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옥상에서 싸우는 동시에 촬영 중인 학생들. 가운데는 료야역을 맡은 카미키 류노스케

▲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옥상에서 싸우는 동시에 촬영 중인 학생들. 가운데는 료야역을 맡은 카미키 류노스케 ⓒ (주)마운틴픽쳐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둡고 하늘에는 별도 달도 없었다. 죽어라 나무 토막을 붙들고 있는 한, 익사는 면할 수 있지만,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1> 중에서.


위 인용 문구는 언뜻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을 그만둔대>라는 제목과 별 상관 없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의 속마음을 정확히 포착한다. 동시에 진로, 대학 등으로 지금도 방황 중인 현실 속 학생들의 마음까지도 꿰뚫는다. 이를 겪었던 또는 겪고 있는 이들에게 뜻 깊을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을 그만둔대>이다.

어느 금요일, 모두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배구부 주장,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둔다. 하지만 배구부원들, 친한 친구인 히로키(히가시데 마사히로), 여자 친구인 리사(야마모토 미즈키) 모두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그가 학교도 결석하고 연락두절이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배구부원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히로키와 리사 또한 혼란에 빠진다. 한편 같은 반인 료야는 영화부다. 비록 반 아이들은 그의 영화를 비웃지만, 자신만의 꿈을 안고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한다. 그런데 키리시마에는 관심 없던 료야마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이들과 얽히기 시작한다.

히로키는 모든 일에 무심한 듯 보인다. 여자 친구인 사나(마츠오카 마유)도 좋아서 만나는 건지 의심스럽다. 자신을 남몰래 짝사랑하는 아야(오고 스즈카)의 마음은 전혀 모른다. 잘하던 야구도 갑자기 그만뒀다. 그런 그가 키리시마의 잠적에 동요한다. 왜일까.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료야 역을 맡은 카미키 류노스케

▲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료야 역을 맡은 카미키 류노스케 ⓒ (주)마운틴픽쳐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충돌로 인한 공허함 때문이다. 영화에서 그가 잘하던 야구를 그만둔 이유가 명확히는 안 나온다(워낙 말도 별로 없다). 대신 유추는 가능하다. 야구로는 대학진학이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3학년임에도 야구를 그만두지 않는 선배에게 왜 아직도 계속 하냐는 고심에 찬 질문을 하고, 료야의 영화를 대하는 자세를 듣고는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이다. 게다가 의지하던 키리시마마저 자취를 감췄다.

여기서 정신적으로 힘든 히로키가 잠적한 키리시마를 그토록 찾는 모습은 무얼 향해 가야할지 모를 때, 친구에게 의지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과 겹친다. 이 같은 심리적 방황은 수많은 고등학생들이 겪는 일이다. 이는 대학교 입학 또는 졸업 후에도, 그보다 먼 훗날에도 똑같다.

반면 료야는 히로키와 정반대다. 훤칠한 미남에 운동까지 잘해서 인기 많은 히로키와는 달리 키도 작고 머리도 덥수룩하다. 그가 열심히 만든 영화마저 반 아이들은 비웃는다. 대신 그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며,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은 그의 존재를 통해 히로키의 심리적 해소를 보여줌과 동시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꿈을 응원한다. 자신의 일에 묵묵히 매진하는 료야와 키리시마의 대타 배구부원, 후스케를 은근히 지지하는 카스미(하시모토 아이)와 미카(시미즈 쿠루미)를 봐도 감독의 이 같은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왼쪽부터 히로키역을 맡은 히가시데 마사히로, 사나역을 맡은 마츠오카 마유

▲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왼쪽부터 히로키역을 맡은 히가시데 마사히로, 사나역을 맡은 마츠오카 마유 ⓒ (주)마운틴픽쳐스


이외에 요시다 감독의 독특한 연출도 돋보인다. 영화 속 학생들이 그토록 찾아 해매는 키리시마는 관객도 보기 힘들다. 관객의 머릿속엔 대체 누구 길래 이렇게 꽁꽁 숨기는 걸까 하는 질문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그리고 이 궁금증이 영화의 원동력 중 하나다. 또 영화는 이야기 전개가 여러 시선으로 이루어진다. 시간은 순서대로 흐르지만, 한 명의 시선을 담은 시퀀스가 끝나면 같은 시각 다른 인물의 입장에서 다시 시작된다. 각각의 인물들에 감정이입을 돕는 특별한 연출이다. 

인간은 방황한다. 이는 보통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충돌하기 시작하는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된다. 그 후로도 내적 충돌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럴 때, 이런 전제를 세워보면 어떨까.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먼저 그냥 해보자." 마음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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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꿈꾸는 일반인 / go9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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