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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협상단을 찾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 둘째 날 일정이 끝난 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협상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리 협상단을 찾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 둘째 날 일정이 끝난 1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협상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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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속도전일 것이라는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바람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 1월 5일 1차 개정협상 이후 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본부장은 "협상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차 협상 종료(2월 1일) 이후 그는 "협상은 모든 부분에서 전부 힘들었고 갈 길이 아직도 멀다"고 토로했다.

반면 미국의 속도전 주장은 여전하다. 1월 5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Robert Lighthizer) 대표는 "우리는 가능한 빨리 (공정하고 상호호혜적인 무역을 통한 미국민의 경제적 이익 실현이라는)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것(We will move forward as expeditiously as possible to achieve this goal.)"이라고 말했다.

2차 협상 이후에도 로버트 대표의 입장은 변함없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속도전 결기가 물씬 느껴진다.

"이번 (한미FTA 개정)협상은 무역거래를 공정하고 호혜적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공약의 한 예다. 우리는 미국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신속한 진전으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모든 무역 관계에서 미국은 미국의 노동자와 제조업자, 특히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심각한 권리침해나 피해에 직면한 이들을 지켜갈 것이다.(2월 1일, USTR 보도자료)"

FTA는 단순한 '무역협정'이 아니다

벌써 한미FTA 개정을 위한 2차 협상이 끝났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무역구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안과 입장을 미국 측에 제기하는 한편, 시장접근 및 관세와 관련한 입장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금번 개정협상이 이익의 균형 원칙 하에 상호호혜적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익의 균형'은 미국 측의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기초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근거로 '이익의 균형'을 판단할 수 있을까? 단지 무역수지만으로 '이익의 균형'을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다. 알다시피 FTA라는 이름은 자유(Free), 무역(Trade), 협정(Agreement)이지만, 실질은 무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미FTA는 우리나라 법률을 30여 개나 개정시킨 초법적 조약이다. 한미FTA의 실체를 산업부가 박주선 국회 부의장에게 제출한 연구용역 <FTA 이행 연례보고서 기초연구(2017.1)>를 통해 보자.

"최근의 FTA는 그 대상 범위가 통상적인 상품교역을 넘어 서비스 거래,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와 기술의 이동, 그리고 경제제도 및 규범의 국제화 등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협정"으로, "FTA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며 효과의 경로도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FTA의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행상황 및 효과를 주기적·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응은 미흡하다. 이시욱 외(2016)에 의하면, 2001년 이후 온-나라정책연구 PRISM에 등록된 정부부처 발주 FTA 용역보고서 222건 중 이행평가 등 체결 후 성과분석에 해당하는 연구는 전체의 5.4%인 12건에 불과하다.(동 보고서 2면)

현재 2차례 개정협상을 마친 한미FTA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5년간 한미FTA가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은 지금도 분석 중이다.

2017년 10월 초 → 2018년 2월 말로 3차례 연기된 한미FTA 이행평가

 2017년 3월 14일 산업부 보도자료. 한미FTA 이행상황평가는 10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 3월 14일 산업부 보도자료. 한미FTA 이행상황평가는 10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한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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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이행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이유는 3차례에 걸쳐 연구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자세히 보자.

산업부는 지난해 3월 14일 보도자료에서 "한·미 FTA로 인한 성장, 고용, 소비자후생 등을 분석한 FTA 이행상황 평가는 전문연구기관의 연구용역을 거쳐 '17.10월 中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4개월 뒤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서는 공개일정이 11월로 늦춰졌다. 지난해 7월 28일 산업부는 박주선 국회 부의장에게 제출한 <한미FTA 이행상황평가 연구용역 추진 경과 보고>에서 5월 30일~11월 26일까지 6개월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동 연구용역을 의뢰했으며, '향후 일정'으로는 "11월 중 국회 제출 예정이나, 국회 자료 요구 등을 대비하여 10월 초 완료 추진"이라고 했다. 공개시점이 1개월 늦춰졌다. 첫 번째 연기다.

11월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던 산업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한미FTA 개정협상은 올해 1월 5일 1차 협상의 문을 열었다.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1월 15일 다시금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다.

산업부는 "현재 연구용역이 진행 중으로 용역기간은 1월 19일로 연기됐다"고 답변했다. 지난 5년간의 이행평가조차 못한 채 1차 협상이 완료됐다는 것이다. 장수가 무기 없이 전쟁에 나간 것과 다를 바 없다. 두 번째 연기다.

1월 19일로부터 10일 뒤 한미FTA 개정 2차 협상(1월 31일)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국회 산업위 소속 손금주 의원이 연구용역 결과를 제출하라고 독촉했다. 이행평가는 완료됐을까? 아니다. 산업부는 "1월 완료 예정이었으나, 연구기관의 연구 결과 심층검토 및 내실화를 위한 연장 요청에 따라 2월 28일로 연장됐다"고 답변했다. 세 번째 연기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FTA 발효 5년차 이행평가 완료는 법적 의무

 2018년 1월 31일 손금주 의원실 답변자료. 당초 10월 초 공개한다던 연구용역  수행기간은 2월 20일로 다시 연장됐다
 2018년 1월 31일 손금주 의원실 답변자료. 당초 10월 초 공개한다던 연구용역 수행기간은 2월 20일로 다시 연장됐다
ⓒ 한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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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5년간의 경제적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산업부의 자체 판단이 아닌 법적 의무다. 통상절차법 제15조 및 동법 시행령 제2조에 의하면, "산업부장관은 발효 후 10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통상조약에 대해 발효 후 5년마다 통상조약의 경제적 효과, 피해산업 국내대책의 실효성 등을 포함하여 이행상황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국회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동법 시행령 제3조에서는 "이행상황 평가는 평가를 개시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종료"하여야 한다고 못 박았다. 산업부가 당초 연구기간을 5월 30일부터 11월 26일(6개월)로 한 것은 이같은 법령에 따른 조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용역이 계속해서 연기되는 이유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상품 분야 위주로 분석이 이뤄져 서비스 분야는 분석이 되지 않았다. 상품 분야는 개량분석모형(CGE모델)에 따라 구체적 수치가 나오는데, 서비스 분야는 개방정도로 분석해야 해서 모형을 돌리기는 어렵고 정성적 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8일 보고자료와는 다른 답변이다. 산업부는 당시 보고자료에서 '연구방법'으로 "영향평가 모형 등을 활용한 계량 분석 및 정성적 평가 병행"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한미FTA 5년 이행평가 4번째 연기는 안 된다

연구용역이 3차례나 연기된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미FTA가 지난 5년간 우리나라 경제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연구용역 수행기간이 3차례나 연기됐고, 그사이 한미FTA 개정협상은 2차례나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히 2차 협상 첫째날(1월 31일) 우호적인 분위기였던 협상장 안팎은 둘째날 완전히 바뀌었다. 협상장과 협상단 이동경로 등 첫째날 공개됐던 일정은 갑자기 비공개로 바뀌었으며, 개정 수준 역시 부분개정이 아니라 분과별로 따로 협의 테이블이 꾸려질 정도로 넓어졌다.

김현종 본부장의 속도전 예상은 틀렸지만, 미국의 속도전 의지는 강경하다. 협상을 끄는 것은 전략일 수 있으나, 이행평가를 3차례나 연기하는 것은 무능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미FTA 5년간의 이행평가는 법적 의무요, 협상전략의 시작이다.

한미FTA 개정 3차협상은 3~4주 뒤인 2월 말에나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며, 3번째로 연기된 연구용역의 마감시한은 2월 20일이다. 더 이상의 연기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국회 FTA연구모임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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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