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공식 사이트(www.ufc.com)에 가면 남자부 8체급,여자부 3체급의 챔피언과 상위 15위까지의 공식 랭킹을 확인할 수 있다(선수층이 얇은 여성 페더급은 아직 공식랭킹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위에 격투팬들을 위한 또 하나의 재미 있는 랭킹이 있다. 파운드 포 파운드(pound for pound), 즉 모든 선수들의 체급이 모두 같다는 가정 하에서 선수들의 순위를 매긴 것이다.

물론 각기 다른 체급의 선수가 실제로 맞붙을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 파운드 포 파운드 랭킹은 크게 참고할 필요는 없는 흥미 위주의 '가십 랭킹'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오랜 기간 P4P 1위를 지키고 있던 선수는 미들급의 절대 강자 앤더슨 실바였다. 실바가 무너진 후에는 라이트 헤비급 전 챔피언 존 존스가 P4P 1위 자리를 이어 받았다(하지만 지금은 두 선수 모두 약물 스캔들로 인해 명예가 실추된 상태다).

그리고 현재 꽤 오랜 기간 UFC의 P4P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선수는 플라이급 챔피언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스 존슨이다. 존슨은 UFC 역대 최다인 11차 방어까지 성공시키며 플라이급을 완전히 정리해 버렸다. 존슨의 막강함에 한계를 느낀 파이터들은 존슨에게 도전하는 것을 포기하고 밴텀급으로 체급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존슨에게 두 차례나 패했던 '경량급의 하드펀처' 존 도슨이 대표적이다.

'극강 챔피언' 존슨과의 경쟁에서 한계 느끼고 밴텀급 전향

 존슨(왼쪽)은 플라이급에서 활약하던 시절 도슨이 넘지 못한 유일한 산이었다.

존슨(왼쪽)은 플라이급에서 활약하던 시절 도슨이 넘지 못한 유일한 산이었다. ⓒ UFC.com


어린 시절 육상, 풋볼, 레슬링 등 다양한 종목을 섭렵하며 남다른 운동신경을 과시해 온 도슨은 2002년 그렉 잭슨 아카데미에 입부해 정식으로 종합격투기를 수련했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해 미국, 일본, 캐나다, 도미니카 공화국 등을 돌며 경험을 쌓던 도슨은 2011년 UFC의 선수 육성 프로그램 TUF의 14번째 시즌을 통해 UFC와 인연을 맺었다.

TUF 14 밴텀급 토너먼트에 참가한 도슨은 이미 프로무대에서 16전을 쌓았던 풍부한 경험과 타고난 운동능력을 앞세워 밴텀급 우승자로 등극했다. 당시 토너먼트 결승에서 도슨에게 1라운드 KO로 패했던 선수가 바로 현 UFC 밴텀급 챔피언 T.J. 딜라쇼였다. UFC와 정식계약을 체결한 후 다시 플라이급으로 내려 온 도슨은 팀 엘리엇과 주시에르 포미가를 차례로 꺾고 2013년 1월 챔피언 존슨의 1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됐다.

당시만 해도 존슨에게는 지금처럼 막강한 챔피언의 이미지가 없었기 때문에 강력한 타격을 가진 도슨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도슨은 경기 초반 강력한 카운트 펀치로 존슨을 다운시키며 선전했지만 라운드가 흐를수록 존슨의 강철 체력과 강한 레슬링 압박에 고전하며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했다. 하지만 챔피언 존슨과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는 점에서 도슨은 격투팬들에게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도슨은 그 해 10월에 열린 다렐 몬타그와의 경기에서 1라운드 KO로 승리를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2014년 7월에는 과거 중소단체에서 판정으로 꺾은 바 있는 존 모라가를 2라운드 닥터스톱KO로 제압하며 확실한 우위를 재확인했다. 2015년 6월 잭 마콥스키마저 판정으로 제압한 도슨은 플라이급 랭킹 1위에 등극하며 존슨의 대항마는 자신밖에 없음을 과시했다.

하지만 2015년 9월에 열린 존슨과의 재대결은 도슨의 한계를 드러낸 경기가 되고 말았다. 도슨은 레슬링 싸움을 의식적으로 피하고 아웃복싱 위주로 존슨을 상대하려 했지만 역시 체력과 스피드의 차이를 극복하긴 힘들었다. 두 번의 타이틀전에서 존슨에게 패하며 한계를 느낀 도슨은 밴텀급으로의 체급 전향을 선택했다. 신장 160cm로 플라이급에서도 체격의 우위를 보이지 못한 도슨의 체급 변경은 다소 위험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도슨은 자신의 능력을 믿었다.

밴텀급 전향 후 2승 2패, 무뇨즈 제물로 '분위기 전환' 필요

 도슨은 옥타곤 밖에서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유쾌한 선수다.

도슨은 옥타곤 밖에서는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유쾌한 선수다. ⓒ UFC.com


도슨은 밴텀급으로 체급을 올리면서 "밴텀급 정상에 오른 후 존슨과 '챔피언 vs. 챔피언'으로 3차전을 하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2016년 4월 밴텀급 첫 경기에서 매니 감부리안을 37초 만에 KO로 제압할 때만 해도 도슨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도슨은 6개월 후 체중을 맞추지 못한 존 리네커와의 계약체중 경기에서 1-2 판정패를 당하며 주춤했다.

도슨은 지난해 4월 UFC에서 잔뼈가 굵은 에디 와인랜드를 판정으로 제압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듯했지만 11월 말론 모라에스에게 또 한 번 1-2 판정으로 패했다. 패한 두 경기 모두 도슨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아쉬운 판정이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플라이급에서는 존슨을 제외한 상대에게 단 한 번의 패배도 허락치 않았던 도슨이 밴텀급 전향 후에는 승패를 반복하는 '평범한 파이터'로 전락한 것이다.

또 한 번의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도슨은 오는 4일(한국시각) 브라질에서 열리는 UFN 125대회 코메인 이벤트에서 브라질 파이터 페드로 무뇨즈와 맞붙을 예정이다. 밴텀급 랭킹 10위에 올라 있는 무뇨즈는 8위의 도슨보다는 순위가 떨어지지만 최근 4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경기 장소 역시 무뇨즈의 홈그라운드인 브라질이기 때문에 도슨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무뇨즈는 통산 15승 중에서 KO승은 2번에 불과하지만 주짓수 블랙벨트 소유자답게 서브미션 승리가 9번에 달할 정도로 그라운드에서 강세를 보이는 파이터다. 특히 최근 4경기 중 세 번이나 길로틴 초크(상대의 경동맥을 조르는 서브미션 기술)를 통해 보너스를 차지한 바 있다. 도슨으로서는 자신의 장점인 타격에서 승부를 내지 못하고 그라운드 공방으로 들어간다면 어려운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메인이벤트에서는 최근 3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는 '드래곤' 료토 마치다가 무패의 신예 에릭 앤더스를 상대로 마지막이 될지 모를 또 한 번의 재기전을 갖는다. 작년 7월 UFC 데뷔전에서 하파엘 나탈을 1라운드 KO로 제압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앤더스는 '힘 빠진 용' 마치다를 제물로 이름을 떨치겠다는 기세가 대단하다. 반면에 마치다는 앤더스에게도 패한다면 옥타곤에서의 향후 입지를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에 필승의 각오로 앤더스전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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