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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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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담배를 못 끊고 가끔 피게 된다. 집 앞 편의점에서 한 대만 필 요량으로 막 불을 붙일 무렵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주저주저 하시며 겨우 입을 연다.

"담배를 끊었는데 오늘 너무 힘든 일이 있어 담배 한 대만 피고 싶어 한 갑을 살까 말까 고민 고민하다가 어렵게 왔다. 담배 한 대만 줄 수 있나?"

그렇게 나이 60이라 밝힌 아주머니는 어렵게 담배 한 대를 받아들고는 소녀처럼 기뻐하신다.

"내 나이 스물에 담배를 배워 여즉 못 끊고 있다가 이제 겨우 끊었는데, 오늘 너무 힘든 일을 겪어보니 이게 너무 생각이 나 누가 담배 안 피우나 하면서 오래 기다렸다. 이렇게 흔쾌히 건네주니 너무 고맙다. 나에겐 너무 절실한 일이다."

그러면서 들고 있던 미역 다발에서 한 장을 꺼내더니 굳이 사양하는데도 억지로 손에 쥐여주신다.

"내가 너무 고마워 줄 건 없고, 내가 사 온 건데 이거라도 주고 싶다. 이렇게 피웠으니 또 며칠은 버틸 수 있다. 그래서 고마워서 주는 거니 제발 사양 말고 받아라."

담배 한 개비 값치고는 너무 비싼 값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사실 필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담배를 안 피우다가도 딱 한 대가 간절해 고민 고민하다가 담배를 빌린 경험이 몇 차례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그 기분을 충분히 안다. 그 한 개비의 값은 몇 갑의 값보다 크다는 것을.

그래서 사양 않고 받기로 했다.

비록 몸에는 좋지 않을지라도, 이렇게 담배 한 대로 소박한 연대가 아직은 가능한 세상이다. 어느새 소수자에 마이너들이 돼버린 흡연가들 아닌가.

이것이 마이너들의 소박한 연대기이자 서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아직 금연을 못 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이너들과의 동질감을 사랑하기에.

그러나 그 아주머니가 부디 금연에 성공하시길 빌어본다. 건강을 챙길 나이이니 말이다.

이것이 마이너들과 이웃하면서 동네에서 사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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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연대기, #담배, #흡연,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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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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