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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인구 1000만 시대다. 나는 고교생 시절부터 반려견 한 마리를 오랜 기간 보살폈다. 그 아이는 나에게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한편으로는 아들 같은 존재였다. 15년 이상 나랑 함께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줬다. 그러던 그가 2017년 2월 7일 먼 하늘로 떠났다.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그 아이와의 기억. 곧 그 아이의 1주기다. 그와 함께했던 시간을 다들 이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 기자말

반려견 신다롱.
 반려견 신다롱.
ⓒ 신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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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정말 많은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때 이뤄지는 반려견과의 유대감은 상상 이상이다. 반려견은 주인의 즐거움과 슬픔을 모두 공유한다. 때로는 말썽을 피우기도 하지만 주인의 기분을 맞춰주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그랬다. 아플 때나 즐거울 때나 나의 반려견 신다롱이 있어서 든든했다.

나는 25살이던 2012년 발목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했다. 퇴원 뒤에도 집에 꼼짝없이 누워있어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다롱이는 내 옆을 지켜주었다. 가끔 나의 깁스한 다리를 베고 누워 있어 제대로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

내가 전화로 짜증을 내고 있을 때는 다롱이가 다가와서 자신의 발로 내 몸을 툭툭 쳤다. 화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내가 밤늦게까지 안 자고 있으면 어슬렁어슬렁 걸어와 째려보기까지 했다. 그렇게 나와 다롱이는 오랜 기간 감정을 공유하며 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했다.

2014년. 나는 가족과 다롱이와 함께 경기도 가평으로 여행을 떠났다. 다롱이와 함께 한 지 10년이 넘었으나 생각해보니 함께 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하고 바쁜 시간들을 보내면서 제대로 시간을 낼 틈이 없었다.

그 사이 다롱이도 몸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두 번 했다. 다롱이는 두 번째 수술을 받고 나서 너무 우울해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에게 의뢰를 했다. 다롱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 결과 다롱이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겨우겨우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갈 수 있었다.

문제는 숙소였다. 코커스파니엘이라는 다롱이의 견종 특성상 숙소를 정하는 데 힘들었다. 사람 위주로 숙소를 정하게 되면 소형견만 허용되는 곳이 많았다. 나는 다롱이를 우선으로 생각해 애견 펜션을 숙소로 잡았다.

마침 펜션에는 반려동물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작은 잔디 운동장이 있었다. 활동량이 많은 견종인 다롱이는 축구공을 드리블하며 맘껏 뛰어놀았다. 마치 축구스타 메시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다른 강아지들이 함께 놀자고 몸짓을 보여도 다롱이는 오직 축구에 전념했다.

나는 그런 다롱이의 모습이 매정해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화 시기에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게 해주지 못한 나의 부족함으로 보여 민망했다. 이후 나는 다롱이와 그 애견 펜션에 몇 번이고 함께 더 갔다. 여러 기억 중 단 한 가지 뚜렷하게 남는 것이 있다. 따스한 햇볕 아래 다롱이가 행복한 얼굴로 뛰어논 것이다.

다롱이의 무한 애정 '공사랑'

공 가지고 놀기 좋았던 다롱이.
 공 가지고 놀기 좋았던 다롱이.
ⓒ 신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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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롱이는 공을 정말 좋아했다. 다롱이는 주로 축구공을 가지고 놀았지만 골프공과 테니스공, 스쿼시공 등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공을 좋아했다. 내가 손목 운동을 하기 위해 사 온 스펀지 공마저 다롱이의 장난감이 될 정도로 다롱이의 공사랑은 무한애정이었다.

나는 다롱이와 산책할 때 축구공을 들고 나갔다. 다롱이의 걷기 산책 후엔 운동장에서 나와 함께 축구를 하는 것이 다롱이의 또 하나의 낙이었다. 그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표정의 다롱이었다. 간혹 내가 짧게 산책하려 하거나 축구공을 잊고 나오는 날이면 하염없이 다른 사람이 운동장에서 공놀이하는 것을 부럽게 응시했다. 그때의 나는 '자식이 먹고 싶은 것을 사달라는 데 못 사주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어느 날 다롱이는 갑자기 수색견의 모습으로 변신해 땅에 코를 처박고 무엇인가 찾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다롱이 입에는 테니스공 한 개가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테니스코트가 있었고 코트를 넘어온 테니스공을 다롱이가 찾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공을 함부로 가져오면 안 됐다. 나는 다롱이가 애써 찾은 테니스공을 테니스장 안으로 던졌다. 다롱이는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한동안 테니스 코트 근처에 망부석처럼 앉아있었다. 강아지에게 공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태그:#반려견, #신다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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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낄 때 비로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무엇이든 다시 시작하리라 신현림의 『아무것도 아니었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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