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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노래는 다르지 않다고 하지만 마음에 다가오는 시를 만나기는 어렵다. 노란 리본이 우리들 가슴에서 하나씩 사라지던 어느 날 시를 만났다. 시는 나를 다시금 그 봄으로 데려다 놓았고, 마음에 울컥하는 덩어리가 느껴졌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하략)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은 흘렀다. 시는 그 아픔을 잊지 말자 한다. 우리를 대신해 아이들에게 아직도 너희를 기억한다 말한다. 그랬던 정호승 시인이 우리 동네에 오신단다. 핑계 대지 않고 가보고 싶었다. 시인의 목소리로 그의 시를 느껴보고 싶었다.

칠순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말투로 시인은 말했다, 우리 삶이 시이기에, 우리 모두 시인이라고. 하지만 생활에 바빠 시를 쓰지 못하므로 자신이 대신 시를 쓰는 것이라고.

시인은 '지푸라기, 바닥, 막다른 골목, 절벽'을 통해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말한다. 지푸라기라도 있으니 잡고 일어설 수 있으며, 바닥이 있기에 그 바닥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막다른 골목이 있어 더 이상 가지 않고 돌아 나올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희망이라고.

누구나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 왜 그러는지 누구 때문인지도 모를, 그래서 운명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있다. 그러한 절망 속에서 찾아낸 희망이 삶의 힘인 것이다. 그 절망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가 진정한 희망이다.

지난해 출간된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에서 시인은 이야기한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꽃 같은 희망이 진짜 희망이라고. 그의 대표 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그늘이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다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호승 시인은 내가 사는 순천에 종종 오시곤 했다한다. 선암사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해우소 분뇨가 쌓이는 아래쪽을 보게 되었는데, 해우소를 받치고 있는 그 기둥과 주춧돌이 온갖 똥오줌 속에서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단다. 그 기둥 된 소나무를 바라보니 고통은 그처럼 희생이더라. 이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 마음을 담아 쓴 시가 '선암사'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고통은 왜 오는 걸가? 우리는 고통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슬퍼하고 힘들어 하는 사람은 살아있는 주변 사람들이다. 살아있기에 고통이 있는 것이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시인은 말한다. 성당에 아름다운 빛깔로 존재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자신의 몸을 산산조각 내어 아름다운 것이라고. 빅터 프랭클이 나치 수용소에서 고통을 견디며 살아남은 이유는 끝까지 살아남아 나치의 행위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였던 것처럼.

고통의 의미는 누군가가 발견해주지 않는다. 자신만이 발견할 수 있다. 시인은 말했다. 고통이 없었다면 시를 쓸 수 없었노라고. 시는 고통의 꽃, 상처의 꽃임을 알았기에 이제는 고통을 원망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감사하고 겸손하게 허리를 굽힐 줄 알게 되었다고. 우리도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의 의미를 찾아 행복해지라고.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마지막으로 시인이 들려준 시다. 시인 스스로도 큰 위안을 얻는 시라 한다. 삶이란 마음에 달려 있음이다. 새해는 밝았지만 아직 봄이 오지 않은 탓에 1, 2월은 유예기간인 듯싶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정호승 시인의 목소리로 시를 들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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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