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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은행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은행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년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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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분노했다. 그 동안 공공연하게 거론돼왔던 은행들의 채용비리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금융지주 회장 할아버지를 두지 못해서, 서울대·고려대·연세대(SKY) 출신이 아니어서 탈락의 쓴 잔을 마셔야 했을 이들을 위로하며 그 아픔에 공감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는 청년도 있었다.

8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은행 채용비리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봉환 청년광장 컨텐츠미디어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이런 일이 있나 생각했습니다. 어느 누구는 할아버지가 회장이라서 최종합격하고, 어느 누구는 아빠가 면접에 나와서 합격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습니다. '능력이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했던 정유라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부모를 잘 만나면 금수저, 잘못 만나면 흙수저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겁니까."

"점수 조작해 잘라버리는데 어떤 희망 갖고 노력하나...또 다른 '갑질'"

이어 그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마지막 면접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점수를 조작해 잘라버리면 우리 청년들은 도대체 어떤 희망을 갖고,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하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 유 팀장은 "이런 채용비리야말로 대다수 청년들에 대한 또 다른 '갑질'이 아니고 무엇이겠나"라며 "공정한 기회를 통해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두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했다고 밝혔는데, 청년들이 이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최종면접 이후 합격권에 든 지원자를 떨어뜨리고 이른바 SKY대 출신을 합격시킨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또 국민은행에선 서류전형에서 꼴찌 수준의 등수를 받은 지원자가 면접서 최고 점수를 받아 합격했는데, 이 합격자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누나의 손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마이크를 잡은 민선영 청년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이번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학벌주의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가장 솔직하게, 또 추악하게 드러나게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이상은 청년들이 노력에 따라, 자신의 능력에 따라 평가된다고 절대 믿을 수 없다"며 "채용비리를 엄벌하고, 공정한 채용과정을 마련할 것을 엄숙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분노 넘어 허탈감 느껴...채용비리 은행들은 반성하고 책임 다해야"

더불어 이수호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공공기관도 비리 투성이인데, 사기업은 오죽할까 했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비밀 아닌 비밀이 밝혀진 작금의 채용비리를 바라보며 청년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그는 언급했다. 또 이 팀장은 "이번 채용비리에 연루된 은행들은, 그들이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반성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조현준 민달팽이유니온 사무처장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많은 청년들의 좌절감을 이해하고 이를 가슴으로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결국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존에 약속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탈락한 이들에 대해) 슬픔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조 사무처장은 기존에 계약된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대학생의 주거권 문제를 다루는 시민사회단체다. 그는 "주거 문제에서도 역시 수많은 대학생들이 분노를 느낀다"며 "보증금을 떼이거나,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하면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악습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는 믿음이 지켜져야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채용비리는 업무방해죄 해당, 미국선 사기죄로 다뤄... 관련 법 만들어야"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헌욱 변호사(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는 채용비리의 위법성을 언급하며 은행들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 변호사는 "(은행들의) 이런 채용비리는 현행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존) 채용공고를 무시하고 채용을 한다는 것은 일반인이 생각했을 땐 사기"라며 "미국에선 이를 사기죄로 다룬다"고 부연했다. 또 이 변호사는 "채용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현행 법질서가 (우리나라엔) 많이 부족하다"며 "채용 공정성 보장에 관한 법률 등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어떤 반사회적 범죄행위가 (갑자기)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은행들이 공공성, 공적 책임을 망각하고 고객들의 계좌를 불법 조회한다든지, 노조를 이유 없이 탄압한다든지 이런 불법 부당행위로 지탄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번 채용비리 문제까지 불거지게 됐다는 얘기다. 또 안 사무처장은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청년들과 그 부모들께 석고대죄하라"며 "(부당하게 탈락한 사람들을 입사시키는 등)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경제팀 기자입니다. sh7847@ohmynews.com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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