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군위군이 지난해 가축전염병 확산 차단과 예방을 위해 소규모 농가 및 취약지역에 방역작업을 실시한 공동방제사업단 보조사업비 집행을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공동방제단 가축방역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방역이 소홀해지기 쉬운 소규모 농가 및 취약지역에 대해 농협과 축협 등을 통해 소독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국비 50%와 도비 15%, 군비 30%로 구성되어 있다.
군위군은 농림식품부 방침에 따라 매년 군위축산업협동조합을 공동방제단 위탁운영기관으로 선정하고 소규모 가금농가 및 전통시장, 밀집사육지역, 철새도래지 등에 대한 방역업무를 진행해 왔다.
군위축협은 계약에 따라 지난해 축사를 순환 방문하고 취약 지역인 하천, 노면 등에 생석회를 살포하는 등 방역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방역작업은 주말 및 휴일 방역 등을 포함해 연간 4230회보다 많은 6500여 회의 방역을 실시했다.
하지만 군위군은 매 분기마다 지급해야 할 사업비를 전혀 집행하지 않고 지난해 말 '사고 이월'을 시켰다.
사고이월은 해당 연도에 지출 원인 행위를 하였으나 불가피한 이유로 인해 지출하지 못한 경비를 다음연도에 이월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군위군이 사고 이월한 금액은 8394만 6000원이다.
군위축협 관계자는 "직원 전체가 방역요원이 되어 소독차로 축사를 순환 방문하는 등 취약지구에 대한 방역 활동을 펼쳤다"면서 "사업비에는 인건비와 소독약품비, 차량 리스료, 보험료, 유류대, 수리비 등이 포함돼 있는데 단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위군은 공동방제단 사업에 대한 지도 및 감독을 하고 사업대상 농가 명단과 주소를 통보해 줘야 하는데 전혀 하지 않았다"며 "조합에서 직접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에 등록된 명단을 조회하여 가축사육 유무를 확인한 후 방제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군위축협은 군위군이 사업비를 지급하지 않아 원활한 사업 수행과 조합 결산에 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조속히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군위군에 사업비 집행을 요구하는 공문도 여러 차례 보냈다고 밝혔다.
군위축협은 군위군이 방역사업비를 집행하지 않자 국민신문고를 통해 농림축산식품부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원을 이첩받은 경상북도는 사업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유가 불분명하다며 군위군에 조속히 집행을 지시했다. 또 2017년 회계마감으로 지출이 불가하다며 이월하여 집행하도록 조치했다.
군위축협의 한 관계자는 군위군이 대구공항 유치를 위해 노력하면서 축산농가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집행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타냈다. 군위군 농가 중 30%가량 차지하는 축산농가들은 대구공항과 군공항 통합이전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위군에서는 통합 대구공항 유치에 발 벗고 나선 김영만 군수에 대해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주민소환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소환투표 청구인서명부에 대한 최종 심사에서 서명 청구요건에 22명이 미달해 투표가 무산됐다.
이 때문에 김영만 군수가 군위축협에 불만을 품고 사업비 집행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위군은 군위축협이 증빙서류도 없이 청구를 해 확인 작업을 거치느라 집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준구 농정과장은 "방제사업은 분기별 해도 되지만 겨울에 철새들이 많이 날아오면서 조류독감(AI) 등 방역사업이 더 많다"며 "시기별 집중해 지출을 해도 되지만 연말에 청구해 지출해 온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군위축협은 지난해 12월말 증빙서류도 없이 청구서를 제출해 사업비를 지출할 수 없었다"며 "예산을 불용처리한 것이 아니라 사고 이월했기 때문에 확인작업을 철저히 거친 후 조만간 지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군위축협은 "군위군이 갑이고 축협은 을인 상황에서 군의 눈치만 마냥 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서류를 늦게 제출한 게 아니라 접수도 잘 안 받아 줬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제때 지급해 줬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