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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7년차, 엄마경력 8년차. 워킹맘 K에게 쓰는 편지는 아이와 일을 사랑하며,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엄마의 이야기입니다. 완생을 꿈꾸는 미생 워킹맘의 이야기를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려 합니다. [편집자말]
오늘은 초등 1학년을 보내고 난 뒤 나의 소감이라고나 할까. 그저 그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전에 뭘 준비해야 하고, 아이 학습은 어디까지 해야 하고... 이런 건 책에도 많고,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니까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을게. 그냥 차 한잔 마시면서 내가 어떻게 1년을 지내왔는지, 학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건지 이야기를 할거야.

초등학교 1학년을 둔 워킹맘. 미리 말해두자면 결론적으로는 '못할 것도 없다', '생각보다는 할만 하다'는 거야. 그렇다고 쉽다고는 또 못하겠어. 사람 사는 거 다 그렇잖아. 어떤 날은 쉽다가 어떤 날은 어렵고. 초등학교 1학년을 보내보니 딱 그래. 쉽고 어렵고, 냉탕과 온탕의 반복이야. 그냥 그런 거다 생각하면 견딜만해.

왜 초등1학년이 워킹맘의 무덤일까?

 ⓒ KokomoCole,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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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komoC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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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은 '워킹맘들의 무덤'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까지 얻었지. 무덤이라니. 워킹맘들의 삶이 그대로 끝나버린다는 의미지. 이 사회가 한번 경력단절이 되면 다시 사회에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단면이기도 해.

왜 초등 1학년을 워킹맘의 무덤이라고 하는 걸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어. 내가 생각하기엔 이미 지쳐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아이를 낳고 초등입학까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잖아. 그 가운데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하면 워킹맘들은 장장 7년 동안이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버티게 되거든. 에너지 박박 긁어서 버티고 있는데 '학교입학'이라는 이벤트가 덤으로 얹어지는 거지.

사실, 유아기때는 육아를 남편과 분담이라도 할 수 있지. 학부모가 되니까 남편과 분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 남편이 도와준다고는 해도 대부분 엄마가 챙겨야 하는 것들이 많아. 모유수유를 남편이 대신 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처음 아기가 품에 안겼을 때 뭔가 막 낯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잖아. 초등1학년도 똑같아. 뭔가 막 낯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데, 학교진도는 막 나가는 느낌이야. 아이랑 같이 뛰어야 할 것 같은데 허둥지둥 잘 모르겠더라고.

엄마들 모임도 있어. 학교 행사참석과 모임이 다 엄마 몫이야. 아빠는 없어. 오라고 해도 아빠는 안 와. 녹색어머니회, 마미캅 이런 게 다 엄마 몫이야. '왜 이런 거야?'라고 묻고 싶지만 물을 데가 없더라. 어느 순간 그냥 하게 되더라.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거든. 사회생활이고 단체생활이니까. 반 학부모 모임 단톡방에 엄마들은 있지만 아빠는 없어. 물론 '아빠가 오셔도 돼요'라고 하지만, 오.셔.도.된.다는 말은 웬만하면 엄마가 오라는 이야기야. 아직 우리 사회문화가 좀 그래.

이러다보니 엄마들이 챙겨야 할 것과 신경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유아기 때 엄마의 에너지 용량이 100에서 0까지 내려갔다가 아이가 대소변이라도 스스로 가리고, 밥도 스스로 먹는 나이가 되면서 간신히 50정도 올라서 숨 좀 쉴 것 같은데, 다시 0으로 회귀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방학도 길어. 에너지가 0으로 회귀하니까, 슬쩍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부라는 것이 걸려있지. 공부 습관은 초등학교 때 바로잡아야 한다고 막 여기저기서 떠들잖아. 이때 공부습관 바로잡지 않으면 평생 공부 못할 것처럼 이야기하니 뭔가 불안해져. 내가 일한다고 아이 공부습관 망치고 있지는 않은지 막 죄책감 들잖아.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학원뺑뺑이'라는 것이 있지만, 학원 다닌다고 공부습관이 잡히는 게 아니거든. 아이가 쪽지시험에서 0점이라도 맞아봐. 이래저래 퇴직이 슬쩍 고개를 들이밀지.

초등 1학년을 보내는 워킹맘의 자세

퇴직, 직장인에게 참 쉽지 않은 결정이야. 특히 여자들에게 퇴직은 경력단절로 이어질 수 있거든. 경제적인 이유든, 지금의 직장을 포기하고 싶지 않든, 어떻게든 다녀야 한다면, 방법은 두 가지야.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을 찾든지, 에너지를 아껴쓰든지.

일단 충전하는 방법은 회사의 제도를 이용하는 거야. 많은 워킹맘들이 육아휴직을 전부 쓰지 않고 초등 1학년때 써. 초등 저학년까지 육아휴직 유예해서 쓸 수 있는 거 알지? 그렇게 해서 3~4달 정도 휴직을 해서 초등 1학년 초반을 조금 부드럽게 넘기는 거지.

그런데, 사실 아이들 초등학교 1학년 때 육아휴직을 쓴다는 게 보편적인 방법은 아니야. 알잖아? 휴직제도가 있어도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 혹은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면 빠지기도 어려워. 초등학교 1학년에 맞춰서 휴직하는 워킹맘들은 드물다고 봐야지. 그러면 결국 에너지를 아껴 써야 하는 방법밖에 없어. 내가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내 자신의 에너지를 아껴 쓰는 방법은 일상을 단순화 시키는 거야. 육아와 일, 그 사이에서 갑자기 학교, 학습 이런 이벤트가 생기는 거잖아. 그렇지 않아도 시간부족에 허덕이는데, 다른 것들이 치고 들어오면 정말 마른 수건 짜내듯이 또 시간을 짜내야 하는 느낌이 들어. 힘들지. 결국 취사선택을 해야 해. 가장 어렵지만, 가장 쉬운 건 마음에서 내려 놓는 거야.

일단 불안을 내려놔. 초등학교 저학년에 학습습관 바로 잡지 못하면 평생 공부 못한다는 그릇된 생각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고. 엄마인 우리들, 다 공부 잘 했던 거 아니잖아. 1등 못했어도 다들 학교 졸업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잘 살고 있잖아. 물론 아이가 학습단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지식이 있긴 해. 그것만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면 돼. 초등 1학년의 학습량은 절대 과하지 않아. 엄마의 욕심만 과할 뿐이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중요한 건 마음에서 내려놓고 아이들을 믿는 거야
 중요한 건 마음에서 내려놓고 아이들을 믿는 거야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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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신경쓰는 또 하나의 불안, 아이들 교우관계야. 사실 워킹맘들, 엄마들 모임에 참석하기도 어려우니 아이들 교우관계도 불안해. 엄마가 친해야 아이들이 친해질 수 있다는 게 유아기에서 초등저학년으로 넘어와도 비슷하거든. 어느 날인가 주말에 친한 친구를 불러다 놀라고 하니 큰 아이가 그러더라.

"엄마, 그 엄마랑 친해?"
"아니, 왜?"
"그 엄마랑 친해야 같이 놀 수 있는 거잖아."


이때 참, 마음이 그렇더라고. 그 엄마는 전업맘이었고, 엄마들 모임에서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친하진 않았거든. 좀 생각하다가 아이에게 다시 말해줬어.

"그 엄마랑 친하진 않아도 그 친구를 불러서 놀게 해줄 수는 있어. 네 친구니까. 엄마는 안친하지만 너와는 친한 친구니까. 네가 놀고 싶다면 초대해서 우리집에서 놀면 돼."

아이에게 엄마친구와 네 친구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줬어. 어차피 2학년 넘어가고 아이들이 커가면 엄마들 관계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친구관계를 만들어 간다고 하더라고.

엄마들 인맥은 반모임 자주 참석한다고 해서 친해지지 않아. 엄마들이 친해진다는 건 만남의 빈도가 잦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럴 수 없잖아. 그리고 생각보다 요즘 엄마들, 자주 모이지 않아.

아이들 학교 보내고 공부하거나 뭔가 배워서 경력단절을 이겨내려는 엄마들도 많고, 여가시간에 운동 다니며 건강 챙기는 엄마들도 많아. 그러니 엄마들 모임에 자주 참석하지 못한다고 속상해 하지마. 그들의 일상도 우리와 다르지 않아. 다른 일이 있는 것뿐이지.

아이가 만나는 아이들의 세상을 믿어보자. 그들은 매일 학교에 가서 친구를 만나. 엄마들이 친구 엄마를 만나는 횟수보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를 만나는 횟수가 더 잦아. 그냥 친구관계는 아이에게 잠시 맡겨놔도 돼. 그냥 잘 헤쳐나가더라고. 혹시, 아이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그땐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알았지?

중요한 건 마음에서 내려놓고 아이들을 믿는 거야.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한다면 늘 바쁘고, 늘 불안해. 하지만,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헤쳐나간다는 것만 알아두자.

요즘은 각 학교마다 돌봄교실도 잘 되어있고, 학원 셔틀버스가 픽업도 잘 해줘. 그리고 의외로 아이가 시간에 맞춰 잘 이동하고... 초등 1학년은 아이들을 더욱 믿게 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돼. 믿어봐. 믿는 만큼 훌쩍 자라는 게 아이들이더라고.

쉬어가더라도 멈추지는 말자

초등학교 1학년, 조금 길게 본다면 당장 일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어. 일을 쉬었다 가는 것은 좋아. 다만 그 쉼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위해서 였으면 좋겠어.

초등 1학년을 먼저 경험한 동료 워킹맘들이 그러더라. 학교 가면 아이가 1년새 어른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고. 지나고 보니 그래. 1학년 겨울방학을 앞둔 큰 아이는 말하더라고.

"나는 돌봄 교실 갈 테니, 엄마는 회사에 가."

이제 엄마의 일과, 자신의 일을 구분할 줄 아는 나이가 된 거지. 자신의 사회생활이 있고, 친구가 점점 좋아지는 나이가 되어가더라고. 젖먹이를 이렇게까지 키워놓다니 뭔가 뭉클해지더라.

아마 언젠간 엄마보다 친구가 더 좋은 나이가 되겠지. 초등학교 입학은 그 첫 출발선이라고 봐. 엄마에게서 완전히 분리되어 타인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늘 이야기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잘해. 그러니 우리는 엄마의 삶을 살자.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오늘도 힘차게 스스로에게 응원을 보내는 거야. 파이팅!

 주간애미 글쓰는 엄마들의 놀이터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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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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