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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엄마표 홈스쿨'이라는 제목 아래 마음을 움직이는 블로그 포스팅을 발견했습니다. 엄마와 노는 것인지 공부하는 건지 분간할 수 없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해맑게 웃는 아이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는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내 아이에게 저런 웃음을 선물해줬던가?' 하고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웃는 내 아이의 얼굴을 봤던가?'
'퇴근 후 먹이고, 씻기느라 바빠서 내 아이에게 저런 웃음을 만들어줬던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정작 가장 소중한 내 아이의 마음은 돌보지 못했더라고요.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어리석은 엄마 같더라고요.

엄마의 출퇴근 시간만큼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였습니다. 매일 아침 1등으로 등원하고 꼴찌로 하원 하는 아이였습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엄마, 아빠와 손잡고 하나둘 집으로 가는 그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을 우리 아이였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때 우리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렇게 출근길마다 아이에게 매번 서글픈 기다림을 약속해야 하는 전 일하는 엄마였습니다.

매일 엄마와 아빠가 빨리 오기를 기다렸을 아이였지만 집에 도착 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밀린 집안일입니다.

'설거지해놓고 놀아줘야지.'
'빨래만 해놓고 놀아줘야지.'
'청소만이라도 대충 해놓고 놀아줘야지.'

전 또 아이에게 기다림을 약속합니다. 그러면 퇴근 후 3시간은 훌쩍 지나 벌써 자야 할 시간이 되고 맙니다. 그날 '엄마표 홈스쿨'이라는 블로그를 보고서 저도 해보기로 했습니다. 포스팅 속 엄마는 전업주부였지만, 퇴근 후 15분 작은 시간만이라도 아이를 위한 시간으로 적극적으로 할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만약 '엄마표 홈스쿨'이 전업주부이니까 가능하다고 치부했더라면, 나는 일하는 엄마라 힘들 거라고 단정 지었더라면 지금 제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만들어주지 못했을 겁니다.

신기한 건 퇴근 후 '15분 홈스쿨'을 하면서 더이상 '일이냐, 아이냐'를 고민하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아이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흔들리기보다, '오늘은 우리 아이와 무얼 하고 놀아볼까?'라는 행복한 책임감이 생겼으니까요.

육아에는 늘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있던 남편도 아이와 함께 하는 홈스쿨 놀이에 심판원이 되었습니다. '15분 홈스쿨'은 남편도 육아라는 어설픈 경기장에 투입되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라면 당연히 해보고 싶은 게 인간의 심리적 욕구이니까요.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은 워킹맘 홈스쿨을 4년여 동안 유지해 온 노하우와 기록을 담아 <워킹맘 홈스쿨, 하루 15분의 행복>을 출간했습니다. 일과 육아를 넘나들며 바쁘게 사는 워킹맘에게 죄책감보다 행복한 책임감을 전해주고 싶었거든요.

 <워킹맘 홈스쿨, 하루 15분의 행복>
 <워킹맘 홈스쿨, 하루 15분의 행복>
ⓒ 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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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살 터울로 남동생이 태어났습니다. 큰 아이와 지나온 그 길 그대로 저는 지금도 '퇴근 후 15분, 워킹맘 홈스쿨'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잠들기 전, 한글 떼기를 하자고 큰아이가 조르던 것처럼 작은 아이도 먼저 '엄마, 공부하자'며 절 흔들어댑니다. 그러면 잠들기 전 몇 분 동안만이라도 한글 놀이를 합니다.

뭐가 이렇게 신나고 즐거운지,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에 제 가슴에도 행복이 스며듭니다. 행복이라는 게 별건가요? 이렇게 웃고 사는 것, 내 가족의 웃음소리를 듣고 사는 것, 그게 삶의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행복 아닐까요?

이제는 퇴근 후 홈스쿨은 두 녀석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우선순위조차 생각하지 않고 매번 반복되는 집안일에 밀려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잊고 살았습니다. 아이를 생각하면 일하는 엄마라서 미안하다면서 정작 내 아이를 위한 단 10분, 15분도 적극적으로 할애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 홈스쿨' 덕분에 제 삶은 죄책감에서 가벼워졌습니다. 내 아이의 웃음이 제 삶의 자양강장제이니까요.

한글카드로 시장놀이 퇴근 후 한글카드로 시장 놀이 하기
아이 이름을 넣어 만든 가게 간판도 만들고
바구니에 한글 카드를 넣고 가격 흥정도 하고 
즐거운 시간
▲ 한글카드로 시장놀이 퇴근 후 한글카드로 시장 놀이 하기 아이 이름을 넣어 만든 가게 간판도 만들고 바구니에 한글 카드를 넣고 가격 흥정도 하고 즐거운 시간
ⓒ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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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 블로그(욕심많은워킹맘: http://blog.naver.com/keeuyo)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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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홈스쿨 하루 15분의 행복》 저자 【욕심많은워킹맘】 블로그 운영자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