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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달 29일 18세 투표권 하향 찬성 입장 발표에 이어, 지난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미래세대를 책임지는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선거연령 하향과 사회적 평등권 확대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18세 투표권 부여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5일 논평을 내고 "학제개편과의 연계를 전제했지만, 만18세 선거연령 하향에 공감을 표명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환영한다"며, "그동안 만18세 선거연령 하향은 각 정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 통일이 쉽지 않은 문제였는데 이제라도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기성세대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손을 내밀어 사회 발전을 함께 만들어 가는 동반자로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위(헌정특위)는 지난 달 31일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에 대하여 공방을 벌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선거연령 하향에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선거연령을 낮추면 고등학교 교육현장이 정치 선전장으로 변질되고,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청소년 보고 정치하라고?

<소년소녀, 정치하라> (심상정 외 9인 지음 | 우리학교 펴냄 | 2017. 11 | 219쪽 | 1만3500 원)
 <소년소녀, 정치하라> (심상정 외 9인 지음 | 우리학교 펴냄 | 2017. 11 | 219쪽 | 1만3500 원)
ⓒ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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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연령을 한 살 낮추는 문제도 이처럼 정치권에서는 공방이 되는 상황에서 어린이도 정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회의원 심상정과 박주민을 비롯하여 MBC PD 김민식, 영화감독 황윤, 시인 송경동, 학생 김하린 등 10명이 <소년소녀, 정치하라!>에서 그리 주장하고 있습니다.

책은 왜 청소년들이 정치를 해야 하는지 조곤조곤 짚어주고 있습니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 촛불 대선을 통해 우리 정치가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사상가 노르베르토 보비오의 말을 인용합니다. "민주주의란 투표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라 어디에 투표할지에 대한 딜레마를 해결해 주는 체제"라며, 참여할 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안을 조직할 권리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투표권의 유무와 관계없이 지난 촛불 운동에서처럼 청소년도 얼마든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주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심 의원은 신도 짐승도 아닌 인간에게는 정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주장입니다.

청소년이 정치해야 하는 이유

'세월호특별법개정안'을 발의했던 박주민 의원은 국회의원을 리콜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며,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청소년들에게 추천합니다. 이유는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보게 하는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 시대, 청소년이 바로 시민 사회의 살아있는 양심입니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은 오히려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워요. 사회에 물들지 않았기에, 정의감과 공감능력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지요. 3.1 만세 운동도 그렇고, 4.19 학생 의거도 그렇고, 6.10 민중 항쟁도 그렇고, 한국의 시민혁명은 항상 어린 학생들로부터 시작했어요. 공감능력이 큰 청소년들이 함께 손을 잡고 나와 거리를 메울 때, 세상의 변화는 시작됩니다." - 88,89쪽


이는 '나의 2점 슛보다 팀의 3점 슛이 중요하다'며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를 추천한 김민식 MBC PD의 말입니다. 이는 투표권과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한결 같이 꼭 청소년들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으며 100% 공감했습니다. 우리의 굴곡진 역사에서 전환점을 이룬 진보는, 특히 정치적 사안들은 정치권에 의해 이뤄졌다기보다 시민들에 의해 이뤄졌습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서고, 희생된 후에 변혁기를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청소년이 투표권이 있든 없든 정치적이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청소년 운동가인 공현은 청소년들이 '자기 결정권'과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걸 애석해하며, '자기 결정권은 모든 사람이 가진 인권'임을 강조며 청소년을 정치로 이끕니다. 송경동 시인은 자신이 지은 사회 참여 시들을 들려주며 청소년이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일러줍니다.

"이 책을 읽을 소년소녀들도 잘못된 기성의 질서에 주눅 들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는 어른들의 것이라는 잘못된 신화에서도 벗어나기를 바란다. 모든 인류의 혁명은 대부분 기성의 질서에 때묻지 않은 젊은 청년들에 의해 수행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세 살 무렵에 배웠다는 어떤 이의 말도 남겨 둔다." - 130,131쪽


사회 비평가인 박권일은 자전거를 타면서 겪은 아픔을 이야기하며, 사회의 불평등이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집단의 불행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청소년기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며, 거기서부터 정치가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의 표현은 직접적으로 청소년들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정치는 억울하고 힘드니까 함께 바꾸자는 권유다. 개별 해법이 아닌 집단 해법이다. 자전거를 타며 느꼈던 공포, 학생으로 살아가며 느꼈던 억압,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느꼈던 모멸 같은 것은 우연한 개인적 경험이 아니라 그 사회가 지닌 공동 질병의 일부다. 사소한 개인의 일상이 실은 공적 문제임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 바로 정치의 시작이다. 정치란 모두의 해방을 위한 집단적 실천인 것이다. 그러므로 소년소녀들이여, 정치하라!" - 108,109쪽


책은 이미 언급한 저자들 외에도 인권과 정치의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을 저자로 삼고 그들의 주장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불손인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에서 조금은 파격적인 주장이 아닌가 보이기도 하지만, 저자들의 면면과 그들의 주장은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게 무슨 정치야?"가 아니라 우리 모두(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를 포함한 모든 국민)가 정치적이어야 한다는 깨우침을 주는 책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차라리 퇴보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란 걸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책입니다.

책은 꼭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정치를 정치인에게만 맡기면 안 된다는 걸 알려줍니다. 정치인은 투표권 하향조정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따라 공방만 벌이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의 장 또한 국회나 청와대에서만 하는 게 아니고 거리나 학교, 가정에서 할 수 있음도 아울러 가르쳐 줍니다. 청소년은 물론 특히 정치에 관심이 없는 분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덧붙이는 글 | <소년소녀, 정치하라> (심상정 외 9인 지음 | 우리학교 펴냄 | 2017. 11 | 219쪽 | 1만3500 원)
※뒤안길은 뒤쪽으로 나 있는 오롯한 오솔길입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의 오솔길을 걷고 싶습니다. 함께 걸어 보지 않으시겠어요.



소년소녀, 정치하라! - 만국의 청소년을 위한 정치력 향상 프로젝트

심상정 외 지음, 우리학교(2017)


태그:#소년소년, 정치하라!, #심상정, #청소년의 정치,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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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이라 믿는 하루가 또 찾아왔습니다. 하루하루를 행복으로 엮으며 짓는 삶을 그분과 함께 꿈꿉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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