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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이 문학계 성추행 사실을 폭로 하고 있다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이 문학계 성추행 사실을 폭로 하고 있다
ⓒ Jtbc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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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 순방 중 술과 권력에 취한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은 대사관 인턴으로 근무 중인 재미동포 21세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워싱턴 경찰에 입건돼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전격 경질된 바 있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이었다.

권력은 섹스를 참지 못하는 것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검찰 간부의 여검사 성추행과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건으로 온 나라가 펄펄 끓고 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의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것을 계기로 사회 곳곳에서 "나도 당했다"는 '#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2016년도에 문단 내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던 문학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하여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발표해 베스트셀러 시인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최영미 시인의 방송 인터뷰 내용이 화제를 낳고 있다.

지난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최영미 시인은 작년 12월 계간 <황해 문학> 겨울호에 문단 내 성폭력을 풍자한 시 <괴물>을 쓰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최영미 시인은 "황해문화로부터 시 청탁을 받았는데, 거기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시를 써달라고 요청이 들어와 고민을 좀 했다. 내가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 한국 문단의 문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영미 시인은 문단 내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이 만연돼 있다고 폭로했다. 신인 여성 문인이 기득권 남성 작가나 비평가의 성추행을 거절했다가는 작품을 발표하더라도 실리지 않거나 문학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등 이른바 '권력을 이용한 갑질'이 뒤따른다고 폭로했다.

문단 내에 권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을 풍자한 시 <괴물>에는 'En 선생'이 나온다. 'En 선생' 입장의 문인은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영미 시인의 <괴물> 전문이다.

괴물/ 최영미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En이 내게 맥주잔이라도 던지면  
새로 산 검정색 조끼가 더러워질까봐  
코트자락 휘날리며 마포의 음식점을 나왔는데,  

100권의 시집을 펴낸
"En은 수도꼭지야. 틀면 나오거든  
그런데 그 물은 똥물이지 뭐니"  
(우리끼리 있을 때) 그를 씹은 소설가 박 선생도  
En의 몸집이 커져 괴물이 되자 입을 다물었다  

자기들이 먹는 물이 똥물인지도 모르는  
불쌍한 대중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괴물을 키운 뒤에 어떻게  
괴물을 잡아야 하나

<황해문화>. 2017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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