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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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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집값이 하락하니 겁을 먹은 모양새다.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는 좌시하지 않겠다"던 패기 어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투기를 끌어들여서라도 지방 주택시장을 살려보겠다고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산 기장과 경기 동탄 등에 대한 규제를 해제하라는 목소리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어 위축지역 지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값이 하락한 지방에 대한 청약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이 언급한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청약 1순위 조건이 크게 완화된다. 청약 통장 가입 후 한 달만 지나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청약위축지역 지정시 청약통장 한 달 가입하면 1순위

위축지역은 6개월간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 1% 이하이면서, 3개월 연속 주택 매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하락하거나, 3개월 평균 미분양 주택 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곳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지방 주택 시장은 침체 기로를 겪고 있는 것은 맞다. 국민은행(KB)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대구와 경남, 경북, 울산 등 지방 주택 매매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경남은 -3.21% 하락했고, 경북(-2.81%), 충북(-2.43%), 울산(-1.83%), 대구(-0.28%)도 하락했다.

주택시장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올 법 하다. 하지만 청약 규제 완화는 해결 방향을 한참 잘못 짚었다. 현재 지방 주택 시장 침체의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공급을 받쳐줄 실수요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약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없던 실수요자가 생겨나긴 어렵다.

오히려 투기세력에게 기회만 내줄 수 있다. 이미 정부 관료들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부동산 3법 이후 청약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투기 세력이 들끓었다.

당시 투기꾼들은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들을 버스에 태워, 분양권을 매수한 뒤, 거래를 반복하며 분양권 가격을 띄우고 돈을 벌어갔다. 지방 아파트 분양권은 2~3차례 이상 거래가 된 뒤 실입주자에게 돌아가곤 했다.

청약 규제 풀어주니 지방 등서 투기꾼 활황

통계청에 따르면 청약 열풍이 한창이었던 지난 2015년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총 37만 4033건이었다. 청약 규제가 풀리기 전인 2012년(17만 9396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투기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은 심심치 않게 경찰에 적발된다. 지난해 8월 공증을 통해 아파트 분양권 2720건을 불법 전매하면서 막대한 차액을 챙긴 일당이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적발되기도 했다. 청약 규제가 풀렸던 2013년 11월부터 분양권 불법 전매 장사를 해왔다.

과도한 청약 열기가 계속되자 지난 2016년 11월,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 관리 방안을 발표한다. 다음은 정부 발표문의 한 구절이다.

"단기 전매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수요가 과도하게 유입되면서 실수요자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청약 규제를 풀면, 단기 전매차익을 노리는 투기 세력이 들어오는 점을 명기했다. 11월 발표한 대책도 청약 규제에 명확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동산3법을 통해 청약 규제를 대거 해제한 데 따른 부작용이 무엇인 것인지 정부 관료들은 명확히 알고 있다.

"시장 위축은 토건 세력 입장 대변하는 것"

지금 청약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실패를 답습하겠다는 것과 같다. 청약 규제가 풀려서 일시적으로 주택 시장이 호전될 수 있겠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청약 규제를 풀어 투기판을 만들면, 결국 피해는 높아진 분양권을 사서 입주하는 실입주자들이 본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시장이 위축됐다고 하는데 그것은 투기세력이나 건설 토건 쪽 입장이지, 무주택 서민들은 시장 위축이라는 것을 모른다"면서 "오히려 집값이 낮아지면,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 기회가 돌아가는 것인데, 그것을 위축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정부가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규제 완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면서 "주택 시장이 정상화되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봐야지, 불경기로 바라봐선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김현미 , #청약, #위축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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