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김수정 대표가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옆에서 속기사가 김 대표의 말을 적어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수화통역도 제공하고 있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김수정 대표가 시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옆에서 속기사가 김 대표의 말을 적어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수화통역도 제공하고 있다.
ⓒ 조현대

관련사진보기


지난 2월 7일 오후 1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90명이 대한극장으로 속속 입장했다. 이들은 모두 '배리어프리 스마트폰 자막·화면해설 기기 시연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이날 독일의 '그레타앤스탁스(Greta&Starks)', 한국의 '싱크로(개훔방)', 일본의 '유디캐스트(UDCast)' 어플을 소개했다. 영화를 감상할 때 시각장애인의 경우 동작이나 표정, 그 외 시각장애로 인해 놓치는 부분을 음성으로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영화 대사를 자막으로 보여준다.

화면해설 프로그램은 폐쇄형과 개방형이 있다. 그 동안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장애인 관람데이'를 마련해 왔다. 매달 세 번째 주의 화·목·토요일에 인기 있는 영화를 시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상영했다. 이를 폐쇄형이라 하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을 제공해 영화를 상영한다. 시청각 장애인은 대부분 개방형으로 영화를 봐 온 셈이다.

 시연회가 열리는 영화관 내부.
 시연회가 열리는 영화관 내부.
ⓒ 조현대

관련사진보기


필자도 본 시연회에 참석했다. 시연회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개훔방)>을 관람하며 이뤄졌다.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미리 어플을 다운받았고, 각 20분씩 세 어플을 모두 실행해 보았다.

첫 번째 어플 '유디캐스트'는 어플을 다운 받고 실행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를 감상할 때 배우의 대사와 음악 소리에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어플 '싱크로(개훔방)'는 국내에서 만든 어플로, 상영 중에 가끔 끊어지는 경우가 있어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세 번째 어플은 '그레타'와 '스탁스'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그레타를 이용했다. 그레타의 경우 영화를 볼 때 소리가 너무 커 불편함이 있었고, 필자는 소리를 낮춰 영화를 감상해야 했다. 이를 제외하면 끊김 현상도 없고 영화를 관람하기에 제법 지장이 없었다.

 시연회 안내를 받기 위해 시청각 장애인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시연회 안내를 받기 위해 시청각 장애인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 조현대

관련사진보기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필자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아 자주 영화를 보곤 한다. 이 날은 활동 보조인과 함께 영화 <신과 함께>를 관람했다. 영화를 이해할 수 없는 필자는 활동보조인에게 지금 영화가 어떤 상황인지를 자주 물어봐야 했다. 이외에도 배우의 표정은 어떤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자주 물어봤다.

CG 효과가 많은 영화라 시각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였다. '살인지옥', '나태지옥', '거짓지옥' 등 '7지옥'의 단계별로 영화는 상영됐다. 그 중 첫 번째 살인지옥의 경우 시각적인 부분이 너무 많아 필자는 관람 도중 활동보조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옆 사람들이 방해를 받을까 걱정돼 그럴 수 없었다. 세 번째 '거짓 지옥'이 나올 무렵, 옆 사람이 "너무 시끄럽다"며 "떠들지 말라"고 했다. 활동보조인이 필자가 시각장애인이라 설명을 하느라 그랬다고 자초지종을 말하자 그는 "예"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활동보조인이 영화를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돈을 내고 관람을 하러 온 옆 관객에게 본의 아니게 영화 관람을 방해하게 돼 너무 미안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는 1627편이지만 그 중 배리어프리 영화는 단 29편에 불과하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청각 장애인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장애인 관람데이는 시간과 영화 종류가 제한적이다. 화요일 19시대, 목요일 14시대, 토요일 10시대의 영화만을 관람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시간에 맞춰서 영화를 관람해야 하고, 정해진 시간 외에 다른 때에는 영화를 감상할 수 없다.

앞으로 배리어프리 영화가 확대되고 좀 더 많은 영화가 제작된다면 시각장애인이 활동보조인과 함께 가서 편하게 영화를 볼 것이다. 또,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매우 좋아해 혼자 영화관을 찾는다 해도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영화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조속히 오기를 청각 및 시각장애인들은 기다리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시청각 장애인 4명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을 상대로 낸 차별구제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이 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제작업자나 배급업자를 통해 자막과 화면해설 파일을 받은 경우 화면해설 영화를 제공해야 한다. 이제 하루빨리 시청각 장애인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으면 한다. 원하는 어떤 영화든 비장애인과 함께 또는 혼자서도 마음껏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나는 어둠 속에서도 색채있는 삶을 살아온 시각장애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