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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小確幸)', 일상에서 찾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단어입니다. 당신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들은 무엇인가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의 '나만의 소확행'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마크라메 정성들여 매듭을 짓는다
▲ 마크라메 정성들여 매듭을 짓는다
ⓒ 오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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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음악, 힐링 영화, 힐링 요리... 치유와 회복을 뜻하는 '힐링'이 유행처럼 쓰이던 때가 있었다. 어떤 단어건 그 앞에 붙이면 착- 하고 달라붙었다. '마음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들이 커서였겠지. 그런 이유로 너도나도 힐링을 쫓을 수밖에 없었겠지만 어느 순간 힐링도 '피로'가 됐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자리는 '욜로'로 대체되었다.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이야기. 사실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내가 유일하게 아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정확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도 되는 듯 욜로를 외치며 삶을 즐겼다. 어쩌면 정확히는 다들 그런 명분이 하나쯤은 더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 역시 트렌드를 따랐다. 뒤처지기 싫은 마음이 '욜로 라이프'에 나를 편승시켰다. '아꼈다 뭐 된다'는 말을 되 뇌이며 욜로 라이프를 마음껏 누렸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콕 집어 잔소리를 날린다.

"으이그~ 매일 돈 쓸 궁리만 해라."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엄마는 모르는 것도 없지.'

그런데, 역시 '될놈될'이다. 될 사람은 되고, 안 될 사람은 안 된다고 원래 조심스러운 성격에 약간 소심하기도 해서 비는 통장이 자꾸 신경 쓰였다. 결국 빈 통장에 불행해 졌고, '아... 역시 욜로는 글렀다'로 나의 욜로 라이프를 청산했다.

'역시 소소하고 소심한 게 좋아' 이런 마음이 다시 나를 일상으로 돌려 보냈다. 그리고 이내 편안해졌다. 하루하루 작은 기쁨이 채워졌고, 기쁨을 찾고 행복을 찾는 편이 내게 더 잘 맞았다. 하루 끝 맥주 한 잔이라든가,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탈탈 말린다거나, 화분에 물을 주고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 좋았다. 그러고 보면 멀리 있지 않구나, 행복이란 거.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장사

마크라메 미니 화분걸이
▲ 마크라메 미니 화분걸이
ⓒ 오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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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지만, '마크라메'라는 걸 알게 되고 배우게 되니 그 하루가 1cm쯤 행복으로 더 자란 것 같다. 마크라메는 아랍어로 맺은 끈, 장식 끈의 술을 뜻하는데 굵은 실이나 가는 끈을 나란히 해 손으로 맺어 무늬를 만들거나 장식품을 만드는 수예 활동이다.

쉽게 '서양 매듭'이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우연히 블로그를 뒤적거리다 알게 됐고 배워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의 나는 생각이 많았다. 손에 뭔가 쥐고 있으면, 연필을 굴리듯 손을 자꾸 굴리고 움직이면 마음을 어지럽히는 소란 같은 게 조금은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먼저, 공방을 알아봤고 한 차례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 집과 30분 거리에 있는 조그만 공방은 너무 거창하지 않아 좋았다. 수강생은 몇 명이나 있을까, 하고 들어갔는데 아뿔싸! 수강생은 나 혼자였다. 선생님과 마주앉아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제가 손재주가 없어서 잘 따라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고 엄살을 피우자 선생님께선 "정말 신기 한 게, 다들 오시면 그렇게 얘기 하시는데... 정작 그런 분들이 더 잘 하시더라고요" 하고 웃으며 답하신다. 내가 예외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조금 긴장하며 끈을 손에 쥐었다.

마크라메 마크라메 만들기
▲ 마크라메 마크라메 만들기
ⓒ 오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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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따라하니 점차 눈에 익고 손도 익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선생님께서 예쁜 매듭을 짓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첫 번째 꿀 팁은 실을 수평으로 당길 땐 양쪽에 같은 힘을 줘야 한다는 거였고, 또 하나는 눈높이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거였다.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하면 결국 대칭이 틀어지고 비뚤어지게 된다는 얘기를 하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끔은 멀리서 전체 그림을 봐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고 보면, 항상 힘의 크기가 달라서 어긋났던 것 같다. 그 사람이 당기는 힘과 내가 당기는 힘이 달라 따라가는 사람이 늘 버거웠던 것 같다. 눈높이가 달라 오해를 한 적도 많다. 물론, 그 반대로 오해를 샀던 적도 많다. 결정적인 순간엔 저만치 앞서 가 전체를 보지 못하기도 했다. 부분 부분은 놓치지 않았지만 그걸 합쳤을 땐,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이제는 스스로 할 차례! 방법은 익혔으니 이제 재료만 있으면 된다. 재료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실만 있으면 되니까. 80m 실 한 타래로 화분걸이 다섯 개를 만들 수 있다. 실 한 타래가 5천 원 정도 하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남는 장사다.

물론 양쪽 검지가 실을 당기느라 조금 고생을 하긴 해도, 이 정도 아픔쯤은 감내할 만하다. 언젠간 익숙해지겠지. 오래 기타를 치면 생기는 굳은살처럼.

그렇게 화분걸이가 짠- 완성 된다. 내 손으로 완성하다니. 이런 뿌듯함은 참 오랜만이다. 하나 둘, 화분걸이가 완성됐으니 이제는 주변에 나눠 줄 차례다. 화분걸이를 만들고, 거기에 오일장에서 산 다육 화분을 넣어 선물하는데... 받는 사람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집에 걸어두면 너무 좋겠다'는 말을 하는데, 빈말일지언정 그 집 안 한 구석 내 손길이 닿았다 생각하니 주는 사람으로서도 더 없이 기쁘다. 

주말이 기다려진다

마크라메 완성 된 나의 첫 번째 작품
▲ 마크라메 완성 된 나의 첫 번째 작품
ⓒ 오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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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말이 기다려진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지금의 나는 특히 더 간절하다.  어린 아이가 소풍을 기다리듯. 비교적 한가로운 주말엔 2~3시간쯤은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 한다.

이제는 식상해진 단어지만, 나만의 '힐링 타임'이랄까. 제법 실력이 늘어 나만의 디자인도 생겼다. 매듭의 방법을 달리하며 나름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본다. 그래봤자,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만족하니 되었다 싶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실을 당긴다. 예쁜 매듭을 짓는 꿀 팁은 잊지 않았다. 수많은 '매듭'의 순간에, '맺음'의 순간들을 떠올린다.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 소확행(小確幸).

소소하게 지금의 나에게 행복을 주는 '마크라메'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오롯한 행복을 가져다준다. 하루 끝, 평온을 바라는 나에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기쁨이다. 행복은 결코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 다는 걸 마크라메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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