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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관련 규제를 최소한 네거티브 형식으로도 전환해야 한다. 금융투자업을 사전에 몇 개 이내로 지정하고, 업종마다 자본금 규제와 같은 요건을 지정하는 것이 과거 중세 시대의 길드 제도와 무엇이 다른가."

지난 1월 초,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대체투자 파헤치기> 이원희 저자는 한국 대체투자 규제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 세종시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과장으로 재임 중이다.

[대체투자란?]
채권이나 주식 대신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주식과 채권을 사고, 파는 전통적인 증권투자 이외의 모든 투자방식과 상품을 대체투자로 분류한다. 이원희 저자는 우정사업본부 대체투자팀장을 3년 넘게 역임하며 글로벌 및 국내 대체투자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대체투자 파헤치기> 시리즈의 시작인 1부 대체투자 파헤치기 상권을 지난 2014년 8월 펴냈다. 2015년 중하권을 각각 펴냈다.

상권 표지
▲ 대체투자 파헤치기 상권 표지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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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대체투자 한 종류인 사모펀드(PEF)의 업무 영역도 지분 10% 취득에 한정되어 있어 기업구조조정 업무는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당국이 나서서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실체를 지정해야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이는 시장의 역동성에 부합하는 제도가 결코 아니다"고 지적한다. 당국이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판단해야 금융과 기업이 역동적으로 상생할 수 있어서다.

또 규제뿐 아니라 단순 신고임에도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하는 관행 등 금융당국의 관행도 비판했다. 감독당국이 특별자산펀드에 포함된 자산의 내용과 구조에 대해 건건히 설명을 듣고 등록을 해주는 과정이 허가제와 다르지 않다고 그는 반문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만연화된 초저금리 현상 때문에 금융투자로 과거보다 수익을 내기 더 어려워졌는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하면서 자산 간 수익률 곡선이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이는 대체투자로 인한 기회가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씨는 "우정사업본부에서 자산 운용했던 2014년, 2015년까지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의 수익률이 글로벌 초저금리 현상 때문에 눌러지면서, 수익률 곡선이 서로 붙어 버려 대체투자로 불리워지는 수익을 내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헤지펀드, PEF, 부동산, 구조화 채권 모두 비슷한 현상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는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씨는 헤지펀드 운용역에게서 들은 이야기, 실사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본 이야기를 <대체투자 파헤치기> 상, 중, 하 세 권 곳곳에 담았다.

이씨는 상권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의존성이 빚어낸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이라며 "특히 달러가 기축통화가 아니었으면 미국은 파산했을 것이 확실하다"며 "이 금융위기의 핵심에는 대체투자의 한 종류인 헤지펀드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 중권은 사모투자펀드를 소재로 오늘날 거대 글로벌 기업에 대항하는 금융 리바이어던의 활동이 펼쳐진다. 그는 "페니키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발견되는 사모투자펀드는 헤지펀드와는 태생이 완전히 다르다"며 "'사모펀드'의 모든 이슈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대체투자...> 하권에서 국내에서도 '엘리엇 매니지먼트'로 잘 알려진 헤지펀드와 사모투자펀드의 접점인 주주행동주의를 다뤘다.

근대적 대체투자는 선진국인 미국에서 1980년대에 발전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매우 안정적이었던 글로벌 경제는 자산 운용도 주식과 채권 위주였으며, 단순하고 위험성도 적었다. 하지만 1971년 닉슨이 달러의 금 태환을 정지하면서 전 세계 환율이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하고 나아가 1, 2차 오일쇼크로 인한 자원가격의 급등으로 인해 자산 운용 환경이 급격히 변하게 된다.

이처럼 자산 운용 환경과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체투자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가 조성되었다. 우연히도 이즈음인 1979년에는 ERISA(미국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 편집자 주)에서 신중한 전문가의 원칙이 법제화되면서, 연기금과 같은 큰 손들이 대체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이처럼 1980년대부터가 바로 근대적 대체투자의 발전 초기 단계가 되었다.

한국 증권업계의 대체투자 수준, 걸음마 단계에 불과

그는 "한국 증권업계가 대체투자 관련 실력을 충분히 키우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다른 나라 사례를 충분히 보고 배워야 한다"며 "더 훌륭한 인재들이 더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기민하고 명석하며 열심히 일하며(shrewd, smart, hard working) 유대인들과 매우 비슷해 금융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에 매우 잠재력이 높은 민족.' 그가 월 스트리트에서 들은 한국인들에 대한 평가다.

그는 한국 증권업계의 대체투자 수준에 대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며 "국내에 만연한 금융투자업 규제 때문에 전반적으로 투자 환경이 매우 좋지 않은 점이 그 이유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금융업에 탁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을 필자는 여러 번 들었다. 이런 뛰어난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게, 정부가 나서서 금융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푸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대체투자가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씨는 "국내 시장은 헤지펀드를 운용하기에는 규모도 작고, 규제가 너무 많다"며 "에쿼티 롱 숏만 해도 대차 풀이 너무 작고, 특히 이중담보 규제 때문에 대차 비용도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헤지펀드가 성장하려면 최소한 아시아 지역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규제 외에는 모두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낸다. "또 헤지펀드 투자로 인한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며 "외화 환전이나 송금과 관련된 규제도 필요한 것 말고는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다만 이를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인천 송도 같은 지역에 헤지펀드 자유지역을 만들어서 관련 규제를 없애고, 특구를 만드는 안"을 제시했다.

사모펀드가 대기업에 대항하는 시대 온다

"국내 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가 대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그는 설명한다. 책의 표현에 따르면 '타이타노마키의 2막'이다. 삼성과 엘리엇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사모펀드다.

우리나라는 아직 사모펀드의 규모가 너무 작다. 현재 자금동원 능력에서 대기업에 필적하는 사모펀드는 손꼽힐 정도에 불과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가 대기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규모다 최소한 5배 이상은 커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대체투자 성장 가능성의 원인은 책에서도 지적했지만, 바로 자산의 다양성이다. 지금이 1960년대이면 주식과 채권 운용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018년이다. 더 많은 자산과 더 많은 운용 기법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연히 대체투자는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이다."

"대체투자를 비롯한 자산운용은 자유로운 발상의 교류와 확산으로 진화 방향을 사전에 알 수 없다. 그것이 바로 금융시장의 본질적인 특징인 자율성이 가져오는 역동성이다."

그는 미국의 헤지펀드 업체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사례를 제시했다. "업체는 오래전부터 컴퓨터를 운용한 에쿼티 롱-숏 업무를 개발하며 지하에 축구장 2~3개 크기의 클린 룸에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를 대규모로 운용해왔다"며 그는 "대체투자를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가 주도하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대체투자 파헤치기 - 상

이원희 지음, 북랩(2014)


태그:#대체투자 파헤치기,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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