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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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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네 뜻대로 살아라" 독립을 시켰던 딸이 30이 넘어 올해 춘삼월에 결혼을 합니다. 남들처럼 아버지가 넉넉하게 한살림 차려서 시집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힘으로 시집을 갑니다.

자식을 시집 장가 보내느라 그 부모가 빚에 허덕이는 일을 많이 보아왔기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상견례 자리에서도 사돈될 분에게 아예 못을 박아버렸지요. 다행이 사돈될 분도 넉넉치 못한 분이라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고맙다며 혼쾌히 승낙을 해주었습니다.

사위될 사람에게도 부모님에게 절대로 손벌리지 말고 둘이서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정말 1원 한푼 도움없이 없으면 없는 대로 신접살림을 시작할 모양입니다. 내 딸 역시 모든 게 갖추어진 젊은이에게 시집 가서 편하게 살면 좋겠지만, 이미 결정이 난 일이니 그저 둘이 알콩달콩 잘 살기를 바랄뿐이지요.

결혼날짜는 다가오고 뭔가 자꾸만 허전해지는 마음입니다. 허전하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려고 한 달여를 두고 결혼선물은 무엇을 해줄까 고민했습니다. 문득 어려서부터 책 한 권만 있으면 하루종일 재미있게 놀던 딸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래, 시집을 선물하자. '천년의 시작' 출판사에서 출판된 모든 시집을 구해서 선물하자. 단순한 시집 선물이 아니라 내가 먼저 시집을 한 권 한 권 읽고 시집 속의 시와 어울리는 아버지가 살아온 이야기를 보태어 책으로 출판해서 시집과 함께 선물하자."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시집 전문 출판사 대표인 시인이 생각났습니다. 그에게 자문을 구했고 나의 엉뚱한 제안에 시집 구하는 일부터 출판까지 혼쾌히 도와주겠다는 언질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오늘 시집 200권이 도착했습니다. 반은 제가 돈 주고 샀고, 반은 시인이 소장하고 있던 시집입니다.

이제 시집 200권에 대한 200편의 글을 쓰는 일만 남았습니다. 시집 한 권에서 시 한 편을 골라놓고 딸의 아버지인 내 이야기를 쓰는 일이지요. 아버지는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았고 사랑했으며 그 마음을 사랑하는 딸에게 전하노라 글을 쓸 것입니다. 기간은 일 년 반을 잡습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쓰는 일이라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글의 제목은 그때 그때 달라지겠지만 '딸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소제목은 변하지 않겠지요. 글은 페이스북과 ohmynews moi에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 워낙이 시를 좋아해서 페이스북에 시 한 편과 내 이야기를 섞어 300여 편 연재를 해본 경험이 있고 반응도 꽤 좋았으니 잘 쓰려고 애쓸 것도 없이 그냥 하던대로 자연스럽게 쓸 생각입니다.

어쩌면 이 글이 '사랑하는 딸에게 부치는 편지'의 첫 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년 2월 1일 딸에게 선물할 시집 200권이 도착한 날 아버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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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아버지와 딸, #시집, #선물,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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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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