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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온라인 사진 공유사이트인 플리커(Flickr)에 'Seoul street girl(서울 거리의 여성)'이라는 설명과 함께 수백 장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들은 'seu*****'라는 계정이 올린 것으로, 지난해 여름 서울 시내의 주요 거리를 지나는 여성의 사진을 무작위로 찍은 것들이었다.

주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찍은 사진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시스루, 핫팬츠, 미니스커트 등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들의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은 'Korea 2017', 'Korea 2016'이라는 제목으로 2014년부터 연도별로 정리되어 있었고, 올려진 사진만 어림잡아 약 3천여 장. 이 계정에는 한국 이외에도 샌프란시스코, 베트남, 방콕 등에서 찍은 여성들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플리커에 올라온 불특정 한국 여성들의 사진
 플리커에 올라온 불특정 한국 여성들의 사진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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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특정 다수의 한국 여성 사진을 올린 이 이용자의 팔로워 숫자는 1만2천 명. 실제로 사진들을 살펴보니 적게는 수천에서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게다가 세계 각국의 이용자들이 올린 낯뜨거운 감상평은 댓글로 그대로 노출됐다.

사진에 찍힌 여성들의 주위 배경을 보니 사진을 찍은 장소가 서울 시내 주요 거리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찍힌 전신사진이었고, 사진 속 여성들은 촬영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듯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얼굴이나 신체 부위가 어느 곳도 모자이크 등으로 가려지지 않고 1200픽셀 이상의 초고화질로 공개되고 있었다.

수천 장에 담긴 사진 하나하나는 모두 남성 중심적 시각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대부분 엄밀하게 말하면 '관음' 또는 '훔쳐보기' 사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와 유사한 사진이 널리 공유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플리커'에서만 국내 주요 거리의 여성의 전신은 물론 특정 부위나 비키니 사진을 간단한 검색만으로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카메라를 무작정 들이대고 또 이를 게시해도 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이 이용자는 일단 국내법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관련 법에 저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게시했지만,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나 정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음란한 화상·영상'에 해당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행 국내의 법률상 타인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모든 행위가 규율대상은 아니다. 설령 여성이 몰래 촬영 당했더라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특정신체 부위를 찍지 않고, 옷을 입은 몸 전체를 찍을 경우엔 처벌이 어렵다. 최근의 판례도 길거리에서 여성의 다리 등 부분 사진을 찍으면 위법이지만 전신사진을 찍으면 위법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신 몰카 무죄', 누구를 위한 잣대인가

 또 다른 해외 공유사이트에 올라온 한국의 여성들의 사진
 또 다른 해외 공유사이트에 올라온 한국의 여성들의 사진
ⓒ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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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제주도 한 카페에서 일하며 수개월에 걸쳐 여성 손님을 몰래 촬영해 SNS에 게시한 남성 직원이 큰 비난을 받으며 공분을 샀다. 하지만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여성들은 비난을 퍼부으며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몰카 범죄로 처벌할 수 없었다.

이 남성 직원은 손님으로 방문한 젊은 여성 중 일부만 선택해 전신사진을 찍었고,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 대다수는 테이블 앞에 앉아 차를 마시는 평범한 옷차림이었다. 직원은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얼굴과 몸매 등에 대해 평가와 감상을 올렸지만, 처벌근거가 미약했다.

상황이 이러니 앞으로 한국의 여성들은 누가 자신을 찍고 있는지 알아서 감시해야 하며, 혹시나 자신이 찍혔다면 신체 일부만 찍히지 않았는지 확인부터 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대상자의 신체를 허락 없이 찍었다는 것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일까?

법을 들여다보기 전에, 우선 먼저 짚고 넘어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사람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 당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지킬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허락을 받지 않은 전신촬영은 초상권과 같은 민사적인 해결이나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지 않은 평상복을 입은 전신사진 촬영이라도 남성 중심적 시각에 중심을 둔 다분한 의도가 있었다면 그건 명백한 범죄다. '전신 몰카 무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잣대인가? 언제까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의 범위를 판사의 주관에만 맡겨야 한단 말인가.

다른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도 법과 규칙과 윤리가 있다. 그중 인간에 대한 예의가 가장 우선해야 한다. 찍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이 있다. 오히려 보도가 아닌 예술 행위가 목적이라면 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로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먼저다.

당사자 허락 없이 그냥 셔터를 누른다면 명백한 초상권 침해이며, 신체 일부든 전체든 촬영 자체만으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오늘도 인터넷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전신 몰카 사진을 보는 타인의 음란한 시선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유해 사이트와 사행성 도박 사이트 차단에만 열 올리지 말고, 플리커에 떠도는 '한국 거리의 여성'부터 먼저 보호해주길 바란다.

단순한 전신 촬영이라도 또 다른 2차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를 우리는 무수히 봐왔다. 이제는 현행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적용에서도 촬영의 '대상'이나 '부위'가 아닌 촬영의 '의도'로 정황을 고려해 처벌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평범한 시민이라면 여성을 몰래 촬영할 일이 결코 없고, 촬영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여성의 일상은 결코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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