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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홍콩습지공원과 마이포 습지에 갈 기회가 있어 들른 적이 있다. 그 곳은 그야말로 공존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습지를 그대로 보전하고 있었다. 보전된 습지 주변은 택지로 개발되어 주택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은 나에게는 심리적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는 왜 이런 것이 불가능하까, 생각하게 하는 곳이 바로 습지공원이었다.

습지공원에서 만난 멸종위기종 저어새 수백 마리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아파트가 보이는 곳에서 서식할 수 있는 멸종위기종이 얼마나 될까? 이런 공존의 모습을 보며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생겼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습지공원 입구에서 바라본 아파트 .
▲ 습지공원 입구에서 바라본 아파트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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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공존이 가능한 장치들을 현장에서 확인했다. 공존을 위해 첫 번째 자연에 사람의 접근을 최대한 줄이고 있었다. 작은 제방으로 습지를 둘러싸고 있어 사람의 접근이 차단되어 있었다. 모든 지역을 차단하고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최대한 은폐가 되어 새들이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 수 없도록 설계된 것이다. 자연을 관찰하는 사람과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자연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관련기사: 사람에게 너무 불편한 이곳... 부럽다)

두 번째는 과거 시설물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습지 내에 있었던 과거 주택들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지형의 변화를 최대한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습지공원의 배려였다. 지형 변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새들이 그대로 습지공원에 찾아오는 것이다. 새들을 위한 작은 배려는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먹이를 공급하는 등 습지공원 유지를 위한 여러 가지 행동도 함께 병행하고 있었다. 때문에 새들이 현장에서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멀리 사용하지 않는 건물과 앞에 저어새들이 보인다.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멀리 사용하지 않는 건물과 앞에 저어새들이 보인다. 시설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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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우리나라의 생태시설에 가면 자연을 만날 수 없는 이유는 사람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설계하고 계획하기 때문이다. 습지공원과 마이포는 이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습지공원과 마이포는 자연의 입장에서 최대한 유지하고 사람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사람이 불편하지만 새들과 자연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습지공원과 마이포 습지는 특별히 습지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있는 습지를 보전하고 이를 시민들이 눈과 귀로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차용한 정도였다.

습지공원의 일본인 탐조객 .
▲ 습지공원의 일본인 탐조객 .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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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이런 습지공원을 꿈꿀 수 있는 곳이 생겼다. 바로 장남평야가 그 주인공이다. 금개구리 보전을 위해 농경지 형태로 유지하기로 한 지역에서 다양한 조류가 확인되면서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세종시 건설 전 약 300만㎡의 장남평야가 있었다. 세종시를 계획할 때 이 장남평야를 녹지공간으로 보전하고, 장남평야를 둘러싼 링의 형태로 도시를 개발하기로 계획했다. 녹지로 조성하기로 한 이 공간은 국립수목원과 호수공원 그리고 중앙공원으로 약 220만㎡를 이미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이 중 80만㎡를 원형보전 중이며 약 30만㎡가 농경지로 유지되고 있다. 30만㎡ 논은 친환경유기농법으로 오염원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약 80만㎡의 농경지와 원형보전지역이 유지되면서 현재 금개구리가 매년 서식하고 있다. 애초 환경부가 금개구리 서식처를 보호하면서 다양한 생태계 유지도 고려한 측면도 있다.

보전지역으로 유지되는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금개구리 서식지일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인 도심에서 인간과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드문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다양한 조류들이 잇달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4년간 장남평야 현장을 모니터링한 결과 약 147종의 조류가 확인되었다. 이중 법적보호종은 28종, 세계적 멸종위기종은 30종, 기타 희귀조류는 18종으로 조사되었다. 대전광역시 전체 면적을 대상으로 한 2014년 정밀조사 결과 조류가 92여 종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라는 것을 미루어 확인할 수 있다.

이중 황새, 저어새, 매, 흰꼬리수리, 참수리 5종은 멸종위기 1급으로 매우 중요한 생태적 가치를 가진 종들이 장남평야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들은 도시와 생태계가 공존할 것이라는 당초 예측에 들어맞는다.

이렇게 다양한 조류들의 서식은 생태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다양한 조류의 서식은 그 생태계의 하부구조인 양서파충류, 어류, 저서생물, 초화류 등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매, 참수리, 흰꼬리수리, 비둘기조롱이 등의 맹금류 16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의 경우 생태계의 바로 미터같은 종이다. 다양한 맹금류의 서식은 생태계의 균형을 의미 하는 것이다. 16종의 맹금류 서식은 장남평야의 다양한 생태계가 매우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증표라고 할 수 있다.

장남평야를 찾는 흑두루미  3년째 찾아오고 있다.
▲ 장남평야를 찾는 흑두루미 3년째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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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두루미 월동지 .
▲ 흑두루미 월동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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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장남평야에 찾아오는 진객 흑두루미도 있다. 흑두루미는 멸종위기종 2급이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또한,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도 멸종위기종으로 규정하여 보호받고 있는 국제보호종이다. 장남평야에 2마리가 매년 월동하고 있다. 현재 국내 흑두루미 월동지는 순천만 정도다. 세종시에 찾아오는 2마리의 흑두루미는 그만큼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공원조성과정에서 진행한 환경영향평가에서 멸종위기종 금개구리 서식이 확인되면서 보호하기로 결정되었다. 환경부가 금개구리 서식을 보전하기 위해 보전지역으로 확정한 것이다. 장남평야 전체 개발 면적중 약 1/3을 원형대로 보전하고 약 2/3 면적을 개발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런데 80만㎡밖에 남아있지 않은 원형지에 행복도시건설청이 새로운 공원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조화를 이루고 있는 원형지는 홍콩의 마이포나 습지공원의 형태로 남겨두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지역이다. 홍콩의 습지공원과 마이포의 사례에서 보듯이 오히려 이렇게 남겨두면 새로운 여가활동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홍콩의 습지공원에는 매일 수 천명의 사람이 찾는다. 또한 마이포는 예약을 통해 세계의 탐조인들이 모이는 매우 특별한 탐조지로 꼽힌다. 이런 측면에서 장남평야는 시민들이 새로운 형태의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유지해볼 가치가 충분하다.

장남평야와 남겨진 원평보전지역 파란색 부준을 제외하고 모두 공원으로 조성중이다.
▲ 장남평야와 남겨진 원평보전지역 파란색 부준을 제외하고 모두 공원으로 조성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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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치들을 무시한 채 행복도시건설청은 이 공간을 다시 공원으로 일반 도시와 같이 만들려고 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입수한 변경계획에 따르면 80만㎡중 19만㎡만을 남겨놓고 습지공원 숲 등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경영향평가과정에서 보전하기로 확정했음에도 다시 인공 공원 조성계획을 세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이 종료된 시점에서 이전 환경영향평가를 왜 폐기하는지, 단지 논이 싫다는 민원 처리 차원에서 공원 계획을 바꾼다는 것이라면 절차상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복도시건설청이 추진중인 인공공원은 잘 보전되어 유지되고 있는 장남평야에 매우 위험천만한 계획이다. 매년 찾아오는 흑두루미에게는 치명상이며, 애초 장남평야의 보전 목표였던 금개구리도 서식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28종의 새들도 떠나야 한다. 법으로 지켜야할 보호종 서식지를 행정기관에서 스스로 멸종위기에 몰아넣는 꼴이다.

세종시에 실제적으로 공원 면적이 부족하다면 한번쯤 고민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장남평야는 현재 보호되고 있는 약 80만㎡를 제외한 220만㎡가 이미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호수공원, 국립수목원, 중앙공원을 대규모 녹지공간으로 조성하여 세종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공원 면적이 부족하지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보전 지역을 유지하여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을 유지하는 편이 도시의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형 그대로 보전하고 이를 활용하는 홍콩의 습지공원과 마이포 습지에서 배운다면, 행복도시건설청의 인공공원 조성계획은 구시대적인 발생이다.

세종시는 건설계획 당시 세계적인 환경도시로 가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연이 살아숨쉬는 환상도시'가 세종시의 계획된 이미지다. 특지 장남평야는 자연을 주제로 권역의 목표를 설정한 지역이다. 인공공원 조성은 이런 도시계획 목표와도 상충된다. 오히려
장남평야의 일부가 원형 보전되면서 이 목표가 실현되어가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런 목표 달성에 큰 장애가 될 수밖에 없는 인공공원조성계획은 이제 백지화되어야 한다. 그것이 세종시가 환경도시로 가는 길이다. 더불어 이렇게 농경지와 원형보전된 곳이 도시에 있다는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홍콩의 습지공원과 마이포습지에서 배워야 한다.


자연이 살아 숨쉬는 도시를 계획했다. .
▲ 자연이 살아 숨쉬는 도시를 계획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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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남지 않은 장남평야의 원형보전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시민들이 환경교육장으로 활용하면서, 시민과 함께 하는 농경지로 가꿔 세종시의 렌드마크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아직 남아 있다. 도시의 보전된 농경지를 개발해 공원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시대적 개발 프레임에 이제 벗어야 한다.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실험적 모델이 실현되고 있는 시대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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