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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1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 트럭의 생산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2017년 11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 트럭의 생산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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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다. 조종사 없는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소비자들은 온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주문한 뒤 '블록체인'으로 실시간 결제를 한다. 사실 주문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 무언가를 '사야겠다'는 생각만 해도 뇌파 인터페이스(BCI)가 주인의 생각을 읽어서 자동으로 주문을 넣기 때문이다.

주문을 받은 무인 창고에서는 로봇이 물건을 찾아 운송 트럭에 싣는다. 이 트럭에는 운전수는 커녕 운전대조차 없지만, 레이더와 라이더(Lidar)로 교통상황을 즉각적으로 파악하며 스스로 주행한다. 설사 폭설이 내려 차선이 지워지거나, 짙은 안개에 도로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도 3차원 정밀지도의 안내에 따라 문제없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 공상과학 소설가, 기업 홍보를 맡은 광고회사, 재계를 대변하는 교수, 사기꾼 등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미래의 꿈'이나 '코 앞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 입안자나 지식인이라면 무한한 상상력에 머리를 맡겨서는 곤란하다. 앞에 나열한 이들과 달리,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도입된 1990년대 중반에도 꽤 신나는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인터넷이라는 '탈중심 기술'로 인해 거대 미디어 권력은 종말을 맞았다는 것이다. 아이패드가 인기를 끈 2010년대에는 '책의 종말'이 화두가 되었다. 이제 인쇄매체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전문가들의 예측에 부응해, 대한민국 교육과학기술부는 2011년 야심찬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2015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종이책 교과서를 없애고 태블릿 피시 등의 디지털 기기로 수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제 그로부터 3년이 더 지난 2018년이니, 한국의 교실이 얼마나 환상적으로 바뀌었을지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2011년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전략'. 교육부는 종이 교과서를 태블릿으로 대체하면 '수업이 개선되고 무거운 책가방이 해소되어 사교육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기술 전문 매체는 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2011년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전략'. 교육부는 종이 교과서를 태블릿으로 대체하면 '수업이 개선되고 무거운 책가방이 해소되어 사교육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기술 전문 매체는 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 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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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의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앞에서 묘사한 '뇌파 인터페이스,' '블록체인 결제,' '무인트럭' 등이 비현실적 몽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모두 실제 개발되고 있거나, 상당부분 실현된 기술이다. 문제는 '전문가'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이 기술 뒤에 가려진 '이면의 진실'을 모르거나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부의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당장 내일이라도 모습을 드러낼 것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17년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 이내에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해결되지 않은 기술적 제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구글(웨이모)의 자율주행차는 수백 만 킬로 주행을 자랑하지만, 눈만 오면 시스템이 먹통이 된다. 카메라와 레이저 센서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장애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간 운전자는 도로에 부드럽게 쌓인 눈을 가볍게 돌파하지만, 자율주행차는 이것을 돌이나 나무 같은 치명적인 장애물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웨이모의 실험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오기는 했으나, 실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웨이모의 실험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오기는 했으나, 실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 Grendelk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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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기술적 장애가 아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적 진보'보다는 '경제적 이익'다. 다시 말해, 기업에게 최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익모델이 결정되기 전까지 자율주행차는 상용화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율주행차가 '공유경제'나 '차를 살 필요가 없는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한다.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현재 자율주행 핵심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다임러, 볼보, 포드, 혼다, 르노 등의 자동차 회사이거나 이들과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웨이모, 우버, 리프트 등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다. 이들이 스스로 매출과 이익을 줄이는 선택을 하리라 생각하는가?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 '반자율 주행' 형태로 고급차에 서서히 도입되면서 차값을 올릴 것이다. 현재 웨이모의 시험용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장비 가격만 해도 1억 5천만원이 넘는다. 물론 양산 단계에서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가격 인하도 한계가 있는만큼 차값을 크게 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가격이 오른다 해도 기술이 안전운행을 돕는다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차별도 커질 것이다. 지금도 비싼 고급차 근처에서 운전하는 것은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지만, 앞으로 '반자율주행 옵션'을 장착한 차를 발견하면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카메라와 센서가 도로의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법적 책임을 따질 때 '비자율주행차'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율주행자동차 홍보사이트.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 제조사나 이들과 계약을 맺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미래가 자동차 회사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율주행자동차 홍보사이트.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자동차 제조사나 이들과 계약을 맺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의 미래가 자동차 회사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해준다.
ⓒ 다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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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 허풍, 일부의 진실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의 낙관론일수록 경계해서 들어야 한다. 

최근들어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블록체인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블록체인'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로, 거래내용을 암호화해서 모든 사람과 공유하는 '공개장부'를 말한다.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누구나 즉시 확인할 수 있고, 과거 기록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조작이나 변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블록체인에 대한 견해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암호화폐 없이는 블록체인도 없다'는 입장이다. 비록 암호화폐는 큰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멋진 신세계를 열기 위해서 고통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두 번째 시각은 '암호화폐는 나쁘나, 블록체인은 좋다'는 입장이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사회적 병폐를 일으키는 반면, 블록체인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환상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두 가지는 분리가 가능하며, 암호화폐를 규제하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어느 경우든 '블록체인은 좋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질문 하나를 보태려고 한다. 도대체 '어떤 목적에 좋은 기술이냐'는 것이다. 만일 블록체인 기술을 '선점'해서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을 일굴 수 있다고 믿는다면 터무니없는 망상일 뿐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평범한 개인, 소규모 상인, 무명 예술가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기에 좋다고 믿는다면 '대단히 좋은 기술'이라고 말하고 싶디. 앞의 기사 '암호화폐의 결함과 어두운 미래'에서 지적했듯, 모두에게 열린 (개방형) 블록체인은 '집중'과 '독점'으로 부와 권력을 축적한 기업을 위협하는 기술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현재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입하려면 아마존, 이베이, 온라인 쇼핑몰 등의 '제3자'를 거쳐야 하고, 결제를 위해 신용카드, 은행이체, 페이팔, 네이버페이 등 또다시 '제3자'를 거쳐야 한다. 블록체인은 이론적으로 아무 중개자 없이 개인끼리 직접 거래하고 결제할 수 있게 해 준다. 비록 초보단계에 있는 기술이지만, 개방형 블록체인은 '기업화'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운동'으로 진화해갈 가능성이 크다.

 <포춘>은 마스터카드사가 암호화폐를 제거한 블록체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유엔 역시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중앙일보>는 뉴시스 기사를 통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다르다'는 정부의 입장을 비난하며 "가상화폐를 블록체인과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자체가 몰이해의 표현이거나 난센스"라고 보도했다.
 <포춘>은 마스터카드사가 암호화폐를 제거한 블록체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계획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유엔 역시 암호화폐 없는 블록체인 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중앙일보>는 뉴시스 기사를 통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다르다'는 정부의 입장을 비난하며 "가상화폐를 블록체인과 분리해서 접근하겠다는 자체가 몰이해의 표현이거나 난센스"라고 보도했다.
ⓒ 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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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축재 수단이 아니라 '인터넷 사회운동'

최근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실린 기사 '비트코인 거품을 넘어(Beyond the Bitcoin Bubble)'는 큰 시사점을 준다. 저자 스티븐 존슨은 인터넷을 '1세대'와 '2세대'로 구분한다. 초기에는 개방과 공유의 원칙에 따라 인터넷이 운영되었으나, 2세대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트위터, 우버처럼 정보와 권력을 독점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질서가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존슨은 블록체인이 인터넷의 '1세대 회복운동'의 지렛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버나 애어비앤비는 '공유경제'를 자임하지만, 사실은 '공유'가 아니라 세계단위로 집중시키고 독점함으로써 몸집을 불려왔을 뿐이다. 이 업체들은 수수료로 막대한 금액을 가로채기 때문에, 개인간의 직접 거래가 가능해지면 중개업체들이 설 자리는 사라지게 된다.

이와 반대로, 참여자를 제한하는 허가형(폐쇄형) 블록체인은 기업, 금융기관, 정부가 기존의 권력을 유지하고 확장할 목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이 경우 기술의 사회적 잠재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활용단계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2015년부터 리눅스 재단이 주도해 온 '하이퍼레저(Hyperledger) 프로젝트'가 대표적인데, 최근 공동참여했던 기업 가운데 15개가 찬조금을 줄이거나 탈퇴했다.

이는 기술의 상용화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4차산업혁명의 기폭제' 식의  추상적이고 허황된 구호는 기술구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헛소동'으로 끝난 수많은 사례를 보아오지 않았던가.

우선 비현실적 기대부터 버려야 한다. 비록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만큼 신나는 일은 아닐지 모르나,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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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뉴미디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소셜네트워크 어떻게 바라볼...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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