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극심한 우울증 춤으로 극복한 시어머니

이순자(71, 시어머니)씨는 52세 되던 해, 동네 혼인을 해 소꿉놀이 하듯 살던 한 살 연하의 남편을 질병으로 여의게 되어 극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모악산 자락의 비아마을(기접놀이 유래마을)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기접놀이를 접하며 자란 그녀는 쇠, 북, 장구 등을 잡고 맹렬히 활동했다. 반면 남편은 혼자서 조용히 붓글씨, 그림 등을 즐겼다고 한다.

이른 나이에 혼자가 되자 그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릴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기접놀이에는 발걸음을 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어디서나 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할 만큼 밝은 성격의 그녀가 두문분출 생활한 지 3년째 되던 해. 두 아들을 거느린 가장으로 꿋꿋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삶의 의욕을 추스르기 위한 방편으로 다시 기접놀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짙은 우울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전에 하던 쇠, 징, 장구 등 악기를 잡는 대신 판에 신명을 돋우는 연희패의 일원이 된 그녀는 밝은 천성 탓에 예전의 활기를 되찾게 된다. 참여와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로 온 국민이 축제하듯 치러진 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12월 19일은 전주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이때, 전주 기접놀이패도 객사 거리로 몰려나가게 된다. 연희패로 참가한 순자씨는 다리에 큰 상처가 난 것도 모르고 신이 나서 춤을 췄다. 그러다 바지가 피로 붉게 물든 것을 발견한 일행이 알려줘서야 병원에 가 10여 바늘을 꿰맸다고 한다. 이 어찌 춤바람 난 춤꾼이 아니겠는가?

 공연 때마다 늘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는 이순자씨는 출연진 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관객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절을 한다고 한다.
 공연 때마다 늘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는 이순자씨는 출연진 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관객들의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절을 한다고 한다.
ⓒ 서치식

관련사진보기


 전주한옥마을 공연에서 관객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력을 주는 이들 고부(姑婦)는 공연장에서 늘 주목을 받는다.
 전주한옥마을 공연에서 관객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활력을 주는 이들 고부(姑婦)는 공연장에서 늘 주목을 받는다.
ⓒ 서치식

관련사진보기


아빠 호위 받으며 3년간 클럽 누빈 며느리

이숙현(39, 며느리)은 대학생이 되어 클럽을 다니기 시작했다. 춤을 추며 너무 행복해하는 막내딸의 모습에 아버지께서 초저녁에 클럽에 데려다 주고 문 닫는 시간인 새벽에 다시 태우러 오셨다고 한다.

밤새도록 춤을 추느라 기진맥진해 흠뻑 땀에 젖은 채 클럽을 나올 때 느끼는 충만한 행복감은 기다려주던 아빠로 인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무려 3년여를 그렇게 클럽을 누비고 다녔다 하니 이 역시 춤바람 난 춤꾼 아닌가?

고부(姑婦)로 만난 두 춤꾼이 각자 즐기던 춤이 너무 달라 시어머니로부터 처음 기접놀이 참여를 권유 받았을 때는 완곡하게 거절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빠른 비트의 춤에 익숙한 그녀가 낯선 농악 가락에 어울리는 춤을 춘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곡히 거듭되는 시어머니의 청을 차마 거절 할 수 없어 "그럼 예선전인 전라북도 대회까지만 하겠다"며 며느리도 기접놀이에 발을 들이게 된다.

백중 정기공연, 전주한옥마을 길놀이로 실전감각을 익혔는데 두 아이의 엄마로 입시학원 강사를 하는 며느리는 늘 바빠서 전력 질주하듯 달려야 가까스로 공연에 도착하곤 해 모든 단원들의 가슴을 졸이곤 했다.

고부(姑婦)가 단원으로 참여하니 7살, 5살 어린 두 아이는 남편이 연습 내내 도맡아야 했다. 자영업자인 그는 주말에도 일이 있는지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며느린 늘 그렇게 달려야 가까스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어머니의 강권에 못 이겨 억지로 참여하던 며느리는 공연 시간에 맞추기 위한 이 '필사의 질주'를 통해 기접놀이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할머니와 엄마가 열심히 기접놀이를 하는 것을 본 아이들은 자연스레 밥그릇 등을 두드리기도 하고 춤사위를 따라 하며 놀기 시작하더란다. 춤추는 게 너무도 행복했던 그녀를 늘 응원해주던 아빠와 같은 부모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춤추는 엄마를 좋다고 따라하던 아이들의 손을 잡고 주저 없이 기접놀이 춤판으로 이끌었다.

'춤바람 난 3대' 탄생과 전주기접놀이의 미래 

그렇게 해서 박리예나, 박태산 남매가 지난해 9월 5일 전주시 정동마을에서 열린 백중 정기공연에 정식으로 출연해, 전주기접놀이에 역사적인 '춤바람 난 삼대(三代)단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장대비 속에서 펼쳐진 이날 공연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시연을 겸했는데 이들 삼대의 참여로 기접놀이는 실제 전승(傳承)되는 민속임을 강하게 부각시켰다는 대내외의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탄생한 전주기접놀이 '3대' 단원들은 2017년 9월 22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제58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초청공연(전 대회 우승팀 초청)에도 출연하는 등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공연을 놀이로 즐기는 천진난만한 5살의 태산이가 할머니와 함께한 아름다운 오늘을 추억하며 가꾸어갈 전주기접놀이의 앞날은 밝다.
 공연을 놀이로 즐기는 천진난만한 5살의 태산이가 할머니와 함께한 아름다운 오늘을 추억하며 가꾸어갈 전주기접놀이의 앞날은 밝다.
ⓒ 서치식

관련사진보기


  2017년 12월 9일 2017년 우수단원으로 선정되어 전라북도의장상을 수상했다.
 2017년 12월 9일 2017년 우수단원으로 선정되어 전라북도의장상을 수상했다.
ⓒ 서치식

관련사진보기


전주기접놀이를 전승(傳承)되는 민속의 반열에 올려놓은 이들 '3대'는 지난해 12월 9일에 2017년 전주기접놀이 송년 발표회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우수단원상인 전라북도의회의장상을 수상했다.

제58회 한국민속예술축제장에 가니 전주기접놀이는 전 대회 우승팀으로 이미 한국민속예술축제의 역사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 참여한 18개 시도 대표팀들에게 전주기접놀이는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자리에 오른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더란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전주기접놀이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되어 3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있다. 또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전주효천지구에 3000평 규모의 전주기접놀이 전수관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그들의 할머니 엄마가 애써 마련한 오늘의 터전 위에서 박리예나, 박태산 남매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여전히 '춤바람 난 3대'를 이끌 그날을 그려본다.

  2017년 전주기접놀이 송년발표회장에서 엄마의 고깔을 함께 쓰고 즐거워하는 이들이 가꾸어갈 전주기접놀이의 앞날은 저들처럼 희망이다
 2017년 전주기접놀이 송년발표회장에서 엄마의 고깔을 함께 쓰고 즐거워하는 이들이 가꾸어갈 전주기접놀이의 앞날은 저들처럼 희망이다
ⓒ 서치식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페이스북에도 게재합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2005년 지독한 교통사고로 80 여일만에 의식을 회복하고 2006년 휠체어에 의지한 채 하프 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최종 목표로 설정 후 만 3년만에 병원치료를 스스로 마치고 '자가재활'을 하며 마라톤을 가열차게 준비중인 전주시 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