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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일년에 대여섯 차례 현장체험학습을 간다. 아직은 저학년이어서 당일코스 뿐이지만 고학년이 되면 1박2일 캠프를 가기도 할 것이다. 나는 아이의 학교에서 진행하는 현장체험학습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인근 공원에 소풍을 가거나 지역 특산품 축제에 참가하거나 뮤지컬 관람을 하거나 혹은 눈썰매장에 놀러 가는 것까지 전부 뭉뚱그려 '현장체험학습'이라고 규정하는데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하고 진행하고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전 과정에 주체가 되어야 할 아이들이 빠져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설문조사 형태의 의견수렴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형식적인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매년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현장체험학습은 배움의 확장이라기보다는 관행의 반복에 가깝다.

마을을 기반으로 현장체험학습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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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협동조합, 현장체험학습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잇다> 표지 .
ⓒ 살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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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현장체험학습을 교육적으로 재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 <학교협동조합, 현장체험학습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잇다>(박주희, 주수원 외)를 통해 교육현장에서 만들어가야 할 현장체험학습의 새로운 방향을 탐색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아직 생소하긴 하지만 현장체험학습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풀어가면서 교육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선험적 사례들을 소개한다.

현장체험학습 학교협동조합 모델은 학교의 측면에서는 배움의 확장되는 효과를, 마을의 측면에서는 마을 내 다양한 자원들이 소통하고 순환하는 효과를 이끌어낸다. 마을과 학교가 호혜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마을교육공동체 방식으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마을이 곧 배움터'가 되는 현장체험학습 모델이다.

"현장체험학습은 결국 학생들이 학교의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마을을 알아가고 체험하는 과정이다. 즉, 학생들의 삶을 마을교육공동체와 연결시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 마을교육공동체가 나타나는 모습은 학교마다 마을마다 지역마다 다양하고 역동적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시간'과 '공간'이 다양하게 결합되어 있고, 이와 동시에 사람들이 공동의 이해관계로 성립된 '사회'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29쪽)


현장체험학습은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마을 안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연대하고 교육자원과 인프라를 발굴 활용해 마을을 배움터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은 공교육 혁신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마을이 아이들을 키운다는 의미는 마을 사람들의 참여와 실천을 전제로 한다"며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공동의 권한과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육에의 참여가 바탕이되어야 한다"고(31쪽) 강조한다.

현장체험학습이 마을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면 아이들은 수동적인 존재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을 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배움이므로 준비과정에서부터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참여할 수 있다.

저자들은 "현장체험학습을 통한 마을교육공동체는 아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고 정주하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며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공동체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지역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실천적 방법으로 학습시키고, 학습 역량과 정의적 발달을 도모하여 학습과 성장의 결과가 다시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선순환적 구조의 지역공동체를 구성하는 것"(32쪽)이라고 설명한다.

현장체험학습이 본래의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책은 마을과 학교가 협동해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는데 대단히 흥미롭다. 

경기도 성남의 보평초등학교는 아이들끼리 탐구할 주제를 정하고 마을에서 그 답을 찾아가는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한다. 기존의 틀에 박힌 방식이 아니라 아이들 개인 혹은 공동이 해결해야 할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마을에서 이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해 장소와 주제를 선택한다. 프로젝트 수행과정은 학교학습, 현장학습, 가정학습으로 이루어지며 학부모와전문가, 자원봉사자 등이 멘토로 참여한다.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화성생태관광협동조합이 주축이 되어 지역의 여러 단체들을 포괄하는 '화성창의체험교육네트워크'라는 비영리단체를 구성해 현장체험학습을 지원한다. 화성의 습지, 산, 유적지, 문화예술, 자원순환 등 다양한 체험학습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에 착안한 것이다. 학교 안의 예산을 모으고 다양한 현장의 해설사들과 마을의 여러 사업자를 연결하는 네크워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현재 화성창의체험교육네트워크는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한 지역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도 사회적경제 체험학습 수학여행 콜센터 '모락모락'은 강원도의 체험학습, 수학여행 코스 설계 등 맞춤식 테마 여행을 각급 학교에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교사가 중심이 된 '시흥행복교육지원센터'는 현장체험학습으로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최소화하고 지역내 기관 단체들이 창의적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사가 프로그램을 선택해 신청하면 센터에서 행정절차와 비용 문제를 담당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한다.

이처럼 학교와 마을이 협동해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는 방식을 다양할 수 있다. 저자들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기획과 상호 학습, 마을 주민들의 참여와 외부로 빠져 나가지 않고 마을로 순환되는 흐름을 만들 수 있다면 책에서 제시하는 모델이 아닌 다른 여러 상도 가능할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이 모습이 하나로 국한된다고 보지는 않는다"(139쪽)고 설명한다.

"이미 정답이 없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강조되는 교육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현장체험학습 및 교육여행은 실제 삶에서 부딪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경험하고 이 속에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갈 수 있는 좋은 배움의 공간이다."(246쪽)


현장체험학습이 배움과 성장의 과정이 되려면 무엇보다 아이들이 기획하고 생산하는 교육의 주체로서 참여해야 한다. 현장체험학습이 교육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마을과 행정이 협력하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 마을에서는 이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야 할까. 마을과 학교의 상호협력적인 연계망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다. 마을교육공동체에 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덧붙이는 글 | <학교협동조합, 현장체험학습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잇다>(박주희,서용선,주수원,홍섭근,황현정 지음 / 살림터 펴냄 / 2015.11. / 15,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학교협동조합, 현장체험학습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잇다

박주희 외 지음, 살림터(2015)


태그:#현장체험학습, #학교협동조합, #마을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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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 농촌에서 하루 하루 잘 살기 위해.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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