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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주목 군락 태백산 정상부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이 멋진 군락을 이루고 있다
▲ 태백산 주목 군락 태백산 정상부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이 멋진 군락을 이루고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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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은 국립공원일까요, 도립공원일까요?"

태백산 당골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눈축제장에 오르면서 버스 기사가 승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국립공원입니다. 작년 2017년 8월에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됐지요."
"아~"

"그러면 국립공원이 돼서 좋은 점은 뭘까요?"
"공짜요!"

누군가 자신 있게 소리 지른다.

"맞습니다. 입장료 공짜. 주차비 공짜. 그리고 여러분이 타시는 셔틀버스도 공짜. 좋지요?
그러니 자주 찾아주세요."

태백산 눈축제 기간에 축제장을 찾으면, 주차장이 몰려드는 차량을 감당할 수 없어 당골 입구에서 축제장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버스 타는 시간이야 잠깐이지만, 그 사이에도 버스 기사들은 태백산과 태백시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안내와 홍보를 한다. 태백산에 오르는 시작부터 기분이 좋다.

태백산 정상부 눈꽃 태백산 정상부에는 키작은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달려 순백색의 풍경을 이룬다
▲ 태백산 정상부 눈꽃 태백산 정상부에는 키작은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달려 순백색의 풍경을 이룬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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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산은 설악산도 아니고, 지리산도 아니고, 오대산도 아니다.
태백산이다. 다른 산들에 비해 접근이 쉽고, 제대로 된 눈꽃이 있고, 멋진 주목 군락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립공원이 되어 모든 게 무료가 되었다.

사실 국립공원이라고 다 무료는 아니다. 오래된 사찰과 문화재가 있을 경우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입장료를 내야하고, 셔틀버스도 개인이나 마을에서 운영하면 버스비를 내야 한다. 그런데 이 태백산은 그런 게 없다.

태백산에 오르는 주요 코스는 당골 코스와 유일사 코스이다. 당골 코스는 각종 편의시설과 축제장, 석탄박물관 등이 몰려 있고, 교통도 편리하다. 유일사 코스는 가장 빠른 시간에 태백산에 오를 수 있는 코스이고 주목 군락을 잘 볼 수 있어 등산객이나 아침 일출객들이 선호하는 코스이다. 두 코스를 모두 이용, 오를 때는 유일사, 내려갈 때는 당골 코스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코스로 가든 태백산의 높이에 비해 길이 그렇게 험하지는 않아 웬만하면 2~3시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다.

태백산 정상의 전망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트여 있어 눈과 가슴이 모두 트인다
▲ 태백산 정상의 전망 정상에 오르면 사방이 트여 있어 눈과 가슴이 모두 트인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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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1567m.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경계에 우뚝 솟은 태백산 정상에 오르면, 천왕단이 작은 성채처럼 한층 더 솟아 있고, 그 주변으로 사방이 막힘없이 트인다. (참고로 말하자면 태백산 정상은 장군봉이고, 이곳에 천왕단이라는 제단이 있다. 흔히 잘 알려진 천제단은 천왕단에서 당골 방향으로 200m 더 가야 한다) 

보이는 건 온통 산이다. 겨울 태백산 정상부는 거의 겨울 내내 눈이 덮여 있어 언제 가도 하얗게 눈이 부시다. 특히, 키 작은 나뭇가지들에 달린 눈꽃은 파란 하늘과 어울릴 때면 짜릿한 쾌감을 준다.

주변을 둘러보면 눈처럼 첩첩이 쌓인 산줄기들, 가깝게 보이는 함백산과 그 능선들, 더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기, 예사롭지 않은 풍경들이 넓게 펼쳐진다.

정상부에서 유일사 방면으로 조금만 가면 주목의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이 이렇게 멋지게 배치된 산은 여기 태백 밖에 없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싫증나지 않는 풍경이다.

사방이 뚫려 있다 보니 강추위가 사정 없이 귓가를 멍들게 하지만 찬바람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풍경이다. 오로지 겨울 주목 때문에 힘들여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다.

태백산 주목  정상부 주목 군락 중 가장 사랑받는 주목 중 하나이다
▲ 태백산 주목 정상부 주목 군락 중 가장 사랑받는 주목 중 하나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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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은 어떤 산인가. 높이는 최고가 아니지만 산이 갖고 있는 무게와 이미지는 최고 수준에 속하는 산이다. 그러나 높이에 비해 험하지 않으며 특히 정상 부근은 고위평탄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목 군락과 봄 철쭉이 유명하여 봄, 겨울에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겨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겨울산으로 명성이 높다.

본래 태백산은 우리 민족에게 역사적, 문화적으로 신성한 의미와 특수한 기능을 갖는 성스러운 산에 대한 일반적 명칭이다. 태백산의 한자어를 우리식으로 풀이하면 '크고 밝은(하얀) 산', 즉 '한밝뫼'가 된다.

이는 하늘에 대한 광명사상(光明思想)을 표현한 것으로, 이 산은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바로 이곳에 제단을 만들어 하늘을 향해 제의(祭儀)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

태백산 천제단  당골을 통해 태백산에 오르면 먼저 태백산 표지석과 천제단을 만난다. 태백산 정상은 여기서 200m 더 가야 한다
▲ 태백산 천제단 당골을 통해 태백산에 오르면 먼저 태백산 표지석과 천제단을 만난다. 태백산 정상은 여기서 200m 더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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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태백산은 시대에 따라 위치가 달라졌다. 그래서 혼란을 빚는다. 역사적 추이를 보면 태백산이란, 북쪽의 높고 신성한 산으로 인식되었던 듯하다. 신라 때 태백산은 이곳이었다. 신라의 영토가 경상도를 벗어나지 못했을 때는 이 산이 최북단의 신령스런 산이었던 것. 그래서 신라 오악의 하나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영산으로 대접받았다.

고려시대에는 태백산이 묘향산이었다. 일연의 <삼국유사>에 보면, 일연은 첫 번째 글 '고조선'에서 환웅이 3천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태백산을 지금의 묘향산이라 단정한다.

고려 때에는 영토의 최북단에서 가장 높고 신령한 산으로 대접 받은 산이 묘향산이다 보니 이 산이 태백산으로 간주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고조선의 건국과 관련이 있는 태백산은, 지금은 다른 명칭으로 불리는 또 다른 산일 가능성이 높다)

조선시대의 태백산은 백두산이 된다. 영토가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확대되면서 이 두 강의 시원이 되는 백두산이 가장 높고 신령한 산으로 간주되며 태백산으로도 불리게 된다.

산의 이름도 사람 이름처럼 자주 쓰는 명칭이 있는 법. 동명이인(同名異人)처럼 동명이산(同名異山)이 있다. 태백산이 그런 경우다. 더구나 시대에 따라 태백산이라 불리는 산이 달라지면서 혼란도 많았다. 

망경사에서 태백산 정상 오르는 길  태백산 정상부 망경사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지만 아름다운 눈꽃이 눈을 시리게 하는 멋진 길이다
▲ 망경사에서 태백산 정상 오르는 길 태백산 정상부 망경사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지만 아름다운 눈꽃이 눈을 시리게 하는 멋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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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의 태백산은 바로 이 산이다. 이 태백산은 분단의 상황에서 신령스런 산으로 대접받고 있고, 그 부드럽고 육중한 몸체를 과시하며 머리에 천제단을 이고 있다. 그 위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예로부터 토속신앙이 성하였고, 정상을 비롯하여 계곡에 사찰과 기도처가 많았으나, 1970년대 이후 정리되어 현재는 작은 사찰들과 몇 개의 기도처가 남아 있는 정도이다. 소도동 '당골'의 명칭도 이 계곡에 신당이 있다는 데서 연유했으니, 얼마나 무속이 성행했는지 추측할 만하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시대의 가장 불우한 왕 단종이 영월에서 죽지 않고 백마를 타고 태백산에 들어와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남아 있고, 정상부근에 "조선국태백산단종대왕지비(朝鮮國太白山端宗大王之碑)"라고 기록된 단종비까지 있다는 사실이다. 태백산 정상부 망경사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에 있다.

'백마'를 타고 왔다는 것에 상당한 상징이 깃들어 있음을 감안하면 태백산 일대의 무속 대상으로 단종이 추앙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알고 보면 과거 태백산은 단종이 귀양 가서 사망한 영월군에 속해 있었고, 지금도 영월에서 멀지 않다.

단종비각 태백산 정상에 오르다보면 단종비를 세운 단종비각을 만날 수 있다. 불우한 왕 단종은 죽어서 태백산의 산신령이 되었다
▲ 단종비각 태백산 정상에 오르다보면 단종비를 세운 단종비각을 만날 수 있다. 불우한 왕 단종은 죽어서 태백산의 산신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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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승리자는 역사서에 기록을 남기고, 억울하게 죽어간 패배자는 일반 민중의 신앙대상으로 생생하게 살아남는다. 세조는 살아서 영화를 누렸지만,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애초부터 철저히 당한 단종은 이 먼 곳 태백산에서 속세를 초월한 산신령이 되었다. 사후에서나마 한을 풀기를 바라는 소박한 백성들의 마음이 낳은 결과였으리라.  

현재 당골의 등산로에 있는 단군성전은 1978년에 건설된 것이며, 해마다 개천절에 이곳과 천제단에서 단군제를 지내고 있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와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신시를 건설했다는 태백산을 이곳으로 보는 셈이다. 역사적 상식으로 보면 맞지 않지만-고조선의 실제 영토와 중심지의 위치 등을 고려해 볼 때 이곳일 리가 없다-신앙과 믿음의 영역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겨울 태백. 눈축제는 끝났지만, 축제 기간에 만들어진 눈조각들은 여전히 남아 눈요기가 되고 있는 산, 과거 석탄의 고장답게 석탄박물관도 들어서 있는 태백산에 올라 보자.

강추위가 이어진 지난날들을 뒤로 하고 가는 겨울 막바지에 가족 단위로, 혹은 지인들과 가볼 만한 좋은 산이다.

태백산 눈축제 눈조각 태백산 눈축제 기간에 만들어진 눈조각 작품들은 축제가 끝나도 한동안 그대로 전시된다
▲ 태백산 눈축제 눈조각 태백산 눈축제 기간에 만들어진 눈조각 작품들은 축제가 끝나도 한동안 그대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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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정보
태백산 등산은 보통 당골에서 시작하는데, 이를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잘 이용되는 산행로는 당골 코스와 백단사 코스, 유일사 코스이다.

전형적인 코스는 유일사~당골 코스이지만, 차를 가지고 갈 경우 오르는 길이나 교통, 숙박의 편의 때문에 당골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주로 이용되기도 한다. 대중교통도 당골 쪽이 유리하다. 가장 버스 편이 많다.

당골에서 오를 경우 태백산 정상 장군봉까지는 약 2시간 30분~3시간 걸린다. 유일사 코스는 길이 좋고 평탄한 편이라 정상까지 2시간 잡으면 된다. 특히, 유일사 코스는 정상 가는 길에 많은 주목을 볼 수 있어 겨울 등산 코스로 많이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 

여행 정보
태백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33-550-0000
입장료, 주차료 무료
주차는 당골 일대 약 300대 이상 가능, 유일사 입구 약 100대 가능.

숙박은 태백시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시내에 호텔과 모텔들이 제법 있다. 당골에 민박 시설들이 있지만, 추천하지 않는다.

식사는 당골 입구의 음식점들을 이용한다. 가격은 관광지답게 좀 비싸지만, 맛은 괜찮다.

가는길
자가용
서울, 수도권 방면에서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제천IC를 나와 영월-31번 국도-상동을 거쳐 태백산 입구 혹은 태백시로 진입한다. 대구 방면에서는 중앙고속도로-영주IC-영주-봉화-현동-31번 국도-태백시로 진입한다.

대중교통
태백시내의 태백역과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약 30~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당골행 시내버스를 탄다. 당골 종점이 태백산 입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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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여행작가, 문화유산 답사 전문가. 개인 저서 6권. 공저 다수. 여행을 삶의 전부로 삼아 나그네의 길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