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10일 오후 3시 45분]

유도나 레슬링처럼 역사가 깊은 전통적인 투기 종목에서는 동양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종합 격투기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프라이드 FC'가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 일본의 고미 타카노리가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군림하기도 했지만 고미 역시 UFC로 무대를 옮긴 후에는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격투단체 UFC의 체급별 상위 15위까지의 순위를 보면 동양 선수는 모든 체급을 합쳐 단 3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3명은 모두 한국 선수다(웰터급의 김동현, 페더급의 정찬성과 최두호). 비록 선수층은 일본에 비해 얇지만 한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격투 선수를 셋이나 보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격투 팬들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호주에서 열리는 UFC 221 대회는 메인 이벤트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미들급 챔피언 로버트 휘태커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무게감이 줄었다. 하지만 아시아, 정확히 말하면 한·중·일 격투팬들에게 UFC 221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대형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12년 일본에서 열렸던 UFC 144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아시아 선수(5명)가 출전하는 UFC 넘버링 대회이기 때문이다.

'마에스트로' 김동현, 브라운 넘어 랭킹 진입까지?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는 한 명 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작은' 김동현으로 불리길 원치 않는 '마에스트로' 김동현이다. 2015년 UFC진출 후 2연패를 당했던 김동현은 2016년12월 브랜든 오라일리를 꺾고 연패에서 탈출한 후 작년 9월 프라이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고미를 단 90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UFC 진출 후 김동현의 첫 피니쉬 승리였다.

연패의 부진을 끊고 어느덧 연승의 기세를 탄 김동현은 UFC221에서 호주의 다미엔 브라운을 상대한다. 비록 메인카드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때로는 메인카드 초반 경기보다 더 높은 주목을 받는 언더카드의 메인이벤트에 배치됐다. 현지 격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만약 김동현이 브라운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다면 다음 경기는 랭킹에 들어 있는 강한 상대와 맞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동현이 상대할 브라운은 호주의 중소단체 BRACE와 XFC 라이트급 챔피언을 지낸 선수로 지난 2016년 3월부터 UFC에서 활동했다. UFC 전적은 2승3패로 UFC에서도 주로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동현이 두려워할 정도의 상대는 아니지만 홈경기의 이점이 있고 2연패로 궁지에 몰려 있는 만큼 절대 방심해선 안된다.

UFC 웰터급에서 유일하게 톱15에 포함된 아시아 선수는 '스턴건' 김동현(14위)이지만 현재 가장 뜨거운 UFC 웰터급의 동양인 파이터는 중국의 리징량이다. 레전드 FC 웰터급 챔피언 출신의 리징량은 2014년 5월 UFC 진출 후 최근 4연승을 포함해 6승2패를 기록하고 있다. 옥타곤에서 거둔 6승 가운데 4승이 KO승일 정도로 화끈한 타격 실력을 자랑한다.

이번 UFC 221에서 유일하게 메인카드에 배치된 동양 선수 리징량은 호주의 제이크 매튜스를 상대로 UFC 5연승과 3연속 보너스에 도전한다. 한편 일본의 히로타 미즈토, 이시하라 데루토, 아베 다이치는 각각 언더카드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다. 언더카드 첫 경기에 출전하는 아베 다이치는 지난 9월 한국의 임현규를 판정으로 꺾었던 선수다(임현규는 아베전 패배를 끝으로 UFC와의 계약이 해지됐다).

로메로와 락홀드, 챔피언 부재 속 미들급 패자 부활전

 1977년생 요엘 로메로가 이번 UFC221에서 락홀드에게 패하면 타이틀에 도전할 기회를 다시 얻기는 힘들 것이다.

1977년생 요엘 로메로가 이번 UFC221에서 락홀드에게 패하면 타이틀에 도전할 기회를 다시 얻기는 힘들 것이다. ⓒ 요엘 로메로 트위터


당초 UFC 221의 메인 이벤트는 챔피언 휘태커와 전 챔피언 루크 락홀드의 미들급 타이틀전이었다. 하지만 휘태커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랭킹 1위 요엘 로메로가 대체 선수로 투입됐다. 이제는 하도 자주 열려 별로 특별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잠정 타이틀전이다. 만약 휘태커의 공백이 길어져 오랜 기간 타이틀전을 치를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이 경기의 승자가 공식 챔피언으로 인정 받을 수도 있다.

시드니 올림픽 레슬링 은메달리스트 로메로는 4승1패의 전적으로 UFC에 진출해 무려 8연승 행진을 달렸다. 8승 중에 KO가 6번이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했다. 2015년 12월에 맞붙었던 자카레 소우자전(2-1 판정승)을 제외하면 크게 고전하는 경기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작년7월 휘태커와의 잠전 타이틀전에서 판정으로 패하며 타이틀을 얻는 데 실패했다. 불혹에 접어든 나이에 곧바로 타이틀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은 로메로에게는 엄청난 행운이다.

이에 맞서는 락홀드는 평화롭던 미들급 전선을 어지럽힌 원흉(?)으로 꼽힌다. 무패의 챔피언 크리스 와이드먼을 4라운드 KO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가 1차 방어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마이클 비스핑에게 허무한 KO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락홀드는 작년 9월 데이비드 브랜치를 꺾고 재기에 성공했지만 '비스핑 강점기'에 접어든 미들급은 한 동안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격투 팬들 입장에서는 챔피언이 없는 상태에서 조금은 허탈한 잠정 타이틀전이 됐지만 로메로와 락홀드에게는 이번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이번 경기에서 패하면 이미 만 40세가 된 로메로는 사실상 타이틀에 도전할 다음 기회를 얻기가 힘들어진다. 아직 비스핑에게 당했던 잔상이 격투 팬들에게 남아있는 락홀드 역시 로메로 같은 노장을 넘지 못하면 '챔피언감'은 아니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굳어질 수 있다.

한편 코메인이벤트에서는 '슈퍼 사모안' 마크 헌트가 8승 7KO의 전적을 자랑하는 1991년생 신예 커티스 블레이즈를 상대한다. 작년 6월 데릭 루이스를 KO로 제압하며 건재를 과시한 헌트는 신성 블레이즈의 도전을 뿌리치고 은퇴 전 마지막으로 타이틀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 현지 도박사들은 40대 중반을 향해가는 헌트보다는 젊은 블레이즈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승패를 떠나 육중한 헤비급 파이터들의 화끈한 타격전이 기대되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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