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월 24일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 한 옥수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대화하고 있다.
 1월 24일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 한 옥수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고용노동부와 함께 초등학교 입학생 돌봄 서비스 방안을 발표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공공기관 근로자의 출근을 오전 10시로 늦추고 부모에게 연간 10일의 '자녀돌봄 휴가'를 준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초등학교 단위로 운영하고 있는 돌봄교실 확대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휴가와 돌봄 시스템의 확대로 자녀에게 더 신경 쓸 수 있다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보육 정책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반가운 정책이었다. 특히 워킹맘만을 위한 방안이 아니라 '부모'라고 언급한 부분도 무척 의미있게 읽었다.

맞벌이 부부로 친정 부모님의 육아 도움이 없었다면 진작 워킹맘이라는 자리를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나는 매년 육아 환경이 개선되는 것이 좋다. 게다가 그 변화는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2009년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는 그해에 어린이집에 갔을 때 한 아이당 38만 원 정도의 보육비를 냈다.

몇 년 뒤에는 어린이집이 무상보육으로 전환됐고, 다시 몇 년 뒤에는 유치원이 무상보육으로 바뀌었으며 기관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보육하는 부모에게는 양육수당이 지원됐다. 육아 휴직 중이라는 아빠의 이야기를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초등 1학년을 앞둔 엄마들의 '휴직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 맘 카페에 이전보다 훨씬 더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사용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리라.

1학년만 끝나면 '만세'? 돌봄은 계속 된다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기관에 입학하면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돕기 위해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하다. 최초의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기관에 아이가 적응하기 위해 감정적인 변화를 보이거나 감기 등으로 계속 아프다는 얘기는 주위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일일이 신경을 써주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초등 입학 이후에는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 시기의 아이는 여전히 어리다. 그래서 워킹맘들이 경력단절의 위기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도 이 무렵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초등 1~3학년 자녀를 둔 20~40대 직장 여성 1만5841명이 지난해 신학기 전후(2~3월)로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가족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들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2013~2017년 연평균 8268명이 이 시기 직장을 그만뒀다고 한다. (중앙일보2017.12.11)

2016년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력단절 여성은 33만 명에서 지난해 2000명 가량 늘었지만 영유아 자녀를 둔 여성들이 경우 경력단절이 5% 이상 줄어들었다는 통계청의 조사도 있다. (헤럴드 경제 2018.2.7)

초등 저학년에 대한 돌봄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던 중에 만난 이번 정책은 반가운 반면, 초등학교 입학생으로 제도의 적용 시기를 한정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제도를 보며 내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낙인효과'다. 정책이 '초등학교 입학생'이라고 콕 찝어 자녀 돌봄의 어려운 시기를 '초등 1학년'으로 한정했다. 자녀의 초등입학을 앞둔 사람들에게 그 시기가 가장 힘들다는 안 좋은 인상을 주게된다. 게다가 제도는 좋지만 공공기관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일반 기업 혹은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 2학년을 마치고 보니 아이에게 손이 가는 시기는 비단 초등 1학년 뿐만 아니라 학년이 올라가도 계속 발생한다고 말하면 워킹맘에게 너무 우울한 소식일까?

좀 더 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를 보면 중학교에는 사춘기, 고등학교에는 입시라는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자녀 돌봄이 존재했다. 초등 1학년을 잘 마쳤다고 만세를 불렸을 때 '좀 더 키워보고 말하라'는 선배맘들의 말이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딸이 워킹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손주 돌봄으로 노후에도 40대에 접어든 자식 육아에서 벗어나지 못한 친정 부모님을 보면 그말이 틀리지도 않는다.

애 낳고 다음날 밭을 갈았다는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나, 진통이 올 때까지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다 병원으로 뛰어갔다는 선배 워킹맘의 사례에 비하면 정말 지금 태어나 육아하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여겨지기는 한다. 출산휴가, 육아휴직 뿐만 아니라 정시퇴근이라는 근로자가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얘기가 자주 보이니까 말이다.

이번에 마련한 정책 정도로 여성들이 당장 아이를 더 낳거나 경력 단절 현상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한걸음씩 제도와 인식이 변한다면 내 딸에게 '너도 엄마처럼 워킹맘으로 살아라'고 당당히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민기자 가입하기

© 2018 OhmyNews오탈자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