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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큰 보트를 타고 큰 바다에 나가면 생선을 많이 잡는다. 펠리컨이 모여 먹이를 구걸한다.
 조금 큰 보트를 타고 큰 바다에 나가면 생선을 많이 잡는다. 펠리컨이 모여 먹이를 구걸한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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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력 한 장을 떼어낸 2월이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 방송을 보면 겨울과 관계된 뉴스로 도배하고 있다. 빙판에서 낚시하는 수많은 사람 그리고 평창 올림픽 소식 등이 자주 보인다. 뉴스만 보아도 한겨울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던 오래전 한국 생활이 떠올라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한국과 달리 호주는 한여름이다. 뉴스에서는 호주 남서쪽에서 일어난 산불이 텔레비전 화면을 달구고 있다. 소방서 관계자가 텔레비전에 나와 많은 곳에서 산불이 났다고 하며 대피 요령 등을 설명하기도 한다.

일기 예보를 보도하는 아나운서도 해변에서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더운 날씨를 전한다. 얼마 전 시드니 서부 지역은 48도를 넘기는 더위를 견뎌야 했다. 

우리 동네도 한여름의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그러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으로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견딜만하다. 집에서 더위를 식히기 싫으면 바다를 찾는다. 바닷물을 막아 만든 수영장(Rock Pool)을 찾으면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하다.

오늘도 더운 날씨를 예보하는 주말이다. 오랜만에 배를 끌고 포스터(Forster) 바다를 찾기로 했다. 배가 작아 큰 바다로 나가지 못하지만, 내해에서 바람을 쐬기로 했다. 포스터 선착장은 15분 정도 운전하면 되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천천히 아침 식사를 끝내고 배를 정리한다. 자그마한 보트이긴 하지만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다. 구명조끼를 찾아 싣는다. 가끔 해양 경찰이 다가와 구명조끼를 비롯해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할 때가 있다. 낚싯대도 싣는다. 기름도 충분히 있는지 확인한다. 한 달 정도 차고에 있었기에 엔진에 이상이 없나 시동도 걸어본다. 준비 완료다.

보트 트레일러를 끌고 포스터(Forster) 선착장으로 향한다. 바다로 나가는 보트가 있는가 하면 아침 일찍 낚시를 끝내고 들어오는 보트도 있다. 아직 보트를 바다에 내리는데 약간 미숙하다. 보트 트레일러를 후진으로 운전해 바다에 대야 하는데 쉽지 않다. 특히 두세 대의 보트가 동시에 움직일 때는 더욱 조심스럽다. 아내의 손짓을 따라 천천히 후진하며 이번에는 한 번에 성공했다. 조금씩 뱃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본다.

바다에는 평소보다 많은 보트로 분주하다. 바다 중간에 있는 모래섬에도 여름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바다 오토바이라고 불러도 좋은 스쿠터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제법 많다. 큰 배와 스쿠터가 지나갈 때마다 배는 좌우로 심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이제는 어느 정도 배에 익숙해진 탓에 파도를 즐기며 내해 깊숙이 들어간다.

내해는 파도 없이 잔잔하다.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모래섬 근처에 닻을 내리고 낚싯대를 담가본다. 바로 옆은 굴 양식장이다. 예상한대로 낚싯대를 담그기가 무섭게 입질이 온다.

두어 마리 놓치고 들어 올리니 투명한 와이팅(whiting)이라는 물고기가 올라온다. 영어 사전에는 민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라고 정의한 생선이다. 몇 마리 잡으면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제법 큰 사이즈다.

그러나 더 이상 와이팅은 잡히지 않고 도미만 올라온다. 그러나 잡을 수 있는 크기인 25cm를 넘지 않는다. 계속 도미가 잡히기는 하지만 15cm~20cm 정도의 크기만 올라온다. 드디어 큼직한 입질이 온다. 이번에 잡은 도미는 25cm는 훌쩍 넘는 큰 놈이다. 이미 잡은 와이팅과 함께 물통에 넣는다.

수많은 작은 생선의 입질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집에 갈 시간이다. 물통에 있는 잡은 고기를 보니 아직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다. 두 마리밖에 되지 않아 식탁에 올리기에 부족하다. 바다에 넣어 살려준다. 바닷물에 들어서자 잽싸게 물살을 가르며 사라지는 물고기를 본다. 조금 아쉬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은 좋다.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내해로 많이 들어와 있어 몰랐는데 선착장에 가까워지면서 바람이 심하다. 파도도 지금까지 경험한 중 가장 심하다. 평소에 많이 보이던 작은 배들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아내에게 당황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다. 침착하게 파도를 헤치며 선착장으로 향한다. 해안가를 따라 천천히 먼 길을 따라간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겨도 사람들 눈에 쉽게 띌 것이라는 나름의 계산을 한다.

잡은 생선을 놓아준 선행(?) 때문일까, 큰 어려움 없이 선착장에 도착했다. 잡은 물고기는 없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배를 다루는 데 조금 더 익숙해진 느낌이다. 하루하루 호주 시골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나를 본다.

선착장 옆 생선 다듬는 곳에는 펠리컨(Pelican)이라는 커다란 새가 모여 있다. 사람들이 생선을 손질하며 버리는 내장이나 머리 등을 먹기 위해서다. 바다에서 생선을 잡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버리는 생선 찌꺼기를 구걸하는 것이 한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쉬운 삶을 추구하다 보면 구차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조금은 힘들어도 구차한 삶은 싫다. 나만의 삶을 꾸려가고 싶다.

호주 사람은 놀러 다니기 위해 사는 것 같다. 포스터 선착장 앞 캐러밴 파크에는 캐러밴에 줄지어 있다. 보트를 가지고 온 사람도 많다.
 호주 사람은 놀러 다니기 위해 사는 것 같다. 포스터 선착장 앞 캐러밴 파크에는 캐러밴에 줄지어 있다. 보트를 가지고 온 사람도 많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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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주, #NSW, #FOR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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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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