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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어법에 대해 문외한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용기를 내어 문체와 관련해서 문제제기를 하나 해보려고 한다. 경어체 사용과 관련된 것인데, '경어체(敬語體)'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나와 있지 않은 말이지만 국어 문법에서는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다.

한편, '경어(敬語)'는 올라와 있는데 '높임말'로 순화해서 쓰라고 나와 있다. 따라서 경어체는 일상 대화 상황에서 쓰는 존댓말이나 높임말이 문장에서 문체로 표현된 말로 보면 될 것 같다. 경어체가 높임말이다 보니 우리말 환경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볼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나 역시 가끔 글을 쓸 기회가 있는데, 언젠가 경어체로 쓰는 게 나을지 평어체로 쓰는 게 나을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 보기를 바라는 마음인지라, 나 역시 읽는 사람들이 좀 더 편하고 친근한 느낌을 갖도록 경어체를 사용했다. 근데 어느 순간, 사실과 논거에 근거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글에 과연 경어체가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와 관련해서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국립국어원에 문의를 해봤는데, 국어원 답변은 문장 규칙이 정해져 있거나 정답이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일리는 있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후 앞으로 경어체는 쓰지 말자는 나름의 기준을 세웠는데, 사회 변화나 출판 환경의 변화와 관련된 것인지 요즘 경어체 문장으로 써진 책들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국어원 답변처럼, 경어체, 평어체의 선택은 글쓴이가 자신의 선호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서 옳다 그르다의 정답이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글의 성격에 따라 달리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감옥으로 부터의 사색> 같은 편지글이나 수필, 기행문, 내면의 치유나 위안과 관련된 책 등은 아무래도 글쓴이 자신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가 주로 표현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경어체로 다가가는 게 경우에 따라 더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쟁점이나 사회문제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나온 책들, 즉 정치, 경제, 사회, 법, 역사 등 인문사회과학과 관련된 책들은 결론적으로 사실과 근거에 기초해서 글쓴이의 해법이나 견해, 가치관 등을 독자들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게 목적일 것이다.

따라서 글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표현 방식도 특정의 상대를 가정한 정서가 개입된 문체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를 설득한다는 목적으로 되도록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평범하고 담담한 문체가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경어체가 이런 성격의 글에 맞는 문체인가라는 점이다.

사기꾼들은 처음부터 친절하고 예의바른 어투로 상대방에게 접근하기 마련이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존댓말은 단지 속임수를 위한 수단에 가까울 뿐이다. 반면, 환자의 생명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건강 수칙에 대해 의사가 예사말로 충고한다고 해서, 그 말은 무시해도 되는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정서나 감성에 쉽게 휘둘리는 존재라서 경어체로 쓴 글이 좀 더 쉽게 읽혀질 가능성이 있는데, 사실과 근거에 충실해서 논리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이 과연 독자들에게 정서적이거나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게 적절할지 의문이다.

이쪽 분야의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자세지만, 이쪽 분야의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역시 중요한, 이성적이고 차분한 독해 자세에 경어체는 그렇게 좋은 방식이 아닐 것이다.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명분도 나름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그럴 바에는 문체보다 내용을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경어체는 언어의 경제성을 생각해도 좋은 문체 같지가 않다. 경어체에 익숙한 사람들은 잘 못 느낄 수 있지만, '~있습니다', '~했습니다', '~입니다'를 '~있다', '~했다', '~이다' 등으로 바꾸면 문장의 끝맺음이 훨씬 더 간결하고 깔끔해서 읽기에 편할 수 있다. 또, 이렇게 경어체 대신 평어체로 책 한 권을 내면 많은 절약은 아니겠지만 쪽수도 몇 쪽 줄일 수 있어 자원 절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소한 문제제기일 수 있는데, 내 주관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십여 년 전과 비교하면 경어체로 써진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을 훨씬 더 쉽게 접하는 것 같다. 내 견해에 공감할지 모르겠는데, 이런 출판 현상이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고, 경어체로 써진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을 읽을 때면, 때로 과잉 친절이 불편하듯 읽기가 좀 불편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기사도 그렇다. 요즘 ‘기레기’라며 기자들도 믿지 못하는 현실이고, 사실을 중시한다며 ‘팩트’ ‘팩트’를 외치는 마당인데, 감성이나 정서가 개입된 경어체로 작성되는 신문기사들도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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