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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사진은 지난 2014년 7월 중앙행정심판회와 서울행정법원과의 간담회 당시 모습.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사진은 지난 2014년 7월 중앙행정심판회와 서울행정법원과의 간담회 당시 모습.
ⓒ 국민권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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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널리 알려진 말이다. 판사들이 다른 사람이 내린 판결이나 자신의 판결에 대해서 뒷말을 하지 않고 회피하면서 내뱉는 말이다. 그런데 국정농단 사건의 판결이나 구속영장, 구속적부심 재판에 대해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며칠 전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판결을 놓고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재판장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파면과 감사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이미 정형식 재판장은 '이재용 판사' '삼성 판사'로 널리 이름을 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법관은 고도의 신분보장으로 인해서 금고 이상의 형벌을 받거나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이 불가능하다. 또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한 처음부터 시비를 삼을 수도 없다(관련 기사 : '이재용 판사 정형식 파면'은 불가능... 왜냐면).

청와대 게시판에 십수만 명이 청원을 하더라도 사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삼권분립의 원칙상 대법원에 감사를 지시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단순히 판결이 불공정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대법원장이 개별 재판부에 대해 감사를 지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정형식 판사는 여유가 넘치는 모양이다. 자신을 옹호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까지 하는 걸 보니 말이다.

"법리는 명확한 영역... 고민할 사안 아니었다"는 정형식 판사

 지난 7일 <조선일보>에 실린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인터뷰. 이재용 삼성부회장 2심 선고가 있는 뒤 사흘만에 판결을 내린 판사가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 7일 <조선일보>에 실린 정형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인터뷰. 이재용 삼성부회장 2심 선고가 있는 뒤 사흘만에 판결을 내린 판사가 인터뷰에 나섰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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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형식 부장판사가 인터뷰한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논란이 된 판결에 대해 그는 "법리(法理)는 양보할 수 없는 명확한 영역이었고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어서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결정은 실형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고민 끝에 사건의 성격을 고려해 석방을 결정했다"라면서 "어느 기업인이 대통령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라고 강변한다.

정 부장판사는 "비록 이번 사건이 부각되긴 했지만 제가 그동안 정치 성향이나 여론을 보고 재판하지 않았다는 건 나중에 판결문이 말해줄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한다. <조선일보>는 는 2013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는 것과 2012년엔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원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만큼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원혜영 의원에 대한 무죄는 이미 법률의 개정이 있었던 것이므로 여기서 언급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점을 미리 지적해 두고자 한다(당시 필자가 관련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국민들의 빗발치는 비난에도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 생각이 정리되면 판결에 대해 담담히 얘기할 수 있을 때가 올 거라고 믿는다"라면서 국민들의 들끓는 여론에 대해 "결국은 사회가 성숙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정형식 부장판사. 과연 그의 생각이 옳을까?

오만하다

판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의 오만함이 묻어난다. 법은 판사만 아는 게 아니다. 판사가 가져야 할 제1의 덕목은 자신이 내리는 판결을 두려워하는 것이어야 한다. 항상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법리는 명확했다고 오만함을 드러낸다. 어느 누구보다 자신의 법리는 항상 옳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는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우선 시기적으로 판결 후 곧바로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렇고, 보수층의 대변지라 불리는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는 것도 그렇다. 정말로 떳떳하게 자신 있었으면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진 언론과 인터뷰를 해야 할 것이고, 또한 기자들의 치열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이 원하는 몇 마디만 자신을 감싸주는 언론에 내보내는 것이 과연 적절한 처신인지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 국민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자신은 철저하게 신분보장이 되는 법관이므로 건드릴 수 없다는 비웃음을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법관의 판결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 더욱이 사건의 실체는 직접 재판을 담당하면서 기록을 살핀 법관만이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판결에 대한 비판을 피해 가려는 것이 판사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재판의 경우에는 법정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서 국민에게 전달된다. 그만큼 국민들도 사건의 진행 상황을 알게 된다. 비록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핵심사항은 재판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전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기록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거나, 진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다르다고 피해 갈 수는 없다. 만일 그렇다면 언론에 보도된 어떤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인지 먼저 살펴야 하는 것 아닌가?

더욱이 판결선고가 이뤄지기 며칠 전부터 많은 언론들이 재판의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 보도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 경우의 수까지 거론하며 석방 여부에 대한 나름의 전망을 내놓는다. 그후 내려진 판결이 그 쟁점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전개되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언론보도가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스로도 정경유착 강조... 민주사회의 '위험한 판사'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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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식 부장판사는 자신의 판결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어느 기업인이 대통령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 스스로도 정경유착의 전형임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의 요구라면 아무리 부당하더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고, 강요에 의한 것이므로 무죄이거나 가볍게 처벌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민주시민으로서 가장 위험한 사고를 가진 것이다. 사회 정의나 기본적인 질서가 존재하는 것은 어렵고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에 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의 속내가 궁금하다. 사회에 질서가 있고, 그 질서를 위해서 법이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형식 부장판사는 법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서 '판결에 대해서 침뱉고 심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질타하면서 석궁 테러의 위협까지 거론하며 정형식 부장판사를 감싸려 한다. 정형식 부장판사의 <조선일보> 인터뷰는 자신의 판결에 대한 비판을 일부 진보적인 국민들의 목소리로 치부하려는 의도로 읽히는 이유다.

법은 판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법이나, 건전한 국민들의 상식을 벗어난 법 해석은 이미 법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다수의 국민들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거기에는 그럴말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 목소리의 의미를 경청하면서 존중하는 것이 모든 공직자들의 기본적인 태도여야 한다. 물론 다수의 목소리라고 해서 항상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판결은 판사만이 하고, 법은 판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법관의 신분보장을 방패막이로 삼으면서 자신의 판결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려는 것은 비겁함이다. 언제 어디서나 국민들의 건전한 비판의 눈이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을 가진 판사들이었으면 한다. 제발.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범 변호사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으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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