비스 업무와 안전 업무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일인데도, 시종일관 사측은 서비스업이 안전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레일이 생각하는 서비스업은 어떤 모습인가? 승객들이 아무도 보지 않는 상황에서도 묵례를 해야 하고, 엄격한 복장 규정을 지켜야 하는 것만이 서비스업인가?

승무원들은 사측이 부과한 과도한 서비스 속에서 승객 안전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작 객실 내에서 서비스 지침만 과중하게 부여하고, 안전 지침에 대한 논의를 외면한 쪽은 코레일이 아닐까? 승객을 대하는 일에 승객에 대한 안전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측에게 안전의 책임을 묻고 싶다.

두 번째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역사를 데려와야 한다. 십수 년 전 입사를 했던 승무원들은 코레일(당시 철도청)로부터 1년 계약 후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 말을 믿고 승무원들은 홍익회에 계약직으로 입사한다. 면접과 교육, 출무신고 등이 철도청에서 이뤄졌던 터라 신빙성 있게 느껴졌다.

2005년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바뀌면 승무원들도 코레일 소속이 될 것이라고 들었지만, 위탁 계약직 신분을 면치 못하고 급여도 삭감되었다. 객실 안에서 함께 일하는 코레일 직원에게 지시를 받는데도 여전히 이들의 신분과 급여, 휴일 체계는 본사 직원들과 달랐다. 부당함을 느끼고 노조 활동을 시작하며 직접 고용을 요구했지만, 코레일은 직접고용을 요구한 승무원 280여 명을 해고했다. 직접고용에 대한 책임은 지속해서 회피했지만, 볼멘소리를 하는 승무원들을 바로 해고할 수 있는 권한은 아이러니하게도 코레일에 있었다.

직접 고용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포부를 품은 채로 입사했던 이들은 사측의 지속적인 회유와 거짓말을 만나야만 했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코레일과의 공방은 십수 년을 거친 시간 동안 계속됐다. 2007년에는 코레일 소속 역무 계약직으로 입사하는 합의안을 이끌었지만, 당시 코레일 사장이 사퇴하면서 합의안이 무산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고공 농성을 벌이기도 했는데, 코레일은 또 다시 자회사 정규직을 제안하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지만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승무원들은 또다시 거짓말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이후 법정 공방으로 넘어가 서울중앙지법과 고등법원에서는 승무원들이 코레일 노동자라고 판결하면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그렇지만 4년 뒤 대법원에서  코레일과 승무원의 위탁 관계를 합법 도급이라고 인정하면서 사건의 결말이 뒤집힌다. 이들은 삽시간에 임금 명목으로 받았던 임시지급금을 제출해야 했으며, 1인 당 1억 원의 가까운 금액을 돌려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다행히 종교계의 중재로 최근 원금의 5%(약 300만 원)만 내기로 사측과 합의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직접 고용의 권역에서 벗어나 있다.

10년이 넘은 세월 동안 사측과의 직접 고용 약속을 뼛속에 새긴 채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몇 차례의 광풍이 불었지만, 이들은 쓰러지지 않았고 자신의 정당성을 삶으로써 보여주고 있다. 이제 당시 함께 약속했던 코레일의 달라진 변화만이 남았다. 사측은 약속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잘못을 범했지만, 여전히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존재한다. 사람을 외면하고 괄시하는 만행을 이번에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시작점으로 발판 삼아서 노사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아무쪼록 너무 많은 시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시간을 유예하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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