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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속에 들어있는 광물들로 인해 여러 빛깔을 내는 페루의 신비한 '무지개산'.
 산속에 들어있는 광물들로 인해 여러 빛깔을 내는 페루의 신비한 '무지개산'.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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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먹는 감자·옥수수·대파·고추 등의 원산지는 어디일까? 놀랍게도 멀고 먼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고원에서 처음 작물화 했단다. 페루,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나라가 있는 곳이다.

특별히 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지 않으면 가기 힘든 먼 나라지만 왠지 친근한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과 외모는 물론 역사까지 닮은 점이 많아서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라틴 아메리카의 민요 <El Condor Passa, 콘도르는 날아가고>는 아리랑 못지않은 애수가 느껴진다.

 책 표지 - 여러 빛깔을 내는 신비한 '무지개산'
 책 표지 - 여러 빛깔을 내는 신비한 '무지개산'
ⓒ 진실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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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이 지은 이 책 <안데스를 걷다>는 남미에서도 안데스 산맥을 따라 안데스인들의 문화가 꽃핀 나라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를 다녀온 여행기다. 거대한 대륙을 종단한 만큼 여행기가 촘촘하고 두툼하다. 많이 알려져 유명해진 마추픽추나 나스카 유적, 우유니 사막, 티티카카호 외에도 페루의 무지개산, 볼리비아의 소금사막, 칠레의 달의 계곡을 지나 '세상의 끝'이라는 별칭이 있는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까지 등장한다. 이불속에서 편안하게 남미 대륙 여행을 했다.  

책 서문에서 저자는 '남미는 너무나 거대하고 다채로워서 하나의 틀에 도저히 집어넣을 수 없는 역사와 문학과 민족을 갖게 됐다는 어느 작가의 말은 조금도 과장이 아니었다'고 토로한다. 십년 째 책장에 모셔두면서 읽고 있는 콜롬비아 출신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한 소설 <백년의 고독>(1967) 또한 남미 대륙처럼 복잡다의하다.

과연 남미 여러 나라의 자연 풍경은 놀라운 경관과 다양한 생태계를 자랑하고 있었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역대급'이었다. 더불어 인상적이었던 건, 그곳에 사는 사람과 역사 이야기다.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와 독립 후의 혼란, 군사 쿠데타, 인권유린, 고단한 민주화의 여정까지, 얽히고설킨 남미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의 역사였다.

'안데스의 숭고한 자연과 역사에 보내는 헌사'라는 부제에서 보듯 남미의 아름다운 명소뿐만 아니라 굴곡진 역사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아우르며, 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여정이 담겨있기에 더욱 특별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인문 여행기'라 할 만하다.

높은 땅 만큼 험난한 역사를 가진 나라 

싸워서 정복한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는 서양의 오랜 전통으로 스페인들은 1571년 이 나라를 정복하면서 잉카 건축물을 하나도 남겨놓지 않고 파괴했다. 철제 무기와 군사기술, 폭력의 합리적 사용에 능숙한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고 금과 은을 약탈해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정복자 피사로와 코스테르를 위시한 스페인의 만행이 얼마나 악랄했는지 볼리바르의 전기를 쓴 어느 네덜란드 작가는 '인류 문명에 씻을 수 없는 죄악'이라고까지 말했다. - '라틴아메리카의 문화 수도 쿠스코' 중

남미를 처음 알게 된 건 내 청년시절의 영웅 '체 게바라'의 삶을 통해서였다. 체 게바라는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 쿠바혁명을 성공시켰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라틴 아메리카의 반독재 민중혁명을 위해 싸우다 1967년 볼리비아에서 붙잡혀 처형됐다. 그의 나이 39세 때였다.

이 책에서 페루와 볼리비아를 해방시킨 남미 해방의 영웅 시몬 볼리바르와 파울라 산탄데르도 알게 됐다. 볼리비아는 1825년 독립하면서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 볼리비아로 국호를 정했다. 이들의 삶에서 보듯 남미의 역사는 곧 식민지 종주국들의 지배와 억압으로 점철된 비극적인 역사나 크게 다름없었다. 

 콜롬비아의 자랑 화가 보테로.
 콜롬비아의 자랑 화가 보테로.
ⓒ 보테로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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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는 잉카(Inca, 남아메리카의 중앙 안데스 지방에 자리한 고대국가들)에겐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황금에 눈 먼 정복자 스페인의 행태는 다른 제국주의국가와 별다를 게 없었지만, 잉카의 전통 유산과 건축물 등을 깡그리 없애 버린 일은 해도 너무했다 싶었다.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페루)는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일 정도로 유서 깊은 곳이지만, 잉카의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왜 스페인은 그렇게까지 잔인했을까 궁금했었다. 이유는 종교적 광신이었다.

당시 스페인 왕 부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오늘날로 말하면 '기독교 근본주의자'였다. 자국 내 종교재판소를 설치해 국민들에게 악명 높은 이단 심문을 할 정도였다. 이런 정복자들의 눈에 태양신을 섬기는 잉카족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미개인에 지나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회의 없는 믿음과 맹신'은 위험한 사회악이다.

식민지, 가난으로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쉬운 나라에서 평생에 걸쳐 3만여 점의 수준 높은 유물을 수집한 페루 라르코 박물관은 저자가 '강추'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간송 박물관에 비견된단다.

남미를 여행하는 보람을 느꼈다는 페루의 길거리 벽화, 볼리비아의 민속박물관과 아르헨티나의 국립미술관도 마찬가지. 저자는 나라별로 도심 속에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꼭 들러보라고 강조한다. 볼거리도 많지만 남미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와 사회를 드러내는 창과 같았다고.

 비취색으로 빛나는 신비로운 ‘페리토 모레노’ 빙하.
 비취색으로 빛나는 신비로운 ‘페리토 모레노’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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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경 실화냐? 무지개산, 달의 계곡, 비췻빛 빙하
"길에서 만난, 파타고니아(칠레의 고원)를 다녀왔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람을 얘기했다. '웬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안다. 나도 바람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냥 내 몸이 안다. 몸이 휘청거리고, 때로는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 만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바람, 때로는 부드럽게 몸을 휘감아 땀을 식혀주고, 때로는 정신이 번쩍 들도록, 두통이 날 정도로, 뼛속까지 몰아치는 바람. 그 바람이 파타고니아의 숭고한 자연을 만들어내고 숭고함을 더해준다.' - '파타고니아 트레킹' 중


코카잎 하나에 담긴 남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책 표지에 나오는 산 이름은 해발 5200m나 되는 '무지개산(페루)'이다. 원래 눈 덮인 설산이었는데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몸이 드러났고 땅속 광물로 인해 여러 빛깔로 보이는 신비로운 산이다. 빈속으로 여행사에서 대여하는 말을 비싸다고 거부하고 산행을 하다 고산증세와 함께 지쳐 쓰러진 저자를 살린 게 코카잎이다.

안데스 지역 사람들은 서기 전 3000년경부터 코카잎을 먹었단다. 고산증 외에 배고픔과 목마름, 두통과 통증도 완화하고, 예전엔 종교의식에도 사용했다. 코카잎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였다고 한다. 코카잎의 이런 효능을 알게 된 정복자들이 원주민의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착취하고 생산성을 높일 목적으로 광산에서 일하는 원주민들에게 코카잎을 먹게 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졌다.

거대한데다 다채롭기까지 한 대륙 하나를 단 두 달 만에 돌아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거센 바람과 고산증세에 시달리면서도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돌아다닌 저자 덕분에 널리 알려진 명소 외에 남미에 간다면 꼭 가고픈 여행지도 많이 알게 됐다. "이 풍경 실화냐?" 소리가 절로 터져 나오는 곳이다.

주변 날씨에 따라 산의 색깔이 바뀌는 페루 '무지개산', 지구에서 달과 가장 비슷한 곳이라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달의 계곡', 파타고니아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아르헨티나에 있는 '세상의 끝 도시' 우수아이아와 저자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감탄한 '페리토 모레노' 빙하. 이 빙하는 신비하게도 푸르스름한 비췻빛이 깃들어 있는데 햇빛 가운데 파란색만 통과해서란다.

특히 남극이 지척인 '세상의 끝' 파타고니아는 꼭 가보라고 추천한다. 아름답고 평화롭고 숭고한 자연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거센 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걷다보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가슴 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덧붙이는 글 | 조용환 (지은이) | 진실의힘 | 2017년 12월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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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랍니다. 소박하게 먹고, 가진 것을 줄이기. 이방인으로서 겸손하기, 모든 것을 새롭게 보기를 실천하며 늘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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