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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리고성에서 바라본 창산 창산에 오르는 케이블카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기상 여건이 허락되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 따리고성에서 바라본 창산 창산에 오르는 케이블카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기상 여건이 허락되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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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자유여행을 다녀온 이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대개 흥정할 때의 스트레스를 첫 손에 꼽는다. 최근 재래시장에서조차 정찰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옛 추억이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지만, 북경이나 상해 등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흥정은 여전히 일상적인 풍경이다. 상인이 부르는 게 값이고, 관광객이 요령껏 깎으면 또 그게 값이 된다.

자기 집 안마당이라는 걸 감안한다 해도, 일단 흥정이 시작되면 웬만해선 그들을 이겨낼 수 없다. '밀당'에 능해 설령 얼굴을 붉혔더라도 흥정이 끝나면 이내 오랜 친구처럼 정겹게 손을 내밀 줄 안다. 전 세계에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가 없고, 정착한 곳마다 이내 상권을 장악하는 것도 그렇듯 재리에 유난히 밝은 탓일 게다. 가히 돈 버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다.

딱히 중국인들에게만 손가락질할 건 아닐 테지만, 그들에게 돈은 이미 '종교'가 됐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중국인들이 숫자 중 유독 8을 좋아하는 것도 돈을 번다는 뜻의 'fa(發)'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돈 많이 벌라는 것이 여기저기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새해 인사이고, 돈이 될 수 있는 거라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한다.

창산의 초대형 장기판 창산 케이블카의 중간 정차역 부근에 만들어진 장기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런 역사적 의미가 없어,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사례라고나 할까.
▲ 창산의 초대형 장기판 창산 케이블카의 중간 정차역 부근에 만들어진 장기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아무런 역사적 의미가 없어,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표적인 사례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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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는 중국의 유명 관광지 중에는 별다른 역사적인 의미가 없는데도 억지춘향 식으로 개발해놓은 이른바 인위적인 역사 유적도 많고, 멀쩡한 자연 벼랑을 깎아 그 틈으로 길을 낸 다음 그럴듯한 내러티브를 덧씌워놓은 곳도 부지기수다. 그런 까닭에 하루가 멀다 하고 지역마다 새로운 관광지가 선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워낙에 땅이 넓다보니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과거 8세기에서 13세기 무렵까지 남조국과 대리국의 도읍이었던 따리(大理)에서 겪었던 돈과 흥정에 관한 해프닝을 소개할까 한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무늬를 자랑하는 대리석의 이름이 이곳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정사각형의 옛 성벽이 남아있어 도읍지로서의 풍모가 여전히 살아있는 고풍스러운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좌판에서 파는 물건들이야 애초 흥정거리이니 그렇다 치자. 택시요금부터가 고무줄이었다. 미터기를 켜자는 시늉을 하면, 원래 특정구간은 금액이 정해져 있다는 식으로 눙치는 게 다반사다. 스마트폰 지도를 켜서 위치를 가리키며 문제를 제기하면 그제야 슬그머니 미터기를 켠다. 그러면서 '외국인인데도 중국어를 잘 한다'는 칭찬으로 데면데면해진 상황을 모면하곤 한다.

창산  '운유로'의 벼랑 구간 산허리를 잘라 평탄한 산책로를 낸 뒤 대리석을 깔고 난간을 둘렀다. 벼랑길 뒤로 보이는 호수가 따리의 상징인 얼하이호다.
▲ 창산 '운유로'의 벼랑 구간 산허리를 잘라 평탄한 산책로를 낸 뒤 대리석을 깔고 난간을 둘렀다. 벼랑길 뒤로 보이는 호수가 따리의 상징인 얼하이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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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산에 오르는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가던 길이었다. 창산은 3,000m 이상의 험준한 산들이 병풍처럼 연이어진, 따리를 에워싸고 있는 거대한 산채다. 창산이라는 이름을 꺼내자마자 택시기사는 다짜고짜 40원(한화 약 6,800원)을 달라고 했다. 숙소에서 그곳까지는 10km 남짓이어서 요금체계대로라면 20원도 채 나오지 않을 거리인데, 두 배도 넘게 요구한 것이다.

너무 비싸다고 여겨 뒤따라오던 다른 택시를 잡았더니 이번엔 30원이 정찰가격이란다. 10원 정도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붙이고 떼는 모습에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우리 돈으로 치면 별 차이도 아니어서 해외여행 중에 지나치게 예민한 것 아닌지 되짚어볼 때도 물론 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싶으면 기꺼이 사서 고생을 자처하곤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만 '봉'은 아니었다. 창산 곳곳에 케이블카와 모노레일을 설치해 놓고 만만치 않은 이용료를 징수하고 있었다. 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등산로와 동선이 이용하지 않을 수 없도록 구획되어 있어 애초 '기본요금'에 가깝다. 더욱이 케이블카 매표소에서 공원 입장료도 별도로 받고 있어서, 가난한 현지 주민들에게 창산은 '그림의 떡'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케이블카 노선이 워낙 많다보니, 중간에 정차역도 여럿이다. 코스와 구간마다 가격이 다르고, 정차역간에는 산허리를 잘라 만든 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어,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이용하는 노선이 다른 게 보통이다. 높고 험준한 바위산 중턱을 깎아 차가 다녀도 될 만큼 넓고 평평한 길을 낸 것 자체가 경이롭다. 이름 하여 '운유로(雲遊路)'다. 구름이 노니는 길이라는 뜻이다.

10km가 넘는 이 벼랑길을 걷노라면, 이곳 윈난의 차와 티베트의 말, 소금 등을 실어 날랐던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가 연상되기도 한다. 대리석으로 말끔히 포장되어 있고 난간이 둘러져 있어 옛 맛이란 전혀 느낄 수 없지만,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장대하고 아찔한 풍광은 차마고도 못지않다. 따리고성(大理古城)과 바다 같은 얼하이호(洱海湖)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창산 모노레일 전경 관광차로 불리며, 운유로와 케이블카 정차역을 잇고 있었다. 오래 걸어 지친 관광객들을 유혹하며 턱없는 요금을 불렀다. 뒤로 산허리를 잘라내 만든 운유로가 보인다.
▲ 창산 모노레일 전경 관광차로 불리며, 운유로와 케이블카 정차역을 잇고 있었다. 오래 걸어 지친 관광객들을 유혹하며 턱없는 요금을 불렀다. 뒤로 산허리를 잘라내 만든 운유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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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반을 걸어 중간 케이블카 정차역에 근처에 이르렀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닫혀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가야만 했다. 기상이 허락하지 않으면 창산의 정상에는 오를 수 없다. 늘 짙은 구름에 덮여 보는 것조차 힘들 때가 많다. 문제는 산책로와 케이블카 정차역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두 곳 사이를 잇는 모노레일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타지 않으면 그만이고, 케이블카 정차역까지 오르는 계단길이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길이라 주저하게 된다. 더욱이 오랫동안 걸어서 지친 터라, 올려다보면 기껏해야 500m도 안 돼 보이는 거리이지만 계단을 보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만다. 거꾸로 계단을 내려온 이들에게 물었더니, 고작 10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라고 답했다.

결국 모노레일을 타려고 했더니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렀다. 1인당 110원이라는 것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2만원에 가까운 액수다. 귀를 의심하면서 필담하듯 또박또박 적어가며 거듭 묻고 또 물었지만, 직원의 대답은 요지부동이었다. 설마 살까 싶어 다른 관광객들이 표를 구입하는 걸 지켜보기도 했는데, 드물긴 했지만 태연히 110원을 건네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전 날 리장에서 이곳 따리까지 두 시간 가까이 기차를 타고 왔는데, 요금이 34원, 우리 돈으로 6천원이 채 안 됐다. 그런데, 500m도 안 되는 거리를 올라가는 데 110원이나 받는 건 아무리 관광지임을 감안해도 지나치다. 오래 걸어 지친 관광객들의 '약점'을 노린 비열한 상술처럼 느껴져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가다 쉬다 반복하며 계단을 걸어 올랐다. 110원을 절약하는 데 20분 남짓이 걸렸다.

'돈 밝히는' 중국인? 사찰 내에 재물신을 모신 법당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에게 돈은 이미 종교가 되었다. 사진은 따리 숭성사의 재신전 모습이다.
▲ '돈 밝히는' 중국인? 사찰 내에 재물신을 모신 법당이 세워져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에게 돈은 이미 종교가 되었다. 사진은 따리 숭성사의 재신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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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으면 하산도 힘들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니 다시 매표소가 앞을 막아선다. 영화세트장이 자리한 창산 입구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라는 건데, 그곳까지 가야만 택시를 탈 수 있다. 요금 10원(한화 약 1,700원)을 내고 셔틀버스를 타지 않으면 영락없이 1km 남짓을 걸어 내려와야 한다. 말하자면, 구간 구간을 쪼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창산 한 곳을 다녀왔을 뿐인데, 그날 호주머니에는 별의별 티켓으로 가득했다.

흥정에 관한 한, 따리 인근에 자리한 시저우(喜洲)를 찾아갈 때의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시저우는 일상에서 화관을 쓴 모습과 화려한 색상의 의복으로 유명한, 중국 내 소수민족 바이족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따리고성 주변에 비해 덜 상업화되어 있고, 마을길을 걸으며 현지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인 곳이다.

시간에 쫓겨 택시를 탔더니 다짜고짜 100원을 달라며 흥정을 걸어왔다. 20km 남짓 되는 거리라 익히 경험한 바대로 미터기를 켜지 않으리라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얼토당토 않는 요금에 기가 막혔다. 곧장 차에서 내리려고 했더니, 90원에서 80원으로 마치 경매장에서 호가하듯 액수가 춤을 추었다. 신뢰가 허물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 차에 머무를 순 없었다.

또 다시 사서 고생이 시작됐다. 따리고성 내 관광안내소를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택시를 타면 편리하다고 답했다. 그도 상황을 잘 아는지, 만약 택시를 이용할 거라면 흥정을 잘 해야 한다며 귀띔해주기도 했다. 한편, 주변 마을을 오가는 미니버스가 다니기도 한다면서, 관광안내지도 뒷면에 길을 그려가며 친절하게 타는 곳을 알려주었다.

시저우까지의 버스 요금은 고작 7원(한화 약 1,200원)이었다. 비록 마을 안까지 들어가지 않고, 1km 가량 떨어진 입구에 내려 걸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멋모르고 택시를 탔다면 어쩔 뻔했나. 정류장에 내리자, 늘 그렇듯 '연계 교통편'이 마련되어 있었다. 낡은 오토바이 택시가 줄지어 버스에서 내리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까지는 8원이었다. 이마저도 깎아야 하나 싶어 순간 고민이 되기도 했다.

오토바이 택시가 내려준 곳은 매일 바이족의 전통 공연이 열린다는 조그만 소극장의 매표소 앞이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바이족 전통 복장을 한 직원이 나와 공연 관람을 부추겼다. 여러 소수 민족의 삶을 무대에 올리는 건 이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윈난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다. 하마터면 시저우 마을의 입장료로 여길 뻔했다.

관람료는 95원(한화 약 16,000원). 매표소조차 허름할 정도로 주변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워 손사래를 쳤더니, 은근슬쩍 다가와 50원으로 깎아주겠다며 손목을 이끌었다. 안내판에 붉은 글씨의 지방정부 이름과 함께 가격이 또렷하게 적혀 있는데도 스스럼없이 흥정을 걸어오고, 이내 반값으로 떨어지는 황당함에 혀를 내둘렀다. 여차하면 반의 반값으로 내려갈 태세였다.

가격과 요금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다보니, 어디를 가서 무엇을 사고 먹든 마음 한 구석엔 늘 찜찜함이 남는다. 이것도 공부고, 여행의 재미라며 눙칠 수도 있겠지만,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바가지에 대한 걱정에 매일 가계부까지 쓰는 습관이 생겼다. 그래선지 여행에서 돌아오면, 어디를 갔느냐보다 무슨 일을 겪었고, 경비를 얼마나 썼느냐가 더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 어쩌면 자유여행자의 숙명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이족 전통 마을, 시저우 풍경 식당과 카페, 기념품 가게가 세워지며 급속히 관광지로 변모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고샅길을 걷다 보면 전통 복장의 바이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 바이족 전통 마을, 시저우 풍경 식당과 카페, 기념품 가게가 세워지며 급속히 관광지로 변모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고샅길을 걷다 보면 전통 복장의 바이족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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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