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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모둠 친구들과 함께 본 강화의 일출
 작년 12월, 모둠 친구들과 함께 본 강화의 일출
ⓒ 류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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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나와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강화에 들어온 지도 벌써 2년 5개월이 되었다. 조선시대 유배지로나 알고 있던 이 곳에 들어오게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나는 강화에 위치한 1년제 생활관 학교 '꿈틀리인생학교'를 다니고 있다. '다닌다'라는 표현이 교사가 사용하기엔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근무한다거나 일한다는 표현보다는 같이 다닌다는 표현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것 같다.

내가 꿈틀리인생학교(아래 꿈틀리)를 다니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교사로 살아오신 아버지를 보며, 또 12년 동안의 학교생활에서 교육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선생님'이라는 장래희망을 품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전공은 중국어였지만, 교직이수를 통해 교육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처음 접하게 된 덴마크 교육 이야기는 내 삶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우리 사회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덴마크에 가서 교육을 배우고 돌아와 우리나라에 맞게 적용하여 좀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졸업 이후 바로 덴마크에 가지 못하였으나 주변 사람들에게 언제나 말하는 나의 다음 계획은 '덴마크에 가서 교육을 공부하고 오겠다'였다. 이런 나였기에, 꿈틀리에서 교사 제의를 받은 것은 우연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1년제 한국형 에프터 스콜레, 꿈틀리

꿈틀리는 문을 연 지 이제 3년차 되는 작은 신생학교다. 학교의 개교준비부터 교육과정, 학생모집까지 A to Z를 함께 한 내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말이다. 우리학교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쉽게 대안학교라고 하지만, 그 표현은 맞기도 하고 맞지 않다고도 생각한다. 대안적 교육을 시도하는 공간인 것은 맞지만 기존에 한국사회에서 통용되던 '대안학교'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기엔 다른 부분들도 있기 때문이다.

열일곱 살 무렵,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기 전 1년 동안 친구들과 기숙사 생활을 함께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의 흥미와 특성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에프터 스콜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은 어떤 것인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1년제 한국형 에프터 스콜레. 이게 우리학교를 수식하는 가장 적합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꿈틀리는 왜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인지를 궁금해 하며 취재를 떠났던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제안으로 2016년 문을 열게 되었다. ‘우리 청소년에게 옆을 볼 자유를 주자’는 모토를 가진 꿈틀리는 일반 교육제도를 따라가는 도중에 잠시 멈춰 서서 청소년에게 인생을 고민하고 설계할 1년의 시간을 주는 인생학교 혹은 전환학교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 시작되어 첫 1기 31명의 친구들이 아주 행복한 얼굴로 졸업을 했고, 2기 28명의 친구들 역시 강화도 캠퍼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식사와 설거지, 청소, 빨래를 배우고 글쓰기, 노래 부르기, 그림그리기와 만들기, 밭농사와 논농사, 민주시민교육과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며 숨 가쁜 1년을 마쳤다.
 꿈틀리는 왜 덴마크가 행복지수 1위인지를 궁금해 하며 취재를 떠났던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제안으로 2016년 문을 열게 되었다. ‘우리 청소년에게 옆을 볼 자유를 주자’는 모토를 가진 꿈틀리는 일반 교육제도를 따라가는 도중에 잠시 멈춰 서서 청소년에게 인생을 고민하고 설계할 1년의 시간을 주는 인생학교 혹은 전환학교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에 시작되어 첫 1기 31명의 친구들이 아주 행복한 얼굴로 졸업을 했고, 2기 28명의 친구들 역시 강화도 캠퍼스에서 함께 생활하며 식사와 설거지, 청소, 빨래를 배우고 글쓰기, 노래 부르기, 그림그리기와 만들기, 밭농사와 논농사, 민주시민교육과 다양한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며 숨 가쁜 1년을 마쳤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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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질문할 수 있겠다. 이미 많은 대안학교들이 있는데 새로운 학교를 문을 열 필요가 있는지를. 기존의 대안학교들도 모집하고자 하는 인원이 미달되어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또 누군가는 질문할 수도 있을 거다. 학업을 중단하는 고등학생이 지난 5년 동안 13만 명에 육박하는데, 꼭 공교육에서 학생들이 빠져나가도록 해야만 하는지를.

사실 이런 질문들에 확실한 대답을 하기 어렵다. 우리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고,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자신에 대해 알 시간도 없이 치열하게 공부하다 대학 간 뒤에도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 그것을 찾기 위해 휴학을 하고, 심지어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한 후에도 진로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런 우리나라야말로 청소년이 '나'와 '우리'에 대해 생각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할 수 있는 시기와 장소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함께 한 1년, 친구들 얼굴이 달라졌다

사실 2년 동안의 교사생활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이상적으로 꿈꿔오던 교사의 모습과 실제로 겪게 되는 교사의 삶은 참 달랐다. 좋은 선생님들과 반면교사가 되는 분들을 보며 따뜻하고 품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자 했지만, 생활 속에서 보여주는 내 모습은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친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기도 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교사'인 나와 그저 조금 일찍 태어났을 뿐인, 말 그대로 '선생'인 나 사이에서도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했다.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나란 사람의 인격이 좋지 않다고 느껴질 때면, 그래서 친구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이 느껴질 때면 과연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일까, 좀 더 좋은 선생님이 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란 사람과 나의 실력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이 모든 고민과 생각에 정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나의 실력을 고민하고, 그래서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좋은 선생님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배움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시간 속에서 가르치는 사람인 '교사'인 나도, 삶을 같이 살아가는 '선생'인 나도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 스스로 인정해줄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친구들의 얼굴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지난 3월에 찍었던 사진이 과연 이 친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과 분위기가 변하는 것을 본다. 그들의 성장과 가치관, 마음의 변화가 얼굴에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웃는 것이 좀 더 자유로워지고 여유가 생기고, 생명력이 넘치는 얼굴로 말이다.

얼마 전 새해를 맞아 2기의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 꿈틀리에서의 성장한 자신에 대해 쓴 글을 보게 되었다. 내색하진 않았지만 정말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감동이 몰려왔다. 그리고 우리 학교에 대한 정체성과 가치가 내 안에서 더욱 분명해졌다.

 지난 1월 1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정보보호를 위해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가렸습니다.
 지난 1월 1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정보보호를 위해 이름과 프로필 사진을 가렸습니다.
ⓒ 류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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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질문한다. 꿈틀리는 학생들의 진로와 꿈을 찾아주는 곳인가요? 나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꿈틀리는 친구들이 다양한 모습을 가진 자기 자신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잘나서, 대단해서 그들에게 진로와 꿈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본래 가지고 있던 자신의 모습과 능력을, 좋아하는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친구들과 더불어 나눌 수 있는 곳이기에 좀 더 자신에게 맞는 진로와 꿈을 고민해볼 수도 혹은 찾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그렇다. 모든 친구들이 자신만의 능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을 알아갈 수 있다면 진로와 꿈, 그런 것 좀 못 찾으면 어떤가. 고작 17, 18살인데 말이다. 자기 자신을 안다면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언제든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어디에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교사가 공부하고 성장하려고 하는 곳이라야 진짜 건강한 배움이 일어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뛰고 설렜다. 바로 우리 학교가 이 말에 부합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교사들이 있진 않다. 2016년 함께 시작한 교사들이 모두 이곳 꿈틀리가 처음으로 교사생활을 하게 된, '초짜'인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그랬기에 2년 동안 친구들과 지내면서 함께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교사니까 혹은 나이가 많으니까 라며 우리가 옳다고 주장하지 않을 수 있었고,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배워가고 성장해가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었다.

교사인 나는 갖지 못한 재능이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휙휙 해내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뛰었다. 때로는 그들을 교사 삼아 내가 배울 때도 있었다. 이런 건강한 배움의 교류가 있고 같이 살아감을 체득하는 이 곳이야 말로 150여 년 전 덴마크의 그룬투비가 이야기한 '삶을 위한 학교'가 아닐까?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학교의 설립 정신 중 하나이기도 하고, 교가에 나오기도 하는 문장이다. 항상 누군가와 비교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잘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회에서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열심히 도전하고 노력하되, 그것이 꼭 잘하기 위함이 아니어도 된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한다. 그리고 교사인 나 스스로에게도 한다. 이 말이 큰 위안과 위로가 된다.

아직 부족한 점, 비어있는 점이 많은 학교이고 나이지만, 그렇기에 배움이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인 나의 교사 인생에서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작은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다가 올 나의 교사 생활이, 만나게 될 친구들이 기대된다.

 눈 내린 학교 운동장에서 2기들과 다함께 찍은 사진
 눈 내린 학교 운동장에서 2기들과 다함께 찍은 사진
ⓒ 꿈틀리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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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 올해로 3년차를 맞은 꿈틀리인생학교가 3기 신입생 약간명을 추가로 모집합니다. 2월 14일까지 원서를 접수 받고 있습니다. 자세한 정보와 지원서 양식 등은 꿈틀리인생학교 블로그(http://ggumtlefterskole.blog.me)에 올라와 있습니다. 더 많은 꿈틀리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도 블로그를 통해 글과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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