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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왜 결혼했어? 답답하지 않아?"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왜 결혼했어? 답답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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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왜 결혼했어? 답답하지 않아?"

오랫동안 곁에서 나의 일상을 바라본 친구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결혼 따위는 하지 않을 거야."

결혼 뒤에 '따위'가 붙었다. 아니야. 결혼 '덕분'에 얻은 것도 많다고 말하고 싶지만 망설여진다.  

친구: "난 비혼주의자야."
나: "그걸 왜 선언해야 해? 그냥 결혼 안 하고 살면 되잖아."
친구: "사람들이 결혼 언제 하냐고 묻는 게 귀찮아."

한국 사회에 살면서 나이, 학력, 고향, 결혼 유무를 묻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질문할 때가 많다. 나 역시 이 사회에 길들여진 사람이다. 의식적으로 신경쓰지 않으면 불쑥 튀어나오는 '결혼했어요?' 혹은 '결혼은 언제 할 거예요?'라는 질문.

처음 본 사람에게 결혼을 했느냐고 묻고, 결혼을 했으면 아이가 있느냐고 묻고, 아이가 하나 있다고 하면 둘째는 언제 낳을 거냐고 묻는, 지루한 질문의 꼬리를 잘라야 했다.

"나도 사실 결혼하지 않으려고 했어."

20대 초반 결혼제도 안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인생이 '절대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에코페미니스트인 현경의 책을 읽고는 아이를 낳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세상에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까지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낳아야 하나 고민했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이 재현될까봐 두려웠고,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삶이 더 가벼울 거라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았다. 심지어 12년 동안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해본 적이 없고, 본능적으로 정착이라는 것을 못했던 내가 태어나서 가장 오래한 일이 결혼생활이다. 독립적으로 살고 싶었고, 인생을 누리며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가난했고, 나만의 공간이 없었다.

결혼으로 도피하다

나의 결핍을 결혼으로 채웠다. 친구의 자취방을 전전긍긍했던 내게 따뜻한 집이 생기고, 내 사람이 생기는 호사를 누렸다. 그에게 내가 필요했고, 나도 그가 필요했다. 평생을 다니고 싶었던 직장을 버리고, 어느 날 나는 결혼제도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결혼을 너무 모르고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한 이상 아이를 낳고 싶었다. 여성의 삶에서 '결혼, 임신, 출산, 육아의 4종 세트'를 선물이라고 여겼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죽을 것 같았지만, 동시에 살아있음도 느꼈다. 그 몸부림이 내게는 성장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움과 함께 오는 고통에 눈을 감았다. 하루 종일 육아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결혼하지 않는 친구가 집에 놀러왔다. 탈수기에서 꺼낸 빨래처럼 축 쳐진 나를 바라보던 친구의 안쓰러운 눈빛이 생각난다. 서울로 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자서 중얼거렸다.

"결혼, 안 할 수 있으면 굳이 하지 마. 다들 행복이라는 가면을 쓰고 사는 지도 몰라."

결혼 기차

                    문정희

어떤 여행도 종점이 있지만
이 여행에는 종점이 없다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에
한 사람이 기차에 내려야 할 때는
묶인 발목 중에 한쪽을 자르고 내려야 한다

오, 결혼은 중요해
그러나 인생이 더 중요해
결혼이 인생을 흔든다면
나는 결혼을 버리겠어

묶인 다리 한쪽을 자르고
단호하게 뛰어내린 사람도
이내 한쪽 다리로 서서
기차에 두고 온 발목 하나가
서늘히 제 몸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서둘러 다음 기차를 또 타기도 한다

때때로 차창 밖을 내다보며
그만 이번 역에서 내릴까 말까
아이들의 손목을 잡고
선반에 올려놓은 무거운 짐을 쳐다보다가
어느덧 노을 속을
무슨 장엄한 터널처럼 통과하는

종점이 없어 가장 편안한 이 기차에
승객은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요즘에는 '결혼 기차'에 올라타는 손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스로 '비혼주의자'라고 외치며 탑승을 거부한다. '비혼주의자'도 결국 사회가 만들어낸 언어가 아닐까.

'나는 비혼주의자야. 그러니까 너희들의 틀에 나를 가두지마.'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내 삶을 누리고 싶어.'

결혼제도 안에 자신을 가두고 싶지 않다는 선언.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다섯 글자로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결혼을 택한 나, 비혼을 택한 너를 응원한다
 결혼을 택한 나, 비혼을 택한 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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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을 선택한 너에게

'남들'의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선택하는 것보다 비혼을 선택하는 게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내게 "왜 그렇게 일찍 결혼했냐"고 묻는 것처럼, 똑같이 누군가에게 "왜 결혼을 안 하냐"고 물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마돈나를 기억하길.
 
복잡한 결혼과 연애, 마약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산 그녀가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하이에나 같은 기자들이 그녀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물었을 때, 마돈나는 이렇게 말했단다.

"SO? 그래서?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그건 제 사생활이에요."

천하장사 마돈나. 세상을 뒤엎을 마돈나의 한 마디. "SO?" 이미 마돈나처럼 단단하지만, 색안경을 낀 사람들에게 맞서야 할 때 떠올릴 말.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친구야, 비혼을 선택한 너에게 결혼을 선택한 내가 해줄 수 있을 말은 이것뿐이야.

"널 응원하고 지지해."

네가 복잡한 인간관계에 들어가기 싫어서든, 누군가를 책임지고 살기 싫어서든, 마음껏 사랑을 누리며 살고 싶어서든, 지루함이 싫어서든 네가 선택한 비혼을 나는 격렬하게 지지해주고 싶다.

문정희 시처럼 '오, 결혼은 중요해. 그러나 인생이 더 중요'하니까.


글쓰는 사람. 책과 시집을 옆에 끼고 다니며 떠돌아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열 살부터 시작된 글쓰기는 서른이 넘도록 언저리에 맴돌고 있으나 그런 나를 사랑하기 위해 글을 쓴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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