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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학원 비리를 고발했던 안종훈 교사
 동구학원 비리를 고발했던 안종훈 교사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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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적폐청산 여론이 드높다. 특히 검찰, 언론은 적폐청산이 회자될 때마다 입길에 오르는 단골메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사학재단이다.

사학재단은 비록 개인 소유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공영적인 성격을 띠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당위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학재단이 이사장 일가의 돈벌이 수단이기 일쑤인 게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여기에 맞서 몇몇 교사들이 사학재단에서 자행되는 비리를 고발하고 나섰다. 동구마케팅고 안종훈 교사도 그중 한 명이다. 안 교사는 지난 2012년 업무상 횡령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A 행정실장을 동구학원이 계속 근무하게 하고 급여를 지급한 사실을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했다. 이에 교육청은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특별 감사를 실시했고 2차 감사에서 학원 임원 전원의 자격을 박탈했다.

그러나 조직의 치부를 드러낸 내부고발자가 다 그렇듯, 안 교사는 동구학원의 가혹한 보복조치에 시달려야 했다. 안 교사는 세 번의 직위해제를 당했는데, 지속적인 보복성 징계조치를 당한 건 무척 이례적이었다.

다행히 징계조치가 취소돼 안 교사는 교단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져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모처에서 안 교사와 만나 최근 심경을 들어봤다.

- 세 번이나 직위 해제됐다. 이런 징계를 받은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 
"지난 2016년 3월, 6월, 9월 모두 3번의 직위해제를 연속해서 받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3번째 직위해제 직후 교육청에 의해 학교법인 이사 전원에 대해 임원승인이 취소되어 더 이상 직위해제가 반복되지 않았다. 게다가 직위해제 기간이 2016년 12월 21일 종료되어 학교로 복귀했다.

사실상 2016년 한 해 동안 학교 출근이 어려웠다. 그 기간 동안 급여가 30% 정도 감액되고 각종 수당을 받을 수 없어서 경제적으로 압박이 심했다. 다행히 교육청에서 공익제보자에 대한 구조금을 지원해 주어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은 안 교사에게 공익신고 보상금 2000만 원을 지급했다)

- 여러 시민단체들이 힘을 실어줬다. 그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동구학원으로부터 부당한 탄압을 받는 과정에서 참여연대와 호루라기재단 등을 비롯해 많은 시민단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었다. 특히 서울시의회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여러 경로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시의회는 결국 동구학원에 대해 임시이사 파견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서울시교육청이 구재단 이사 전원에 대해 임원승인을 취소한 데 이어 2017년 초엔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난 4월 중순부터 수업과 업무를 배정받았다."

- 발단은 동구학원 A 행정실장의 횡령을 고발한 일이었다. 대게 사학들이 족벌운영되고 있기에, 행정실장이 재단 쪽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인가? 혹시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다른 사실은 없는가?
"행정실장이 친인척은 아니다. 행정실장은 횡령으로 형이 확정돼 당연퇴직 대상이다. (A 행정실장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의 범죄사실로 기소돼, 2011년 11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 5420만 원의 형이 확정됐다 - 글쓴이)

그런데도 학교 측은 행정실장을 끝까지 비호했고, 되레 2013년 법인 이사장의 임원 승인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아무런 친인척 관계도 아닌 행정실장을 지키기 위해 법인 이사장이 쫓겨난 것이다. 과거 비리가 불거진 사학에서조차 이런 사례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일반의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명백했다. 아무래도 재단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비리 공범인 행정실장을 비호하고자 이런 일을 벌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그 비리규모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가늠하기 쉽지 않다."

가늠할 수 없는 동구학원 비리규모

- 그간 병원 치료를 받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들었다.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돌이켜보면 2012년 4월에 처음 비리를 교육청에 제보한 이후, 지금까지 약 6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한순간도 평온한 적이 없었다. 2012년 학교에서는 곧바로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려 학교를 위기에 빠뜨린 배신자로 낙인 찍었고, 동료 교사들로부터도 배척과 외면을 받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학교 법인의 문제를 교육청에 제보했고, 결국 2014년과 2015년에 연이어 2번의 파면 징계를 받았다.

교원소청심사를 통해 징계가 취소돼 복직했지만, 2015년 5월 이후 거의 1년 동안 수업과 교사로서 업무도 배정받지 못했다. 그 사이 경직성 두통과 불안 장애, 스트레스, 불면증과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도 9개월 정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

당시에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었다. 돌이켜보면 당시는 교사 신분이 박탈당해서라기보다 나의 정신과 존재가 파면당한 시기였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언제쯤 끝날지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안종훈 교사는 수년 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늘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안종훈 교사는 수년 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늘 밝은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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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학원은 징계조치를 남발했다. 다른 사례와 비교했을 때, 무척 이례적이다. 이들이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한 건 아닌지 궁금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2번의 파면 징계, 10개월의 수업 및 업무 배제 처분, 3번의 연속된 직위해제 등 징계가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2017년 4월까지 3년간 교단에는 설 수 없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특별감사를 통해 학교와 법인의 부당한 처분 시정을 명령했다. 그러나 학교와 법인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청이 2016년 3번의 연속된 직위해제에 대해서도 즉각 취소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음에도 이를 모두 거부했다.

관할청인 서울시교육청이 사립학교에 행정명령을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었다. 현실적으로 교육청에서 행정명령을 이행하도록 학교에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교육청 조치로 인해 가장 큰 불이익을 받는 것은 결국 학생과 교사들이어서다. 비리사학들은 학생과 교사를 볼모로 잡고 관할청에 맞서고 있는 셈이다.

결국, 현행 사립학교법 하에선 관할청의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법인 이사의 임원승인 취소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여기에 사법부는 너무나 보수적이어서 사학엔 한없이 관대하다. 사립학교를 보편 교육을 위한 공익적 성격보다는 사유재산으로 인식하는 하는 한계가 너무나 심각하다."

잘못은 학원이, 뒤처리는 국민혈세로 

- 제도상 미비점에 대해 이야기를 더 해보고자 한다. 지금 제도상 가장 큰 허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리고 이에 대해 개선점이라면?
"현재 사립학교에서 내부 비리를 고발한 공익제보자에 대해 아무런 보호조치가 없다. 사학비리를 고발한 내부제보자에 보복 징계를 가해도 교육청이 여기에 마땅히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말이다. 사실상 부당징계로 불거지는 문제를 수수방관하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교원소청심사의 결정으로 부당징계가 취소되더라도 사학재단이 이를 따르지 않고 버티는 경우도 있다. 법원에 소송을 내고 법원 판단에 따라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되면 최소한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소송 진행과정을 견뎌야 하는 건 오로지 내부비리를 고발한 교사의 몫이다.

더구나 교원소청심사 또는 법원의 취소 결정으로 복직이 확정됐어도, 사학은 잘못된 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수 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징계 기간 동안의 급여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교육청에서는 해당 교사의 징계 기간 동안 대체 교사에 인건비 등을 이미 지원했다. 이에 재단 비리를 고발한 교사가 징계가 취소돼 복직했어도 해직 기간에 대한 급여 등에 대해선 이중 재정지원 책임이 없다.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에 대한 책임은 잘못된 징계를 가한 비리사학이 져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공익제보를 한 교사가 복직했을 경우, 해직 기간 동안의 급여를 학교 예산에서 지급하거나 교육청 지원금으로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만약 학교 예산에서 지급할 경우, 그만큼 교육 예산이 줄어들고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육청이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기에 사학재단이 비리를 고발한 공익제보 교사에 대해 부당한 보복 징계를 남발해도 책임질 일이 별로 없다. 결국, 징계는 자신들 마음대로 하고 책임은 국민 혈세로 메우는 것이다.

사립학교는 건학 이념과 자율성을 앞세우는, 굉장히 폐쇄적인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부 비리가 불거졌을 때 이를 제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 제도는 이와 정반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익제보자에 대해 징계가 부당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이에 대한 책임은 사학재단이 지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이 사학재단에 학교 운영을 맡겨서는 안 된다. 최소한의 책임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당할 학생 교육의 책무성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 지난해 10월 뜻밖의 일이 생겼다. 구재단 이사들의 임원승인 취소 관련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서울시교육청이 패소한 것이다. 이에 최아무개 이사장과 10명의 이사에게 취해진 임원승인 취소 처분이 무효화됐고, 이 가운데 다섯 명이 복귀했다. 
"상당히 불안하다. 복귀한 구재단 이사들이 작년 임시이사회가 이행했던 각종 조치들을 하나하나 무력화시키는 중이다. 지난 1월 임시이사가 임명한 권대익 교장을 "임용된 뒤 6개월 이내에 교장자격연수를 받지 않았고, 공모 과정도 적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격 해고한 게 대표적이다.

사실 내 사건은 표피적으로 보면, 징계가 무효화돼 복직했기에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처음 내부고발을 통해 제기한 법인의 비리 문제, 그리고 행정실장의 당연퇴직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초점이 복직으로 옮겨지면서 이런 문제들이 다 해결된 것처럼 알려졌다.

그래서 솔직히 2014년 파면 이후 3년 만에 수업을 되찾았는데, 이걸 또다시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정말 불안감으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 사학재단 비리는 관행처럼 만연해 있다. 그래서 더 내부고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여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내부고발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현재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를 감안해 볼 때, 내부 고발로 개인이 감당해야 할 희생이 너무 크다. 이런 이유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의협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내부 고발을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이 속한 단체나 조직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노동조합이 함께할 수 있다면 좋다.

현재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함께할 조력자가 없다면, 공익제보와 관련한 시민단체와 함께 논의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내부 고발에 따른 보복 등에 대응하거나 공익신고자 보호 관련 법과 제도 활용에 관련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익제보는 신고 과정에서부터 단계에 맞는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사건 이후에는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공익제보나 내부고발은 반드시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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