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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열린 뚜얼슬렝 역사자료 디지털화 착수식에서 축사중인 유네스코 캄보디아 대표부 안느 르마이스트르 소장
 지난 29일 열린 뚜얼슬렝 역사자료 디지털화 착수식에서 축사중인 유네스코 캄보디아 대표부 안느 르마이스트르 소장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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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습한 창고속에 오랜 기간 방치돼 갈수록 변색되어가던 킬링필드 당시 역사 관련 중요자료 40만여 점이 우리나라 정부무상원조기관인 코이카(이사장 이미경)와 유네스코 지원 덕분에, 마침내 영구보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1월 29일 오전 9시(현지시각)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뚜얼슬렝 대학살박물관 앞마당에선 캄보디아 문화예술부 주관으로 뚜얼 슬렝 역사자료 디지털화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 착수식이 거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 나라 문화예술부 쭈잇 포은 차관과 코이카 정윤길 소장, 유네스코 캄보디아 대표부 안느 르마이스트르 소장, 헤이트 주캄보디아 미국대사, 짜이 위솟 뚜울슬렝 박물관장, 춤 메이 크메르루즈희생자협회장 등 주요 인사들과 관계자, 현지 언론 등 약 80여 명이 참석했다. (관련 기사 : 1만 4천 명 처형된 이곳, 전기고문은 '기본')

짜이 위솟 뚜얼슬렝 박물관장이 보관중인 각종 자료들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짜이 위솟 뚜얼슬렝 박물관장이 보관중인 각종 자료들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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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뚜얼슬렝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의 사진과 네거티브필름이 보관된 사진첩.
 당시 뚜얼슬렝 감옥에 수감된 사람들의 사진과 네거티브필름이 보관된 사진첩.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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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업 프로젝트는 1970년대 크메르루즈 정권 당시 생산돼, 이곳 뚜얼슬렝 박물관에 현재 보관중인 관련 자료들을 보존하는 한편, 캄보디아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전세계 연구자들에게 다양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과거 중고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만든 감옥인 이곳은 현재는 뚜얼슬렝 대학살박물관으로 불리고 있다. 당시 '국가보안조직'을 뜻하는 '산떼발'의 영문 앞 글자를 따 암호명 'S-21'로도 불렸던 악명높은 감옥이다.

이곳은 또한 크메르루즈정권이 지난 1975년부터 1979년까지 무고한 일반시민 최소 1만 4천여 명을 범죄자와 반역자 등으로 몰아세워 강제투옥시킨 뒤 대부분 고문 끝에 학살한,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이 감옥의 소장으로 알려진 '카잉 구엑 이에우(일명 두잇)은 지난 2010년 유엔이 주도하는 크메르루즈 법정(ECCC)에서 최종판결 끝에 종신형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중이다.

1970년대 킬링필드 당시 크메르루즈군이 어린이를 나무에 쳐서 학살하는 참혹한 장면이 담긴 대형유화그림중 한 장면.
 1970년대 킬링필드 당시 크메르루즈군이 어린이를 나무에 쳐서 학살하는 참혹한 장면이 담긴 대형유화그림중 한 장면.
ⓒ Toul Sleng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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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울슬렝 박물관장 겸 고고학자인 짜이 위솟씨는 "앞으로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당시 수감되었던 사람들에 관한 역사 기록 자료들을 모두 컴퓨터로 디지털화해 이를 영구보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 모든 관련 자료들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며, 여기에는 당시 수감자들에 대한 인적사항을 비롯한 관련 자료 뿐만 아니라, 당시 간수들과 교도소 주요책임자들, 그 외 수감자들의 사진 및 네거티브필름 원본과 마이크로필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덧붙여 "처형자 명단과 석방자 명단, 업무일지, 적을 감사하기 위해 사용된 각종 도구에 관한 상세한 기록까지 중요보존 자료목록에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연설자들은 인사말을 통해, 이 사업이 캄보디아와 전 세계적으로 갖는 중요한 의미에 대해서 강조하는 한편, 한국이 본 프로젝트를 지원하게 된 사실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뚜얼슬렝 감옥 수감자이자, 현 크메르루즈 희생자 협회장인 춤 페이씨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뚜얼슬렝 감옥 수감자이자, 현 크메르루즈 희생자 협회장인 춤 페이씨도 참석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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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중고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든 뚜얼슬렝 감옥내 신문 취조시설의 모습. 앙상한 철제침대와 한가운데 심문자용 책상이 눈길을 끈다.
 당시 중고등학교 건물을 개조해 만든 뚜얼슬렝 감옥내 신문 취조시설의 모습. 앙상한 철제침대와 한가운데 심문자용 책상이 눈길을 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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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잇 포은 문화예술부 차관은 "정부가 지난 39년 동안 뚜얼슬렝 감옥을 과거 크메르루주 지도자들의 중요범죄를 밝히는 확실한 증거로 남기기 위해 보존해왔으며, 폴 폿 정권 당시 생산된 관련 증거자료들은 과거 역사를 공부하려는 다음 세대들을 위해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이 같은 사악한 정권이 생겨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도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느 르마이스트(Anne Lemaistre) 유네스코 캄보디아대표부 소장은 "이 프로젝트는 모든 사람들이 뚜얼슬렝 박물관에 보관된 세계문화유산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함이며, 이 자료의 역사적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녀는 "이곳 자료들 중에는 5천 명의 수감자 사진을 포함하고 있을 뿐더러 고문 끝에 허위자백한 수감자들의 자백 진술서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포함한 40만 장이 넘는 관련 서류들의 디지털화는 앞으로 2년 내 모두 마무리될 것이다. 아울러,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뚜얼슬렝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국내외 연구자들을 위해 웹사이트 형태로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무상원조기관 코이카 캄보디아 정윤길 소장(오른쪽)은 축사를 통해, "동 사업이 크메르루즈 시절 겪은 캄보디아의 고통과 비극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함께 나누고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부무상원조기관 코이카 캄보디아 정윤길 소장(오른쪽)은 축사를 통해, "동 사업이 크메르루즈 시절 겪은 캄보디아의 고통과 비극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함께 나누고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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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KOICA 정윤길 소장은 "동 사업이 크메르루즈 시절 겪은 캄보디아의 고통과 비극에 대해 한국 국민들이 함께 나누고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희망하며, 아울러, 캄보디아 후세대들에게 이러한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각 사업수행기관 대표들의 축사가 끝난 후 장소를 옮겨, 참석자들은 사업수행자로 선정된 DDD(Digital Divide Data)의 사업 추진계획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박물관내 자료보관실(Archive)으로 이동, 박물관 측이 보관중인 각종 주요자료들을 직접보고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뚜얼슬렝 대학살박물관측이 현재 보관중인 40만 페이지가 넘는 관련 자료들은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International Register)'으로 지난 2009년 정식 등재된 바 있다.

참고로, 공산혁명주의자 폴 폿이 이끄는 크메르루즈정권은 지난 1975년 4월 17일 수도 프놈펜을 함락, 공산화한 뒤 농업을 기반으로 한 유토피아를 지상에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지식인들과 가진 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 전체 인구 800만 명 중 최소 200만 명을 학살한 바 있다.


태그:#캄보디아, #뚜얼슬렝, #TUOL SLENG MUSEUM, #킬링필드, #KO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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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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