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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엽 YTN 촬영기자
 이상엽 YTN 촬영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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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고대영 KBS 사장의 해임안이 통과됨으로 MBC에 이어 KBS까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YTN은 최남수 사장이 노조와 합의를 깨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래서 YTN은 2008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아래 YTN노조)는 오는 2월 1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사실 지난해 5월 조준희 전 사장이 사퇴한 데 이어 8월에 노종면, 조승호. 현덕수 등 해직기자 3명이 복직해 방송사 가운데는 가장 먼저 YTN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 됐다. 그러나 지금은 가장 늦어질 것 같다. 노조는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3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촬영 기자인 이상엽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남수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한 지 2주가 지났어요. 내부 구성원 분위기는 어떤가요?
"전 평조합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3주 차로 접어들었지만 구성원들 분노는 더 들끓고 있는 것 같아요. 노조 집행부가 뭔가를 자가발전해서 유지시킨다기보다는 최남수씨가 매일매일 쏟아내는 궤변이나 행동들이 분노를 더 가중시키는 형국이라는 거죠. 그가 사퇴하지 않는 이상 이 대오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 최 사장은 커피숍에서 업무를 본다던데.
"네. 커피숍도 가겠지만 근처에 있는 회의실을 빌려서 업무를 보는 것 같아요. 저희가 찾아가 이번 사태 관련한 질문들을 쏟아낸 적이 있는데, 그의 답변 대부분은 본질을 호도하거나 아전인수격 해석뿐이에요. 그런 상황들이 조합원들에게 알려질 때마다 분노가 다음 날 아침 집회엔 더 많은 인원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대오는 흔들림 없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 출근 저지 첫날 최 사장이 노조원에게 때려보라고 했다던데.
"사실입니다. 단순 말실수라 보기엔 원래 인식이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단편적인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그가 과연 저희 구성원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들을 다독이고 설득시키려는 의지가 없었던 거죠."

- 최 사장은 "민주적 방식으로 사장이 된 자신이 출근 저지 같은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서 퇴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하던데.
"저 개인적으론 이 문장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구분돼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우리나 서구사회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맞물리는 이념이라 생각하긴 하지만요."

- 무슨 말인가요?
"최남수씨가 '민주적 방식'으로 사장이 되었다 하는데, 이 사람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서 상법에 규정돼있는 이사회와 주총을 통해 사장이 된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자본이 아닌, 사람을 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차별 없는 평등의 가치를 담아야 하죠. 그런 면에서 지난 사장 선임과정에서의 문제는 구성원 다수의 의견이 자본의 논리와는 별개로 담겨있었냐는 건데, 그렇지 않았어요. 구성원들의 의견이 배제된 선임은 자본주의의 논리일 뿐, 민주적 방식은 아니었던 거죠.

'물리적 방법'이란 표현도 저는 이렇게 되묻고 싶습니다. 그게 물리적 방법이고 본인이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지난해 1700만 국민이 동참했던 촛불집회와 MBC, KBS의 파업은 어떻게 설명할 거냐는 거죠. 내정 초반 인터뷰에서 촛불 민심의 요구를 받들겠다는 표현을 하고 MBC, KBS 정상화 과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건 뭐냔 말입니다.

노조는 자본주의 절차에 의한 사장 선임을 어느 정도 존중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거고, 보도 정상화나 적폐청산 등 저희가 당면한 과제들이 워낙 중하고 시급했기 때문에 에둘러 가더라도 본래 목적만큼은 제대로 이루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그 시작점이었던 합의를 최남수 사장이 깨버린 거죠."

- 아마도 최 사장이 말하는 민주적 방법이란 이사회를 별문제 없이 절차에 따라 통과했다는 의미 같은데.
"그거 자체가 자본주의 논리지 민주주의 논리는 아니라는 거죠.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한때 우리가 누렸던 정치적 평등은 경제적 불평등 앞에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소수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노동력, 재산, 삶에 대한 통제권을 거의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해요. 같은 맥락에서 저희도 회사 주식 갖고 있지만 소액이다 보니 이사회에 충분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요. 여기에 민주란 개념을 집어넣을 거면 구성원의 목소리가 분명히 담겼어야 했다는 거죠. 최소한 회사 내 등기이사인 김호성 상무는 사내여론을 투표에 반영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최남수씨도 인터뷰에서, 부족하지만 상대적 장점으로 경영능력을 높게 봐준 것 같다고 했죠. 본인이 다른 면은 부족하지만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 경영능력이었다는 거예요. YTN이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기업도 아니고, 언론사에서 경영 잘하겠단 다짐 말고 이 사람이 내세울 수 있는 게 뭐냐는 거죠. 신뢰와 윤리를 앞세워야 하는 언론사에서 경영보다 중요한 가치인 공정방송을 위한 실천적 방안은 없었다는 얘깁니다."

- 어쨌든 합법적인 건 맞잖아요?
"법에 저촉되는 건 아니죠. 그렇기 때문에 3자가 테이블에 앉아 협상해서 합의안을 도출해냈던 겁니다. 합의 내용이 제대로 지켜졌으면 최남수 씨와 구성원 간 신뢰 회복은 차치하고라도, 보도 정상화와 적폐청산이 단계별로 진행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거죠."

- YTN은 노사가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에 합의했잖아요, 그럼 사장이 노조의 동의 없이 보도국장을 임명 못 하는 건데 이것으로는 부족한가요?
"인사권은 사장에게 있죠.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존중이에요.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이 있잖아요. 국무총리가 임명제청을 하면 거기에 맞는 사람인지를 대통령이 최종 판단해서 앉히는 거죠. 같은 맥락에서 보도국장 파트너인 부국장급 에디터들에 대한 임명제청을 존중해 달라고 했던 게 노조와 선배들의 일관된 주장이었어요. 최남수 씨도 협상 테이블에서 존중 자체를 거부했던 건 아닙니다.

인터뷰에도 나오지만, 본인이 임명한 내정자가 인사도 자유롭게 하라고 했거든요. 앞뒤가 안 맞는 거예요. 최남수 씨에게 거꾸로 묻고 싶어요. 보도국 독립을 약속했는데, 이에 대한 실천방안이 구체화된 게 뭐가 있는지 말입니다. 노조가 얘기하는 인사권 존중이 문제라면 이를 갈음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냐는 겁니다. 저는 인사권 존중이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와 연동해 보도국 독립을 이뤄낼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 궁극적으로 보도국장이 함께 일할 각 부장 인사권을 갖는 게 맞지 않나요?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죠. 외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고, 실제 타 언론사에서 그렇게 기능하는 경우도 있고요. 제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어찌 됐든 YTN 인사권은 현재 사장에게 있어요. 노조가 요구한 건 인사권 그 자체가 아니라, 보도국장이 생각하는 라인업을 존중해 달라는 거였고요. 그게 보도국 독립으로 가는 과정에 있어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거죠. 노조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그것만을 주장해 왔는데, 계속 본질을 호도하고 앞뒤 말을 바꾼 건 최남수씨였습니다."

- 왜 그렇게 한다고 보세요?
"왜 그런지 저도 여러 번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했어요. 보세요.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지난해 11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선 노종면 선배를 비롯한 복직 선배들에 대해, '복직한 후배들과 세상 보는 관점이 다르지 않다', '충분히 많은 기회 부여하고 상처 보듬겠다', '그들보다 YTN에 충성도를 가진 사람이 어딨냐'는 식으로 얘기했단 말이에요. 근데 합의파기에 의한 출근 저지 투쟁이 시작됐을 땐, '일부 노조의 강성적 주장', '노종면 기자가 사태의 원인'. 'YTN 사태의 본질은 합의파기가 아니라 적법하게 선임된 사장에 대해 노조가 인사권을 가지고 사장을 고립시켜 낙마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는 거죠.

그러다 며칠 전 인터뷰에선 '노종면 기자가 무슨 자리를 맡아도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늦추려고 했다'는 건데, 이게 무슨 앞뒤가 안 맞는 얘기냔 말이에요. 전 최남수씨의 말과 행동이 사자성어 두 개로 압축되는 것 같아요. '아전인수'와 '어불성설'이죠. 모든 걸 자기 본위대로 자기 입맛에 맞게 재해석해요. '다른 건 다 클리어됐고 보도국 이슈만 남은 거 아니냐. 이것만 노조와 협의해 새 보도국장 선임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발언이 그 예입니다. 저희는 지금 당장 물러나라고 하는데 자기 멋대로 생각해 지금 논의할 건 그것뿐이란 식인 거죠.

트위터 성희롱 관련해서도 본인이 잘못한 건 맞는데, 그 일이 사장 사퇴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 터졌을 때 대국민 사과 성명 내고 임기 이어가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책임지겠냐는 질문에 좋은 회사 만들어 본인 명예회복 하겠대요. 회사 명예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겁니다. 좋은 회사 만드는 것과 성희롱 트윗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언론사 리더로서의 책임이 무엇인지를 왜 생각 못 하냐는 거죠. 답은 명약관화한데 그걸 인정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본인은 사과했으니 끝난 거로 생각해요. 저를 비롯한 노조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거고요."

- 최 사장은 언론노조가 중재한 합의를 깼잖아요. 그런데 다시 언론노조에 중재를 요청했어요. 코미디 아닌가요?
"대화도 때가 있습니다. 3자 협상은 최남수씨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어렵게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힘들게 합의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깨 놓고 뻔뻔하게 그 당사자에게 다시 중재를 요청하는 건, 본인 목적이 오로지 사장 자리 지키기에만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됩니다. 지금은 결단해야 할 때지 대화할 시점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YTN 이미지도 중요한데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노사 갈등의 이미지라서 부정적이잖아요. 그래서 YTN에 마이너스가 될 것 같은데.
"저흰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투쟁을 해왔어요. 해직자 문제뿐 아니라 보도에서도 마찬가지죠. 예를 들어 세월호 문제가 터졌을 때,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보도가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취재는 멈추지 않았죠. 보도 정상화를 위한 자료축적 차원이었어요.

그러나 시청자께 우리 안에선 계속 싸우고 있으니 인정해 달라는 건 더 이상 얘기가 안 돼요. 이젠 보도의 결과물로 인정받아야죠. 그러나 여전히 YTN은 제자리걸음이에요. 구성원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죠. 언제까지 이렇게 보도할 것이냐는 자괴감이 극에 달했어요. 단순히 최남수 반대만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반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거죠. 그걸 최남수씨가 아우를 수 있냐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더 늦출 수 없다는 거예요."

- YTN엔 적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10년 동안 투쟁도 안 한 중간지대 사람이 많다는 외부 시각도 존재 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폐는 말 그대로 회사에 해악을 끼쳤다는 거예요. 그건 분명히 책임을 져야죠.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도 그랬잖아요. 친일파는 아니었지만, 독립운동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 회색분자라고 욕도 먹었죠. 그런데 그들 역시 여러 의미에서 우리나라를 지탱한 한 축이었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보도가 부족했을지언정 망가지지 않게 최소한의 역할을 해왔던 사람들이라면 보듬고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다만 지난 10년을 같이 아파하고 함께 싸워오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은 필요하겠죠."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결과물로서의 기록을 위한 과정엔 보다 중요한 역할이 있죠. 질문하는 것입니다. 쓰는 사람이든, 찍는 사람이든, 편집하는 사람이든. 자신에게, 현장에, 당사자에게 질문하지 않으면 어떠한 기록도 온전한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질문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을 겁니다. 최남수씨는 저희가 던진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답을 모른다면, 저희가 찾아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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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