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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새 월화 드라마 <크로스>는 서번트 증후군으로 인해 초인적인 시력을 갖게 된 레지던트 의사 강인규(고경표 분)가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 수감돼 있는 한 교도소 의사로 근무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의 목적은 복수다. 강인규는 의사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그 원수를 최대한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현재 2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는 주인공 강인규가 살인을 계획하게 된 동기, 이런 계획을 눈치 채고 막으려는 종합병원 장기이식센터장 고정훈(조재현 분)과의 관계 등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주요 배경인 교도소와 종합병원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주변 인물들을 소개하고, 중심 소재인 장기이식과 장기밀매에 관한 시청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크로스>가 주려는 또 다른 메시지, 장기이식에 관한 인식 변화?

특히 2회에서는 장기이식과 관련해 중심인물 중 한 명인 고지인(전소민 분)이 교도소 환자에게 장기기증 신청 방법과 절차를 설명하거나 그 의미를 두고 강인규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들이 배치됐다. 이는 본 이야기를 통해 장기이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최대한 환기시킨다는 제작진의 또 다른 의도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장기이식은 이 드라마에서 복수라는 설정과 함께 앞으로 강인규가 어떤 의사로 거듭나게 될지 그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장치로도 작용할 듯하다. 그의 의술이 사람을 살리는 '활인술'이 될지 아니면 사람을 죽이는 '사인술'이 될지 가늠하게 될 바로미터가 바로 장기이식에 관한 그의 인식 변화 여부에 있을 거란 얘기다.

제작진 설명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관극 포인트는 강인규가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서 위대한 의사가 될 것인지 아니면 희대의 살인마가 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데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과연 위대한 의사의 조건을 무엇으로 보고 있을까?

2회에는 어린 강인규가 고정훈에게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착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고정훈은 자기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착한 의사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는 그런 의사가 아니라고 부정한다. 겸손의 말이었을까? 그 순간부터 필자는 강인규보다 고정훈의 사연이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지금', 고정훈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환자를 평등하게 대하는 의사가 돼 있다. 그는 국회의원의 목숨을 살릴 것인지 아니면 범죄자의 목숨을 살릴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평등 원칙에 따라 후자를 선택한다.

좋은 의사의 조건, 병원 시스템을 따른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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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평등이란 엄밀히 말하면 병원 시스템 앞의 평등을 의미한다. 그는 환자를 두고 가치 판단을 하는 것은 의사인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병원 시스템이 같은 상황에서 범죄자의 목숨보다 국회의원의 그것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었다면, 고정훈은 기꺼이 그 규정을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바로 그 가능성이 고정훈이 앞서 언급한 장면에서 스스로 착한 의사가 아니라고 부정했던 이유라고 본다. 아마도 그는 병원 시스템을 완벽한 것이라고 믿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현 시점에서 집단지성이 만들어낸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인정하는 인물일 것이다.

물론 인간의 문제는 대부분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서 발생한다. 당장 이 드라마에도 병원 규정이나 의료법을 무시하고 편법을 동원해서 잇속을 챙기려는 병원 사람들이 등장했고, 이런 심리를 이용해 '갑질'에 몰두하는 국회의원 '사모님'도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제도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까지 덜해지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이 드라마가 제시하게 될 바람직한 병원의 모습과 좋은 의사의 조건이 어떤 것일지 더욱 궁금해졌다.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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